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현 칼럼] 강제전학 폭탄돌리기 해법은 없나?
[박정현 칼럼] 강제전학 폭탄돌리기 해법은 없나?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3.10.30 17: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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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정현 인천 만수북중학교 교사
박정현 인천만수북중 교사
박정현 인천만수북중 교사

오래전 예능프로그램 중 이런 코너가 있었다. 폭탄의 심지에 불을 붙이고 옆에 있는 사람에게 계속 넘기며 정해진 미션을 수행하는 코너. 누군가에게 갔을 때 ‘펑’하고 터지며 벌칙을 받는다.

타들어가는 심지를 보며 어쩔 줄 몰라하는 출연자의 모습에 관객들은 폭소를 터뜨린다. 굉장히 긴박하게 진행되고, 왁자지껄한 상황이 연출하는 예능적 요소는 즐거움을 준다.

이것이 현실의 상황이라면 어떨까? 진짜 폭탄이라면 어떻게 될까? 공포 그 자체일 것이다. 그런데 학교 현장에 이러한 폭탄 돌리기가 이루어지고 있다.

학교폭력 가해 징계인 강제 전학에 교권침해로 인한 강제 전학이 함께 추가되면서 단위 학교에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강제 전학 학생을 폭탄에 빗대는 것이 부적절하지만, 학교는 그만큼 힘든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학교폭력에 의한 강제 전학과 교권 침해로 인한 강제 전학의 차이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강제 전학’은 최고 징계 조치에 해당한다. 피해 학생과의 원천적인 격리가 가능하다는 점과 최고 징계라는 상징적인 의미에서 효과는 상당히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전학을 받는 학교에서는 지도의 어려움을 겪게 된다.

학생에 따라 개전이 되어 성실히 학교에 다니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다. 학급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던 담임교사 입장에서 강제 전학을 온 학생이 있다면, 현실적으로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정보가 빠르게 공유되는 학부모 커뮤니티에서는 전학생에 대해 원래보다 더 과장된 확인되지 않은 사실들을 전하며 학교에 민원을 제기하며 학교 전체 분위기가 극도로 악화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 관리자 입장에서 강제 전학 받기를 매우 꺼릴 수밖에 없다. 전학을 받게 되면 어느 학급으로 가게 될지에 대해서도 첨예한 갈등이 생기게 된다.

이러한 부담을 교육지원청에서도 알고 있기 때문에 나름대로의 원칙을 가지고 배정을 한다. 학교폭력으로 인한 사안으로 강제 전학을 보낸 학교라면 반대로 강제 전학 배정의 소요가 생겼을 때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다.

학교폭력의 징계가 여러 해 누적되면서, 강제 전학에 대해서 학교는 부담을 갖지만 대체로 어쩔 수 없다는 생각으로 수용하게 된다.

생활지도에 대한 고시가 발표되고, 교권보호가 강조됨에 따라 교권 침해 사안에 대한 강제 전학 빈도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그동안 교권 침해로 인한 강제 전학이 가능하기는 하였지만 여러 이유에서 소극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사회적 분위기가 변하면서 강제 전학의 집행이 이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분명히 학교폭력으로 인한 징계와는 성격이 다르다. 학생을 상대로 한 폭력과는 달리 교사에 대한 교권 침해를 한 것이기 때문에 전학을 받아야 하는 입장에서는 강한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다.

학교 입장에서는 강하게 반발할 수밖에 없으며 교사들은 불쾌함과 동시에 공포를 느끼게 된다. 무엇보다 누적된 데이터가 없다 보니 우리 학교가 왜 교권 침해를 한 학생을 받아야 하느냐에 대한 반발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학생의 전출입을 담당해야 하는 교육지원청 입장에서는 난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해당 학교에 양해를 구해야 하는 상황이고 설득을 해야 하는 입장에 놓인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배정이 되더라도 그에 대한 책임 문제로 또다른 갈등이 이어질 우려가 큰 현실이다.

해결을 위한 방법은?

학교폭력 예방과 교권 침해 방지라는 목적에서 강력한 징계의 방법으로 설정된 강제 전학이 유지되어야 함은 타당하다. 그러나 앞서 지적한 것처럼 해당 학생이 개전되지 않은 상태로 전학이 이루어지면 전학을 받는 입장에서는 뜻하지 않은 불편함을 겪게 되는 것이다.

이것도 교육의 한 과정이라는 말을 할 수 있지만 현실의 학교에서 이러한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녹록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어떤 해법이 있을까?

강제 전학을 집행하는 과정에 중간 단계를 설정하는 방법이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전학을 가는 학생 입장에서도 그냥 쫓겨나듯이 간다면 반성이나 행동의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을 수밖에 없는데 전학을 가기 전에 충분한 반성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성찰과 행동 변화를 가질 수 있는 일종의 교정 역할을 하는 교육 기관을 지정 운영하여 이곳에서 승인을 받은 상태에서 일반 학교로 전학이 이루어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곳에는 상담심리 전문가, 학교폭력 전문가 등을 배치하여 가해 학생들이 스스로 잘못을 깨닫고 변화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갖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학부모에 대한 특별교육도 동시에 이루어지도록 한다면 효과는 더욱 클 것이다.

물론 이러한 방법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해당 기간 동안 발생하는 학습의 공백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중등에 해당한다면 평가 문제가 가장 크게 걸리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온라인 학습의 활용이 적용될 수 있다.

그리고 지역별로 여건이 불비하다는 지적도 있을 수 있지만 단위 학교에서 겪고 있는 고통을 감안한다면 시급하게 검토해야 할 부분이라고 본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강제 전학의 대상이 되는 학생 역시 새로운 학교에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어느 정도 준비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폭탄 돌리기라는 불편한 비유를 들었지만 그만큼 현재 시점에 학교 현장에서 겪고 있는 고통이라는 점을 이해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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