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호규 칼럼] 늘봄학교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려면
[조호규 칼럼] 늘봄학교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려면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3.09.07 17: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 조호규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사무국장
조호규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사무국장
조호규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사무국장

정부는 교육분야 국정과제인 국가책임제 강화를 위한 교육격차 해소를 내세우고 있다.

그중 하나가 초등돌봄교실을 운영하는 것인데 오후 8시까지 확대 운영하는‘초등돌봄교실 늘봄학교’(‘늘봄학교’)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초등돌봄 수요를 전향적으로 수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다.

‘늘봄학교’는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양질의 프로그램을 제공함으로써 초등 돌봄교실에 몰리는 대기수요를 해소하고 정부의 책무성을 높이는 중요한 정책이다.

하지만‘늘봄학교’는 높은 인기만큼 이에 수반되는 고려해야 할 측면이 있다. 하나는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돌볼 수 있는가의 측면이다.

‘늘봄학교’운영이 아이들을 종일 학교에 머물게 하면서 학습과 돌봄을 제공하는 것이므로 교육적으로 타당하고 바람직한 것인지, 타당하지 않은 면이 있다면 이를 교육적으로 어떻게 해소하여 교육적으로 보충할 것인지의 문제다.

또한 그것이 학교의 정규 교육과정 운영에 애로를 주는 것은 없는지의 측면이다. 늘봄학교를 유지, 관리함에 있어서 교사의 투입 여부, 전문 인력과 정규 교사와의 역할 분담의 문제, 관리자의 안전 책임 문제 등 등으로 인해 정규과정 운영에 비효율을 초래할 수 있는 문제 등이다.

전자가 늘봄학교 소수 아이들에 대한 것이라면 후자는 다수의 아이들에 대한 것으로 격차해소를 위해 소수의 아이들도 충분한 케어를 받아야 하겠지만 이것이 오히려 다수의 아이들을 차별하는 것으로 나타나지 않도록 충분히 살피면서 추진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늘봄학교’의 추진에서 다음과 같은 사항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첫째, 어린 학생들을 오랜 시간 학교에 머물도록 하는 것이 아이들의 올바른 성장에 도움이 되는지를 살펴야 한다.

아침 돌봄과 저녁 돌봄 모두에 참여하는 학생은 12시간 넘게 학교에 머문다. 이때 우리 아이들이 돌봄과 학습을 종합적으로 받는다는 교육복지라는 수사에 가려져 혹여 끊임없이 학습을 강요받을 수도 있다.

양질의 프로그램 없이 진행되는 학습의 내리매김은 아이들이 뛰어놀고 체험하며 느끼고 생각하는 건강한 성장의 기회를 빼앗을 수 있다.

이는 아이들이 돌봄교실을 벗어났을 때 누릴 가능성이 있는 주체적으로 삶을 계획하고 주도적인 즐거움의 세례를 받는 과정을 경험하지 못할 수도 있다.

아이들은 장시간 학교에 머물면서 잃어버리는 것이 있다. 부모와의 소통과 친밀감 형성에서 결핍을 쌓을 수도 있고, 친구들과의 다양한 활동 부족으로 정서적 능력 형성에서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어린 시절 부모를 비롯한 친구들과의 정서적 유대는 상대의 행동과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다투었을 때 갈등을 조정하는 전인적 성장에 깊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장시간 돌봄을 하는 것이 교육적으로 효과적인지 살펴봐야 한다. 그렇다고 사회적 변화와 부모 양육 환경, 친구 조건 등을 무시하고 막무가내로 늘봄학교의 문제를 말하고 싶지 않다.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적 고려와 실행이 필요하다. 공동체적 환경을 인위적으로 만들기는 어렵겠지만 프로그램은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늘봄학교’운영이 교육과 돌봄을 전도(主客顚倒) 해서는 안된다. 돌봄교실 운영 공간이 부족하여 일반교실이나 특별교실을 돌봄의 공간으로 전환하여 사용하는 사례가 많이 있다.

한편 돌봄교실 운영이 각종 행정업무와 민원 처리 과다를 야기해서 교사들의 열정과 에너지를 소진하게 하거나 정규교육과정 운영에 집중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현실이다.

돌봄교실 프로그램 운영, 그에 따른 강사 채용 및 급여지급, 대상 학생 출결 관리, 간식 구입, 시설관리 등 교사 본연의 업무가 아닌 일들이 즐비하다. 이는 안정적인 정규교육과정 운영을 침해하는 것이며 학교와 교사의 정체성을 흔드는 것이다.

정부는 학교와 교사는 교육의 중심이 되도록 교육과 돌봄 본말을 전도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살펴야 한다. 학교 소속 교사의 교육에 의존할 게 아니라‘늘봄학교’교육을 담당하는 늘봄 전업 교사와 돌봄을 담당하는 전문가가 별도의 ‘늘봄학교’를 운영하도록 해야 제대로 운영되지 않을까

셋째, 교육부는 1월에 발표한 ‘늘봄학교’ 운영계획대로 돌봄교실 운영에 따른 업무경감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서 안내해야 한다.

현재 한시적으로 채용된 인력과 늘봄부장이라는 직책을 맡은 교사가 업무를 혼자 떠안아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교육부는 어떤 인력이 투입되어 무슨 업무를 하고 어떻게 책임지는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업무경감은 고사하고 업무분장을 놓고 학교 구성원간에 갈등만 심화한다.

정부는 시범교육청 운영으로 문제점을 철저히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한 후에‘늘봄학교’운영을 1년 앞당기는 것이 순리임을 유념해야 한다. 잘 운영되는 기관 1~2곳을 보고 바로 전국적으로 시행하는 것은 오히려 학교와 교사를 힘들게 하고 행정력 낭비와 예산 비효율을 초래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중장기적으로‘늘봄학교’의 운영은 지역사회로 이관해 전담 인력과 조직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학교와 늘봄학교를 win-win하게 한다.

아이들에 관한 것이라고 단순히 판단하여 모든 것을 관행으로 학교로 밀어넣는 것은 학교교육도 돌봄도 동반 발전하기 어게 한다.

정부는 학교가 정규교육에 집중하도록 지원하고 지자체 등은 방과후 활동을 전담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지자체 중심으로 방과후 활동이나 돌봄교육이 운영되어야 사회의 다양한 인프라와 시스템을 활용하여 양질의 돌봄이 가능할 것이다.

중장기적인 방향에서 학교와 지자체가 협력해야만 아이들을 체계적․종합적으로 온전히 교육할 수 있다. 이것이 국가가 전적으로 책임지는 교육이 아닐까.

정부가 책임교육을 하겠다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돌봄과 교육의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계획을 세우고 추진하는 것에 국민 모두가 공감하고 동의할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을 오랫동안 돌봐주는 것이 교육적이라는 정부의 판단은 우려되는 지점이 있다.

과도한 돌봄은 온전한 가족의 의미를 퇴색하게 하고 가정의 기능을 약화시킬 것이다. 국가가 책임지는 돌봄을 이야기하기 전에 부모의 역할과 가정의 기능이 회복될 수 있도록 사회 구조적 시스템 개선도 병행되어야 한다.

소위 저녁이 있는 삶을 만들어 줘야 한다. 가정에서 부모와 교감하고 다양한 공간에서 배움이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 흔히 말하는 밥상머리 교육까지 이루어지도록 사회 전반적인 시스템을 바꿔주는 것이 합당하다.

건강한 가정을 만들고 가정내에서도 아이들이 바람직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국가의 더 큰 책무일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