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호규 칼럼] 유보통합, 욕속부달(欲速不達)을 경계해야
[조호규 칼럼] 유보통합, 욕속부달(欲速不達)을 경계해야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3.10.27 10:52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 조호규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사무국장
조호규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사무국장
조호규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사무국장

오랜 기간 교육계의 해묵은 과제였던 유아교육과 보육의 통합이 현정부 출범 이후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현정부는 유보통합을 중요한 국정과제 중 하나로 삼고, 국가책임교육의 연장선에서 유보통합 정책을 실행하여 모든 아이의 성장의 첫걸음을 국가가 책임지고 뒷받침하겠다고 하였다.

유아교육과 보육의 통합이 성공적으로 추진된다면 영유아기에 양질의 보편교육을 통해 영유아 간 교육격차를 줄일 수 있고, 영아교육과 유아교육, 그리고 더 나아가 초등교육 간의 발달적 연계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되어 어린이들은 더욱 안정적인 기초교육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유보통합이 반드시 필요하며 대다수의 국민들도 이에 대해 공감을 하리라고 본다.

그러나 유보통합의 필요성과 당위성이 갖춰지고 올바른 방향성을 지니며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었다고 하여 유보통합이 저절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성공적 유보통합을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지난 30여 년 동안 역대 정부에서 여러 차례 유보통합을 시도하였지만 외형적이며 포괄적인 차원의 통합에만 그쳤왔는데, 본고에서는 아직도 해결하지 못하고 그대로 남아 있는 문제들은 어떤 것들인지 살핀 다음, 깊은 안목과 긴 호흡을 가지고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짚어보고자 한다.

먼저 유보통합을 위해서는 보육과 교육의 관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 단순히 현재 운영하고 있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또다른 하나의 이름을 만들어(예를 들면 유아학교) 합치는 것이 유보통합이 아니다. 제대로 된 유보통합을 위해서는 보육과 교육이 어떤 관계 속에서 서로 보완해야 하는지 관계 정립이 필요하다.

즉 영아 대상자에게 교육이 들어왔을 때 어떤 의미와 효과가 있는 것인지, 단순히 보육으로만 운영하였을 때 교육은 필요가 없는 것인지, 보육과 교육이 혼재된 상태로 두고 각각의 영역을 존중한 채 운영해야 하는지 등 최소한의 관계가 정리 되어야 한다.

보육과 교육의 관계를 정립하는 것은 유아교육기관과 보육기관 간 상이한 교육과정을 대체할 통합 교육과정 개발의 근거가 되며, 교사 자격 및 양성체제의 방향을 명확하게 하는데에도 반드시 필요하다.

둘째, 영유아 통합교육과정 개발이 필요하다. 보육과 교육의 관계가 정립되었다면, 영유아의 발달단계에 맞는 교육과정을 개발하여 기관이 통합되기 전이라도 적용해야 한다.

기존 누리과정이 만3-5세에 해당되는 교육과정이라면 만0~5세에 적용될 통합교육과정을 만들 것인지, 만0-2세에만 적용할 교육과정을 만들어 단계적으로 통합할지 이에 대한 청사진이 제시되어야 한다.

셋째, 교사 자격 및 양성체제의 통합도 필요하다. 이는 그동안의 유보통합 추진 과정에서 가장 실현하기 어려웠고 주체 간에 갈등 요소가 많았던 부분이다.

30년 전에 자격통합 방안이나 교원 양성 시스템이 마련되어 추진되었다면, 현시점에서는 자격과 전문성을 갖춘 교사들이 현장에서 대거 활동하며 갈등 요소를 최소화하여 유보통합이 진행될 수 있었을 것이다.

정부는 교사 자격 통합을 위해 졸속적인 자격과정을 만들어 자격증을 남발하는 것을 경계해야 하며, 지금이라도 영유아교육을 위한 교사들의 적정 학력을 파악하고 통합을 위한 교육과정을 만들어 점진적으로 양성체제의 변화를 도모해야 한다.

넷째, 유보통합 추진을 위한 재원 조달 방안과 제도 안착 후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예산 지원 계획이 필요하다. 현재 교육부는 유보통합을 위한 재원 마련 계획과 통합 이후 운영에 대한 예산 계획이 전무하며, 현재 유초중등교육에 소요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할애하여 유보통합을 추진하려는 안일한 움직임만 보일 뿐이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유보통합에 소요되는 비용을 충당하면 영유아교육과 유초중등교육 모두 질적 저하를 초래할 것이 명약관화하다.

마지막으로 유보통합 이후 인력 관리 및 충원, 이에 따른 예산의 문제이다. 형식적으로라도 관리 체계가 교육부로 일원화되었을 경우, 보건복지부를 비롯한 각 시군구(읍면동)에서 어린이집 업무를 담당한 인력들과 예산이 교육청 넘어오는 것인지 아니면 교육청에 인력과 예산을 충원해주는 것인지 이에 대한 면밀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유보통합 과정은 과도기적 시기가 분명히 존재하여 혼란이 예상되는 만큼 우수한 인력이 업무에 즉각 투입되어 양질의 보육과 교육이 보장되도록 법과 제도를 견고히 하고 이에 따른 예산도 충분히 확보하는 등 세밀한 준비가 필요해 보인다.

이외에도 제대로 된 유보통합을 위해서는 현재 시설 기준 정비 및 통합, 이용 시간 통합, 양 기관 간 차이가 심한 교사 처우 개선, 감독기관의 역량 확대 등 어느 하나 만만하지 않은 과제가 산적해 있으며, 또한 이들 과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상당한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므로 유보통합 추진 시에는 한시적으로 특별회계를 마련하여 소요되는 예산을 충당하고 이후 교부금을 어떻게 투입할지 재정 운영 계획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지난 30여 년간 역대 정부는 유보통합의 완성을 위하여 외형적 통합, 누리과정 도입, 유치원・어린이집 정보공시 내용의 확대, 공통평가항목과 평가기준 마련, 재무회계규칙 적용 확대, 투입 예산의 격차 완화 등 하나씩 단계를 밟으며 유보통합의 토대를 다져왔다.

그러나 현정부에서 유보통합을 완성하는 데에만 초점을 맞춰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일을 서두른다면 부작용만 더 커지게 될 것이 뻔하므로 정부는 욕속부달(欲速不達)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현정부는 현정부 임기 내에 모든 것을 완성하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장기적 관점에서 유보통합을 추진해야 한다.

현정부는 유보통합을 완성하기 위해 바닥을 다지고 기초를 놓는 데에 집중하겠다는 마음으로 준비를 해나간다면 멀지 않은 장래에 안정적이고 질높은 영유아교육의 토대가 되는 유보통합 정책이 완성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늘푸른나무 2023-10-27 13:19:06
균형감있고 통찰력 있는 기사 잘 앍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