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옥 칼럼] ‘학·사·모 일체’ 운동으로 교육공동체 회복하자
[안양옥 칼럼] ‘학·사·모 일체’ 운동으로 교육공동체 회복하자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3.08.28 1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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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안양옥 전 서울교대 교수/ 전 한국교총회장/ 전 한국장학재단 이사장
안양옥 전 서울교대 교수/ 전 한국교총 회장
안양옥 전 서울교대 교수

지난 7월 18일 서이초에서 발생한 담임교사의 극단적 선택은 대한민국 사회와 교육계를 혼란으로 몰아넣었다. 그간 업무 스트레스와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으로 생을 포기한 교사는 적지 않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올해 6월 말까지 공립 초·중·고 교원 100명이 자신의 생을 마감했다. 현장에서는 결국 터질 일이 벌어졌다는 인식이 팽배하며 교사를 보호할 방법을 봇물 처럼 요구한다.

교육 당국은 교사를 죽음에 이르게 한 근본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기보다는 법령과 규정, 제도적 대책만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교사들은 이런 미봉책으로는 교실을 지킬 수 없다며 거리로 뛰쳐나오고 있다.

교원을 대표하는 한국교총과 교원노조의 재발 방지책도 상반된 궤도를 걷고 있다. 교총은 비극적인 현상의 단초를 학생과 학부모의 책임으로 지목하면서 학생인권조례의 재검토와 교권보호법 제정을 요구한다.

반면 노조는 사태의 원인을 교육부, 교육청, 학교 관리자에게 돌리면서 학부모 민원관리시스템의 도입, 악성 민원에 대한 교육감과 관리자의 책무를 강화할 것을 주장한다.

정부와 교육계는 사태의 원인에 대한 근원적인 분석보다는 일시적인 미봉책인 법 제일주의 혹은 규정 만능주의에 매몰되어 있다.

교권보호법 제정, 학생인권조례 폐지나 수정, 교권조례 제정, 교사개인정보 보호, 학부모 민원창구 단일화, 면담 사전예약 시스템 도입 등 쏟아지는 대책들은 이미 예전부터 주장된 내용이거나 현 상황을 모면할 사후약방문식 처방이다. 법, 규정, 절차만으로는 교실 붕괴와 교권 추락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교실붕괴 가장 큰 원인은 교사, 학생, 학부모 불신

현재 교사들은 정당한 교육활동 중에도 학생 및 학부모의 폭언, 폭력, 인격 모독과 명예훼손으로 정상적인 수업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교사의 교육권뿐만 아니라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까지 침해를 당하고 있다.

이런 교실 붕괴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교사와 학생, 교사와 학부모의 상호 불신이다. 학부모는 자녀를 학교에 맡기면서 교사의 전문성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자녀를 과잉양육(Hyper/Helicopter parenting)하는 일부 학부모는 교사에게 과도한 요구를 함으로써 교사의 생활지도와 수업을 어렵게 한다. 또한 이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 교사 스스로 해결하도록 옥죄는 교직 사회의 풍토도 그 원인이다.

교육 주체들 간의 불신의 시작은 수요자 중심의 교육을 주장한 5.31 교육개혁부터 시작되었다. 5.31 교육개혁은 숭고한 교육의 가치를 시장 경제 원리에 입각해서 학부모와 교사의 관계를 수요자와 공급자로 이데올로기화 시켰다.

그 결과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의 요구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조치들이 이루어졌고 학부모 중심의 학교운영과 학부모 단체도 조직되었다. 그 과정에서 시나브로 교실 붕괴는 시작되었고, 교사의 전문성과 권위에 대한 존중은 점차로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경제논리 바탕 수요자 중심 교육, 교권-전문성 상실 초래

지금은 쓰기도 민망한 표현이 되었지만 한때,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를 강조하면서 학교 교육에 힘을 실어 주던 시절도 있었다. 학부모도 교사의 권위와 전문성을 신뢰하고 존중해 주었다.

이러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교육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은 보장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이러한 권위는 교사보다는 교육행정 및 관리자의 권위가 되어 버렸다. 교육행정 기관과 학교 관리자는 교실에서 발생하는 수업방해와 문제행동에 대해 교사를 지원하고 적극 대응하기 보다는 문제가 커질 것을 우려해 수요자인 학부모의 입장을 두둔하기에 바쁜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거시적 관점에서 교육공동체의 진정한 신뢰 관계의 회복을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와 운동이 필요하다. 학생인권조례의 폐지나 보완 혹은 교권보호법이나 교사를 보호하기 위한 조례 및 규정의 보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게다가 교사와 학생 및 학부모의 갈등 해결을 교육계나 학교의 문제만으로 국한해서 생각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이런 갈등의 구조와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 가정, 학교, 사회가 참여하는 범사회적인 운동이 시작되어야 한다.

교사와 학부모의 신뢰 회복과 건전한 사제관계의 회복을 위해서는 범사회적 학사모 일체 운동과 인성교육 ‘실천’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먼저, '학ㆍ사ㆍ모 일체' 운동은 학생, 교사, 학부모가 올바른 교육을 위해 하나의 마음을 갖는 캠페인이다. 교사는 자녀를 학교에 맡기는 학부모와 긴밀한 협조를 통해 아이를 지도하고, 학부모는 교사의 전문성과 능력을 믿고 이를 지지해 주어야 한다. 이러한 풍토가 자연스럽게 사회 운동으로 확산되어야 한다.

5.31 교육개혁은 교사와 학부모를 공급자와 수요자로 분리시키는 결과를 가지고 왔다. 따라서 수요자인 학부모는 끊임없이 자신의 자녀관과 교육관을 교사에게 요구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렇다고 이전의 교사와 학부모 관계로 돌아가자는 것은 아니다. 교사든 학부모든 서로 편견을 가지거나 무시해서는 안 된다. 자녀 교육을 위해 운명의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인성교육은 대한민국 교육 디딤판 .. 범사회 실천 운동 필요

다음으로, 범사회적 인성교육 ‘실천’ 운동의 방점은 ‘실천’에 있다. 진정한 인성교육은 학교가 아닌 가정과 사회가 직접 나서야 한다. 그리고 이론이 아닌 사회적 ‘실천’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이를 위해 별도의 법을 제정할 필요도 없다.

이미 「인성교육진흥법」이 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법에 명시한 것처럼 인성교육을 사회적 운동으로 이를 계획, 확산, 평가할 의무가 있다. 범사회적인 인성교육의 실천은 대한민국이 제2의 교육발전을 이룰 수 있는 디딤판(spring board)이 될 수 있다.

현 학교 교육에는 과잉 민주주의의 확산이 그 기저에 깔려있다. 그 결과 민주주의와 개인주의 가치만 있고 공화주의와 공동체주의 가치가 상실되고 있다. 인성교육의 실천을 통해 공동체의 가치를 확인하고 스승을 존중하는 사회적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아울러, 교직사회의 풍토가 바뀌고 교사 양성기관 및 임용시험 제도의 보완도 필요하다. 교사와 학생 및 학부모의 갈등이 발생하면 교육기관과 관리자가 먼저 나서서 교사를 보호하면서 적극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

또한 문제 행동을 하거나 비상식적인 학부모의 민원은 경험이 많은 선배 교사나 관리자가 해결하는 교직 사회의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교사양성 과정과 임용제도에도 개혁이 필요하다. 예비 교사들이 양성기관에서 배우는 내용의 대부분이 임용시험과 관련된다.

양성기관이 임용시험 준비 기관이 되었고, 예비 교사들이 교육 현실을 정확히 이해하고 이에 대응할 수 있는 교육과정이 부족하다. 양성기관의 교육과정의 개정이 필요한 이유다.

임용시험 역시 전공 지식, 수업 시연, 면접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에 학교 현장에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갈등 상황을 조정하고 이를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내용도 포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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