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윤 칼럼] MZ세대 교사집회가 교육계에 남긴 유산들
[한상윤 칼럼] MZ세대 교사집회가 교육계에 남긴 유산들
  • 김민정 기자
  • 승인 2023.09.05 10:1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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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한상윤 전국교육대학총동창회협의회 회장
한상윤 전국교육대학총동창회장
한상윤 전국교육대학총동창회장

1차부터 끝까지 이번 교사대회에 참가하면서 교사대회를 마치고 드는 생각은 군사정부 시대로부터 수십 년이 흘렀음에도 정부가 하는 행정 행태는 과거와 판박이처럼 똑같다는 점이다. 그때는 인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군사정부이었고, 지금은 인권이 존중되는 자유민주주의 정부이다.

그때는 세계 사람들이 대한민국이라는 이름도 잘 모르는 동아시아의 작은 국가였으나, 지금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10대 무역 강국, 세계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가다. 그런데도, 현재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정부는 수십 년 전과 똑같은 레코드판을 돌리고 있다.

‘연가, 병가를 사용하는 교사는 처벌하겠다’는 말은 기시감(데자뷰) 마저 든다. 그때와 지금을 비교해야만 한다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이번 단일 집단 집회에 최대 인파가 모인 대회를 마친 후 이번 교사대회가 남긴 유산을 알아보기 위해 필자가 이번 교사대회에 참가한 후 갖게 된 개인적인 느낌을 중심으로 이번 교사대회의 성격, 교사대회의 성공 요인, 교사대회를 통해 얻은 시사점, 교사대회 이후에 예상되는 갈등을 간략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이번 교사대회의 성격은 과거의 교육 운동과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차이가 있는데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이번 집회는 보통 교사가 주도한 교육 운동이다.

과거 교육 운동은 특정 교직 단체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담론중심의 교육 민주화 운동이었다. 즉, 정부로부터의 교육 독립을 유지하기 위한 교육 운동, 정치적 성격이 강한 교육 운동이었다. 반면에 이번 교육 운동은 다수의 보통 교사가 주도한 생존을 위한 교육 운동, 잘 가르치기 위한 교육 운동, 비정치적 성격의 교육 운동이다.

둘째, 정부와 교육청의 수요자 중심의 교육정책 추진에 대한 조정과 조절을 요구하는 교육 운동이다.

우파 정부(교육감)의 학부모 수요자 중심의 교육정책 추진, 좌파 정부(교육감)의 학생 수요자 중심의 교육정책 추진에 대한 속도 조절과 방향에 대한 조정을 요구하는 교육 운동이다.

어떻게 보면 대의정치와 교육감 직선제에 따른 수요자 중심의 정책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최근 교육정책과 입법의 추진내용을 보면 좌파, 우파 모두 포퓰리즘적 시각임을 부인할 수 없다. 이번 교사대회는 이에 대한 교사들의 정상화 요구이다.

라떼 세대인 필자의 시각에서 본 이번 교사대회의 성공 요인을 간단히 살펴보면, 첫째, 이번 교사대회의 주도 세력은 MZ세대라는 점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관심의 대상, 논의의 대상은 단연 MZ세대다. 그렇기에 그들에 대한 지나친 관심은 지나친 비판과 지나친 찬사로 이어진다. 어떤 사람은 그들을 일컬어‘신인류’라는 표현하기도 한다.

이런 표현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의식에는 MZ세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내재 되어 있다. 그러나 이번 대회는 MZ세대에 대한 이런 비판을 뛰어넘어 오히려 장점이 부각이 된 행사다. 물론 간혹 아쉬운 점들도 있었지만, 기성세대들이 생각하지 못한 신선한 기획이 돋보였다.

처음부터 정치(적인)세력과 정치적 발언의 배제 등 기성 정치권과 연계된 세력의 자장에서 벗어난 점은 교사대회에 지속적인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영상 세대에 걸맞게 드론을 띄워 스크린의 현장성을 높였다는 점, 하늘을 향해 피켓팅을 하는 점 등은 뜨거운 아스팔트의 열기를 식혀주기에 충분했다.

둘째, 언론과 사회에서 보여준 의도된 무관심이다.

처음에는 언론과 사회, 정치권에서 교사대회에서 제기된 주 관심사인 교권에 관심을 가지는 듯하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일 뿐, 집회가 계속될수록 반응은 갈라치기, 의도된 무관심이었다.

이는 교사대회 참여를 머뭇거리던 수많은 교원을 뜨거운 아스팔트 위로 인도하였다. 다른 집단은 작은 규모로 집회만 하여도 모든 언론에서 호들갑을 떠는데 교사대회는 그러지 않았다.

교사 집단은 스스로 생각했다. 왜들 이럴까? 그렇지, 그들은 우리를 필요할 때만 착한 집단, 높은 도덕성을 지녀야만 하는 집단이라고 칭하고, 바로 뒤에는 무엇인가가 따라온다. 집회 후에 문제점을 찾아내어 공격하면 금방 쓰러질 집단, 제풀에 지쳐 쓰러질 집단쯤으로 여기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미쳤다.

교사들은 그들의 그러한 마음마저도 읽어 버렸고, 국민에게 그들이 생각한 것보다 더 높은 도덕성을 가지 집단임을 제대로 보여주었다. 정치적 투쟁 구호 없는 집회, 봉급을 인상해달라는 집단 이기심이 없는 집회, 집회 후 출퇴근 대란을 초래하는 행진이 없는 집회, 쓰레기가 없는 집회를 만들었다.

교사들은 30도가 넘는 아스팔트에서 인내하고 또 인내했다. 언론과 사회의 무관심에 흥분하여 폭력으로 맞서지 않고, 간디가 실행한 은근과 끈기의 불복종 운동으로 맞섰다.

셋째, <서이초 교사>의 49재 추모 행사에 대한 정부의 강경 대응이다.

교사들은 우리가 무더위에도, 빗속에도 나와 집회를 열고 있으나, 정부의 대책 마련은 방향과 속도의 면에서 미온적이라고 생각하였다. 정부의 움직임이 요란하기는 하나 실효성이 있는 대책이 거의 없다고 판단했다.

교사들의 교권 대책에 대한 갈증은 사막의 한가운데 서 있기에, 더는 타는 목마름을 참고 기다릴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정부가 내놓는 대책의 속도와 수준은 어디에 우물을 팔 것인가를 논의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본 것이다.

교사들은 <서이초 교사>의 49재까지 기한을 정하고 정부와 정치권에 삶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요구를 하였다. 그런데, 정부는 오히려 살려달라는 교사들의 절실함, 살고 싶다는 마음, 가르치고 싶다는 마음을 외면한 채 엄벌주의적 시각에서 징계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이것은 마치 배고파 죽겠다고 가게와 찾아와 밥 좀 달라고 사정하는 사람의 밥그릇을 걷어차는 꼴이다.

이것은 정부의 큰 착각이었음이 입증되었다. 기성세대가 지칭한 바처럼 Z세대가‘신인류’라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Z세대는 아무리 윗사람이라 하더라도 본인들이 생각하는 것과 배치되는 것을 강요하면 무조건 복종하지도 않는다.

본인들이 옳다고 생각하면 아무리 윗사람이 하지 말라고 해도 한다. 그들은 특정 교직 단체에 가입하지도 않고, 지나친 정치적 주장에 동조하지 않는다. 탈정치(화된) 세대이지만 이번 집회를 통해 알게 된 바처럼 어떻게 보면 가장 정치적인 세대다. 정부는 이 점을 간과한 것이다.

이번 교사대회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두 가지만을 언급하고자 한다.

첫째, 무능한 교육부, 교육청의 교육정책 수립기능에 대한 환수 요구다.

이번 교사대회는 약 5,000명 정도의 작은 집회로부터 시작을 했으나, 9월 2일 여의도 집회는 약 20만 명 내지는 30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모인 교사대회로 막을 내렸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교사대회를 키워준 사람이 중앙정부이다.

정부가 대책을 마련할 시간이 있었음에도 대책을 마련한다고 요란과 호들갑만 떨었을 뿐 제대로 된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교사의 입장에서 보면, 우리를 옥죌 때는 쉽게 각종 대책과 법을 만들더니, 이번에는 상당한 시일이 지났음에도 우리가 원하는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오지 않았다.

그 결과 급기야 9월 2일 여의도 집회에서는 교사들이 직접 교육정책을 마련하겠다고 선언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들은 교육부와 교육청은 정책 수립의 기능을 내놓으라고 공식적인 요구를 하기에 이르렀다.

이것은 교사들에게 교육부와 교육청은 무능한 기관이 되었음을 여실히 보여준 것을 의미한다. 이는 자칫 과거에 나왔던 ‘교육부 폐지론’에 불을 다시 지피게 할 수도 있다.

둘째, 교사들은 위기 상황에서의 정부와 교육청의 위기 대응 능력을 보고자 한다.

교사들은 1차 대회부터 7차 대회까지 일관되게 유지해온 한 가지 기조가 있다. ‘우리는 학생을 제대로 가르치고 싶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교사들은 본인들이 주장한 점과는 정반대로 정부와 교육청이 그토록 징계하겠다, 핸드폰 위치 추적을 하겠다는 등의 겁박을 하는 데도 9월 4일 연가, 병가를 내려고 하는 것인가?

이들은 정치인을 닮아서 본인들이 한 말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는 것인가? 아니다. 이들은 대한민국의 교육이 정부와 교육청의 무능에서 비롯된 것임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위기 상황에서의 정부와 교육청의 무준비성을, 무계획성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이를 통해서 그들은 대한민국 정부의 교육에 대한 무관심과 무능을 국민 앞에 똑똑히 보여주려는 것이다.

향후 9월 5일 이후 학교는 겉으로만 보면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러나, 그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앞으로 학교 현장은 엄청난 격동의 시기에 돌입할 것이다. 그 원인과 예상되는 모습을 상상해 보면,

첫째, 징계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정부는 공언하였다, 연가를 사용한 교사, 병가를 사용한 교사, 학교 재량휴업일을 실시한 학교장을 징계하겠다고. 그러나 교사들의 집단 저항과 사회적 부정적 여론이 거세지자 9월 4일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국회 답변 과정에서 연가·병가·재량휴업 등으로 <서이초 교사>의 49재 추모 집회에 참여한 교사들을 징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징계하겠다는 공문을 학교에 여러 번 보낸 교육부가 징계하지 않겠다는 방침도 명문화해 안내할 것인지? 교사는 징계하지 않지만, 연가, 병가, 재량휴업을 결정한 학교장을 징계하겠다는 의미인지? 분명한 것은 아직 아무것도 없다. 자칫 9월은‘교원징계의 달’이 될 수 있다. 학교 현장에 불어올 찬 바람은 더 큰 혼란과 갈등을 가져올 수 있다.

둘째, 학교장과 교사 간의 갈등의 격화될 것이다.

앞으로 학교에서는 학교장과 교사 간에 갈등이 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두 가지 측면에서 그렇다. 하나는, 학교 재량휴업일을 지정한 학교와 그렇지 않은 학교, 연가와 병가를 유연하게 허락한 학교, 그렇지 않은 학교에서의 교장과 교사 간에 갈등이 격화될 가능성이 있다.

다시 말하면, 학교 재량휴업일을 지정하지 않은 학교장, 연가, 병가를 유연하게 허가하지 않은 학교장은 교사들과 앞으로 상당한 갈등이 생길 수 있다. 상상하기도 싫은 것이지만 불행하게도 이런 상황은 어떤 교장을 하늘의 별이 되게 할지도 모른다.

우여곡절도 많고 많은 기록을 남긴 교사대회는 막을 내렸다. 평가는 각자의 몫이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정부와 시·도교육청은 이번 교사대회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그들이 요구한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제2의 교사대회는 언제든지 재개최될 수 있다.

최근 MZ세대 교사들은 정치화된 교직 단체를 멀리하고 있었다. 그들은 우리가 세상을 바꿀 수는 없으나, 학생에게 올바른 교육을 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고 교육에 임해왔다. 그러나, 이제 그들은 바뀌었다.

우리가 나서지 않는 한 우리의 생존권마저도 담보할 수 없다. 우리가 학생을 잘 가르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집단이 없음을 알아 버렸다. 생존권을 찾기 위해 나선 이번 대회에서 그들은 오히려 연대감과 효능감을 맛보게 되었고, 간주관성을 가지게 되었다.

이제는 나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이제는 나 혼자 교실에서 절대 울지 않겠다고 다짐하였다. 이제는 죽지 않을 것이고, 죽으려면 차라리 그 힘으로 세상을 바꾸겠다고 결심을 하였다.

다만, 이번 교사대회를 모두 마치면서 한 가지가 아쉽다, 교사 집단, 자신에 대한 반성과 성찰도 있었으면. 그러나, 이것은 나만의 작은 욕심일 뿐이다. 7차 대회까지 장기간 성공적인 대회를 이끌어온 집행부의 노고에 경의를 표한다.

또한, 이 기회를 통해 후배 교사들에게 다시 한번 제대로 된 교육환경을 만들어 놓지 못한 점, 좋은 교직 문화를 만들어 놓지 못한 점 진심으로 사과한다.

끝으로 모든 선생님의 안전과 건강을 부탁드리고 기원한다. 끝까지 잘 가르치겠다는 교사대회 초심의 끈을 놓지 말기를, 그리하여 국민의 신뢰를 가장 많이 받는 집단이 되기를.

정치권에 부탁드린다, 교사들이 다시는 길거리에 나서지 않게 해 달라고. 정치권에 호소드린다, 교사들이 있어야 할 곳은 길거리가 아닌, 학생과 함께하는 교실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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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sel 2023-09-06 13:47:39
감동적인 글 감사드립니다. 교사들은 올바른 정책이 마련될 때까지 끝까지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