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5세 입학, 교육계는 부정적
초등 5세 입학, 교육계는 부정적
  • 장윤정 기자
  • 승인 2015.11.22 13: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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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취업 한꺼번에 몰려 대란 우려

정부와 여당이 학제개편을 통해 현재 만6세인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5세로 낮추는 방안을 제안했다. 저출산 고령화 대책과 함께 입직 연령를 낮춰 청년실업을 줄이겠다는 목적이다.

그러나 교육계에서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실제로 교육부는 ‘전혀 논의한바 없다’며 한 발짝 물러섰고 교육학계에서도 ‘성급하게 추진할 일을 아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학제개편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이를 실행에 옮길 경우 막대한 행·재정적 부담과 혼란을 감수하는 댓가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학계에서는 5세 아동 초등학교 입학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신체적 정신적 발달이 과거보다 빨리진 것이 사실이지만 이런 변화가 취학을 가능하게 할 만큼 타당하게 변한 것이냐에 대해서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반론도 많다. 더욱이 대부분의 국가들이 만6세로 취학 연령를 설정하고 예외적인 경우에만 5세 입학을 허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괄적으로 취학연령을 낮추는 것은 곤란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국가 간 인적교류가 빈번해진 국제화 사회에서 초,중등학교의 수업연한, 취학연령, 학기제 등의 기본적인 학제는 국제적 표준(global standard)에 부합하도록 구안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현재 사회진출 연령을 낮춘다는 이유로 초중등학교의 수업연한을 단축하려는 학제 개편방안은 재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것이 사실이다.

정부 안 대로 학제 개편이 단행되면 어떻게 달라질까. 우선 시행 첫해 초등학교 입학생은 5년제 교육과정을 이수하게 되고 이들이 5년의 초등교육과정을 마친 시점에서는 기존 6년제 초등교육과정을 이수한 학생들과 함께 졸업하게 된다. 이들은 3년간 중학교 생활을 같이 하게 되지만 각기 다른 교육과정을 이수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초등학교 취학연령을 한꺼번에 인하할 경우 만6세와 만5세가 하나의 학년이 되므로 이들은 대학입학과 취업에서 지속적으로 다른 연령대의 학생들보다 불이익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학입학 예정자의 폭발적 증가로 재수생이 양산되고 취업하지 못한 대졸자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올 전망이다. 교육전문가들은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기위해 입학자를 매년 4분의 1씩 늘리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 경우 오랜 시간이 소요돼 입학연령 단축의 당초 취지를 살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다.

또 경제적으로 중상류층 5세 아동과 그렇지 못한 5세 아동에 비해 발달정도가 빠를 수 있다. 이 때문에 초등학교에 입학 했을 경우 하류층 아동들이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역기능도 우려되고 있다.

취학연령을 낮추고 초등학교 학제를 5년제로 개편하면 교원수급에도 비상이 걸린다. 현행 교원배치기준을 감안할 때 첫 번째 졸업생이 배출된 이후에는 기존 교원에 비해 6분의 1정도가 과원교사가 된다. 남아도는 교원을 해고 할 수도 그렇다고 중등교원으로 임용할 수도 없는 실정이어서 교원정책은 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또 교원 신규 임용에도 막대한 차질을 초래, 교육대학 운영에 비상이 걸릴 전망이다.

교육전문가들은 이같은 혼란을 최소화 하기위해서는 학제 개편에 앞서 학급당 학생 수를 단계적으로 줄여, 교원 과원 사태를 예방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막대한 재정투입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또 하나, 초등학교 수업연한이 5년으로 단축되면 가장 눈에 띄는 변화가 유휴교실 발생이다. 반면 중학교는 대규모 학급증설과 학교신설을 요구받게 된다, 지난 2007년 한국교육개발원 조사에 따라면 초등 5학년제 일 경우 중학교에 1만3천여 학급증설과 188개 학교신설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학제 개편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엄청난 사전 준비 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들이 많다. 교육과정과 교원 및 시설적인 측면에 앞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학제 개편을 위한 교육과정 개편 계획, 교원 수급계획, 학생수용 및 시설 배치 계획 등의 세부 실천계획이 차질 없이 수립, 실천되어야 한다는 걱이다.

학제 개편을 위한 사전 준비 작업의 방대성에 비추어볼 때, 현재 학제 개편에 관한 정책결정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학제 개편을 착수할 수 있는 시기는 빨라야 2020년 중반이 될 가능성이 높다. 교육계에서는 교육적 관점보다 경제적 관점이나 정치적 관점에 치우친 학제 개편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가장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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