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수정 교수 “교권침해는 범죄 .. 왜 강하게 처벌하지 않나”
[인터뷰] 이수정 교수 “교권침해는 범죄 .. 왜 강하게 처벌하지 않나”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3.09.08 19:58
  • 댓글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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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법과 원칙 제대로 가르쳐야 .. 교사 생활지도권 강화 절실

사법권 없는 교보위 교육지원청 넘겨도 한계 ..변호사 배치 능사아냐

금쪽이 키운 가정교육이 가장 큰 문제 .. 교사들 폭력에 무방비 노출

아무에게도 도움 받을수 없다는 절망감이 교사들 극단선택으로 몰아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에듀프레스 장재훈 기자]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최근 한 달 새 서울과 전북, 충북, 대전 등지에서 잇달아 교사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교육계가 패닉에 빠졌다.

꽃다운 새내기 교사부터 정년은 1년 앞둔 노교사까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비보가 이어진다. 지난 여름, 수십만 명의 교사들이 뜨거운 아스팔트에서 생존권을 지켜달라 절규했음에도 교육현장은 달라지지 않고 있다. 얼마나 더 희생을 치러야 하는 것일까.

범죄심리학자 이수정 경기대교수는 “악성민원 등 감당할 수 없는 억울함과 절망이 교사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고 진단했다. 아무리 외쳐도 변하지 않는 교육 현실은 교사들을 자포자기하게 만들었고 앞으로도 나아질 것 같지 않다는 절망이 극단적 선택을 불렀다는 것이다.

그는 경력에 따라 악성민원 등 교권 침해를 받아들이는 상황이 달랐을 것이라고 했다.

저경력교사는 생전 처음 당해보는 터무니없는 일이 억울하고 분했지만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어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반면 고경력 교사는 아무에게도 도움을 받을수 없고, 그래서 오롯이 혼자 감내해야 한다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에 절망적 선택을 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최근 잇단 교사들 죽음에는 일종의 베르테르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며 “더 이상의 비극을 막기 위해 지금이라도 정부와 국회, 그리고 우리 사회가 교권회복을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지금까지 내놓은 교권 대책들이 현장을 변화 시키기 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면서 “무엇보다 교권 4대 법안이 국회에서 공전을 거듭하고 있어 교사들을 자포자기하게 만들고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갈수록 심해지는 교권침해에 대해서는 형사처벌 등 강력한 대응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교수는 “학생이 여교사를 실신할 때까지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하는 것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며 “교사에 대한 폭행, 폭언, 성희롱 등 교권침해는 범죄이며 이들에 대해서는 엄정한 사법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터넷 등에 살인예고 글을 올리면 비록 장난이라 하더라도 벌금을 부과하는 등 정부가 강력하게 대처하면서 빈도수가 많이 줄어들었듯이 교권침해에 대해서도 사법적 잣대를 가지고 형사법에 따라 엄중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교육계에서는 교육적 조치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교육적으로 해결될 게 있고 안될 게 있다”면서 “교사에 대한 폭행은 범죄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교권회복 및 보호방안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 교수는 “수사권도 없는 선생님들한테 학교폭력 사건을 맡기는 것도 넌센스다. 생명의 위협을 받을 정도의 교권침해에 시달리는 현실에서 여기저기 위원회 만든다고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교권보호위원회를 교육지원청으로 올린다고 하는데 일종의 옥상옥에 불과할 뿐”이라며 “사법권도 없는 교육지원청은 또 무슨 죄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교권 침해와 교육활동 방해 행위가 갈수록 심해지는 원인의 하나로 그는 가정교육 부재를 꼽았다. 소위 ‘금쪽이’라 불리는 아이들이 가정에서 오냐 오냐 하며 크는 바람에 학교에서 선생님한테 ‘노’라는 말을 들으면 적응을 못 해 펄펄 뛰는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어려서부터 훈육을 하지 않으면 자기조절력이 떨어진다. 가정에서 하지 못한 역할을 학교가 해야 하는 데 문제는 교사에게 그럴만한 생활지도권이 없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무런 수단이 없는데 교사 무슨 수로 생활지도를 할 수 있겠는가. 아동학대범으로 몰리지 않으면 다행인 상황”이라고 개탄했다.

그는 “이제부터라도 교사에게 강력한 생활지도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말하고 “걸핏하면 학부모가 교실로 쳐들어오고 학생은 주먹질을 해 대는 엉망진창인 상황에 대응하려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또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엄격한 훈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래야 상급학년이나 상급학교로 올라가도 규율을 지키고 집단 공동체 생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어 “폭력이 난무해도 교육적이라는 이유로 처벌하지 않는 것이 더 나쁘다”면서 “비록 미성년 학생들일지라도 처벌할 것은 처벌하는 법과 원칙이 학교에서 지켜져야 교육이건 나라건 바로설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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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ㅇ 2023-09-13 17:29:26
동의합니다

옳소 2023-09-11 22:38:24
핵심을 콕 찝어 옳은 말씀만 해주셨네요

살고싶다 2023-09-11 22:12:28
교육계에서는 교육적 조치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교육적으로 해결될 게 있고 안될 게 있다”면서 “교사에 대한 폭행은 범죄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 콕집어, 딱잘라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즉시시행 2023-09-11 20:19:46
교사한테 온갖 범죄를 저질러도 왜 처벌이 안됩니까? 스토킹 갑질 폭행 폭언 협박 갈취!!!!!!학생 학부모가 교사에게 온갖 범죄를 저지르는 동안 도대체 다들 뭘 하셨어요!!!!왜 교사는 범죄를 당한 피해자인데도 아동학대로 고소를 당해야 합니까?!!!!!!!!!!!!!!!!!!!!!!!!!!!!!!국회의원님들!!!! 빨리 법을 고쳐주십시오!!!!!

소금별 2023-09-11 19:31:06
구구절절 맞는 말씀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