‘수업교사 출장 금지’ ‘생존수영 수업 폐지’ ‘늘봄업무 교사 배제’ .. 교육부에 쏟아진 현장의 소리
‘수업교사 출장 금지’ ‘생존수영 수업 폐지’ ‘늘봄업무 교사 배제’ .. 교육부에 쏟아진 현장의 소리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3.12.03 16: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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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디지털플랫폼 ‘함께학교’ 개통 후 글 200여 편 올라
교육부가 지난달 개통한 디지털소통플랫폼 '함께학교'에 각종 정책제안이 올라오는 등 교사, 학생, 학부모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교육부가 지난달 개통한 디지털소통플랫폼 '함께학교'에 각종 정책제안이 올라오는 등 교사, 학생, 학부모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에듀프레스 장재훈 기자] “교사들이 정해진 수업시간에 수업 할 수 있도록 출장을 전면 금지해 달라.” “가족끼리 놀러가는 것도 교외체험학습으로 인정해야 하나.” “교사 비아냥대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문제학생 3진 아웃으로 처벌하자.”

지난달 20일 교육부가 개통한 디지털 플랫폼 ‘함께학교’ 정책제안방에 올라온 글의 일부다. '함께학교'는 학생, 학부모, 교사가 함께 교육정책을 논의하는 온라인 소통 공간으로, 교육정책에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개통 이후 10여 일이 지난 3일 현재 200여 건의 글이 올라오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교사들을 대체로 교권 및 수업권 보호에 많은 제안을 쏟아냈고 유보통합, 늘봄학교, 디지털 교육 등 주요 국책사업에 대한 비판적 의견도 눈에 띄었다.

한 교사는 정책제안방에 수업교사의 출장을 금지시켜 달라는 글을 올려 큰 호응을 받았다.

그는 “코로나 때에는 대면, 집합을 금지하다보니 교사들도 출장이 거의 없을 정도였는데 근래들어 대면, 집합 형태의 체험활동 인솔, 업무 연수 등이 폭발적으로 늘어나 교사들이 각종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교사가 출장을 가게 되면 수업교체가 이뤄지고 고정된 수업시간표가 의미 없어지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는데다 시간표 교체로 교사들간 싸움까지 일어난다”고 털어왔다.

그러면서 “하지만 교육청이나 교육지원청은 오직 본인들 행사에만 잘 참석해주시기를 원할 뿐 학교의 수업에 영향을 주는 교사출장에 대해서 무관심하다”고 개탄했다.

호캉스 가는 것도 교외체험학습? .. 행정실 교육청 이관 요구도

생존수영 수업을 폐지해 달라는 제안도 교사들의 폭발적인 지지를 받았다.

글쓴이는 ”생존수영이 수업 때 체험학습 버스 문제, 물 수질 문제, 학생들 안전 문제 까지 교사가 일일이 계획하고 확인해야 한다“며 ”게다가 학부모들은 강사가 무섭다 물이 안좋다 등 각종 민원을 넣고 교육청까지 협박하는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교외체험학습 역시 폐지해야 한다는 데 많은 의견이 모아졌다. 한 교사는 “교외체험학습제도 취지는 좋았을지 모르지만 '호캉스'나 스파 체험 등과 같이 단순히 놀러가는 것도 체험학습으로 인정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200여 건의 제안 중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한 것은 늘봄학교 관련 글이다. 늘봄학교 업무에서 초등교사를 완전히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에 6169건의 조회수와 462개의 댓글이 달렸다.

글쓴이는 “최근 일부 학교에서 2024학년도 업무 분장을 논의하던 중 ‘늘봄학교 운영 부장’ 보직을 신설해 교사가 담당하도록 하거나, 기존 방과후 지원 업무에 늘봄학교 업무를 추가하는 등 교사에게 업무 및 책임 전가하는 사례가 확인됐다”며 “늘봄업무에서 교사를 완전히 배제해 달라”고 요구했다.

교육부가 추진중인 조직개편과 관련, 교육부와 교육청에 교사 출신 행정인력을 확대,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해 달라는 주문도 있었다.

화장실 들락거려 제지하자 “그럼 교실에 X쌀까요?”

학부모들은 자녀 교육활동에 대해 교육당국에 바라는 글이 주를 이뤘고 학생들은 2028대입과 내신평가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한 학부모는 “수업 시간 중 외부인들이 복도를 돌아다닌다는 자녀의 말을 듣고 불안했다”며 “외부인 출입을 엄격히 통제해 달라”고 요구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수업 중 화장실을 들락거려 이를 교사가 제지하다 “그럼 교실에 X쌀가요”라며 대든 학생들이 있다“며 도를 넘은 문제행동에 대해서는 3진아웃제를 도입,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부모들 중에는 돌봄교실을 전학년으로 확대해 줄 것을 요구하는 가 하면 디지털교과서에 대해서는 청소년들의 뇌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줄수 있다는 점을 들어 반대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무분별 학폭신고.. 학생들, 누가 가해자고 피해자 인지

학생들 글 중에는 무분별한 학폭신고를 막아달라는 주장이 올라와 눈길을 끌었다. 글쓴이는 “학폭 신고 자체가 너무 쉽다보니 조금만 친구 기분을 나쁘게 해도 학폭 신고를 당한다”고 학교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학폭 신고 당하면 무조건 조사받고 반성문 써야하고 학교에 소문나면 얼굴 들고 다니기 힘들뿐더러 친구들도 피하는 실정이어서 누가 가해자고 누가 피해자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학생은 “정부의 고교 내신 상대평가 방침에 반대한다”면서 “(상대평가로) 스트레스가 심화되고 경쟁이 과도하게 올라 커피 및 카페인 음료로 몸을 망치면서까지 교육받고 있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이외에 게시된 글 중에는 학교 민원상담료 유료화, 행정실 교육청 이관, 교육청 학부모 평가 실시, 초등 4학년 점심시간 보장 등 이색 주장도 많았다.

한 학생은 돈이 없다며 장학금을 달라는 글을 올렸다가 댓글에서 열심히 공부하라는 충고를 들었다.

'함께학교' 는 인터넷·이동통신에서 ‘함께학교’로 검색·접속할 수 있으며, 국민 누구나 회원가입 및 간단한 실명 인증 후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교육부는 다수의 구성원이 동의하고 지지하는 제안에 대해서는 신속하고 책임 있는 답변과 정책 반영을 통해 제안자의 정책 효능감을 높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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