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현의 칼럼] "교권 살리기 대통령이 나서야"
[신호현의 칼럼] "교권 살리기 대통령이 나서야"
  • 김민정 기자
  • 승인 2023.08.09 2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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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신호현 서울 배화여중 교사
 

1년 중 가장 무더운 8월 무더위다. 한낮의 정점 온도가 36도를 찍은 날씨에 검은 아스팔트 위에 앉으면 체감온도 40도를 넘는다. 인간에게 40도는 고열로 앓아누울만한 온도다.

1학기 내내 바쁜 격무에 시달린 선생님들이 방학이라 조금 쉬어야 2학기를 내달릴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다. 7월과 12월에 가장 질병에 노출되는 선생님들에겐 방학 충전이 없으면 배터리 아웃이다. 그런 8월 무더위에 주말 광화문에 4만 명의 선생님들이 시위를 하고 있다.

누가 선생님들을 광화문으로 내몰았을까. 설마 선생님들이 제발로 갔다고 말하는 어리석은 사람은 없으리라. 서이초 선생님이 아니더라도 지난 6년 간 100명의 선생님들이 극단 선택을 했다는 뉴스를 보았다.

'선생님'은 그 시대의 최후의 보루가 아닐까? 선생님이 아이들을 두고 극단 선택을 하고,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두고 뛰쳐나왔다면 분명 학교에는 불이 난 상황 이상의 큰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직감해야 한다.

선견 있는 정치인, 교육 정책가, 언론이라면 뛰어 나오기 전에 감지하고 대책을 세웠어야 했다. 교육부가 다음 달에 '교권 보호 종합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라지만 선생님들은 그 때까지 얼마나 더 외쳐야 하는가.

교권을 살리려면(2), 첫째, '교육방해법'을 제정해야 한다. 새로운 법 제정 절차가 복잡하고 까다로우면 경찰공무원, 소방공무원, 행정복지센터 직원들이 공무집행방해로 처벌하는 곳에 선생님들도 포함시켜야 한다.

경찰공무원, 소방공무원, 행정복지센터 직원들이 공직을 수행함에 얼마나 힘든지 법으로 보호해야 함에 공감하듯 이제는 교육공무원이 학생이나 학부모를 상대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가를 공감해야 할 때다. 우리나라 치안이 세계 제일이라 자랑하듯 교권도 세계 제일로 보호되어야 할 때다. 선생님은 교육공무원이지만 학생이나 학부모의 무분별한 침해로부터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공무집행방해는 공무지시를 따르지 않았을 때 처벌하는 것이고, 특수공무집행방해는 공무원에게 상해 또는 사망에 이르게 했을 때 가중 처벌하는 것이다. 선생님이 학생에게 맞거나 학부모의 소송으로 극단선택을 한다면, 이제는 공무집행방해를 선생님들에게도 적용시켜야 할 때가 되었다.

선생님이 학생 인권을 존중하지 않았을 때는 학생인권조례로 심판을 받아야 하지만 학생이나 학부모도 교권을 침해하면 공무집행방해로 처벌할 수 있어야 한다. 재판에서 무죄가 밝혀지면 무고한 소송에 대해서도 교사의 업무를 방해하였기에 공무집행방해에 해당된다.

둘째, 이제는 대통령이 나서야 할 때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월 15일 스승의 날을 맞아 교원 22명을 대통령실에 초정해 "교육이야말로 개인의 자유와 국가 번영의 기초”라고 하고 “앞으로 우리 정부는 선생님들이 가르치는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교권을 탄탄히 바로 세우는 일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교육 현장에서 체감되는 대통령의 노력은 없고, 오히려 교권 침해로 학교와 선생님이 무너져 내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현장 선생님들은 이 이상 더 무너질 수 없는 막다른 골목 광화문 아스팔트에서 호소하고 있는데 교육감은 '학생인권조례를 손볼 수 없다.' 하고, 교육부는 2학기가 한참 시작된 다음 달에서야 '종합 대책'을 내놓겠다 하니 얼마나 더 선생님들이 각 지방에서 버스를 타고 올라와야 하고 이 무더위 속에 땀을 쏟아야 하는가.

당장 2학기 개학이 두려운 현실인데 집에서 가족과 휴가를 떠나고 2학기 지도안을 준비할 수 있겠는가. 국제적 망신살 뻗치는 세계잼보리대회도 윤 대통령 한 마디에 67억 긴급 자금이 지원되고 공무원들 발 빠르게 움직이는데 선생님 존중한다는 정치인들, 교육정책가들은 선생님들께 시원한 물 한 병이라도 대접한 적 있는가.

셋째, 아동학대법의 적용에 일부 조항은 학교교육에서 제외시켜야 한다. 아동이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키고 보호하려는 취지에서 만든 아동학대법이 잘못 적용되고 있을 때는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 발빠른 대처를 해야 한다.

특수아동을 교육하는 교사에게 정서학대 조항을 근거로 소송을 제기하고 직위해제를 시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 고의로 정서학대를 했다면 몰라도 교육을 위한 행위는 보장받아야 교육이 가능하다. 가정에서 부모가 자녀에게 잔소리(훈육)했다고 자녀가 경찰에 신고하면 부모를 그 집에서 격리해야 하는가. 수십 명의 다른 자녀는 어찌 하겠는가.

다행이 초등학교 특수교사는 '교육감의 현명한 대처'로 위기를 모면했지만 지난 6개월 내지 10개월 동안 얼마나 가슴을 태웠을까 생각하면 눈물난다.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따라 아동학대법을 제정한 것은 잘한 일이지만 법의 제정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잘못 적용되고 있는지 검토하여 발빠르게 부칙을 달아 제한하여야 한다.

또한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다른 공직자들은 3심 판결까지 직무를 수행하는데 선생님들은 제소 즉시 직위해제라 하니 일부 학부모들의 먹잇감이 된다. 국회의원들의 '면책 불체포특권'은 국정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법이다. 선생님들의 '면책 불체포 특권'을 달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국정활동만큼 교육도 중요하지 않은가.

고대문화 최후의 위인이라 불리는 아구스티누스는 '자유는 법률의 보호를 받아 처음으로 성립하기에 법 외에 자유가 있을 수 없다.'라고 했다. 논어에서는 '법률 제일주의 하에서는 도덕은 땅에 떨어지고 만다.'는 말을 하고 있다.

'법에만 걸리지 않으면' 어떤 짓을 해도 괜찮다는 생각을 하거나, '법에 있으니까' 그 법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거친 세상을 실수 없이 잘 살아가도록 미성년의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육이 존중받아야 나라가 산다. 교권을 살리는 일은 교육을 살리는 일이고 나라는 살리는 일이다.

예전에 선생님들이 회초리로 교육했다면 회초리가 없는 선생님들을 지켜줄 대안이 있어야 미성년의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지 않는가. 정치인, 교육 청책가, 언론이 선생님들을 지켜줘야 하고 학부모님들이 선생님 편이 되어 주어야 교육을 바로 세울 수 있다.

내 자식이 소중한 만큼 선생님도 누군가의 자식이고 형제자매이다. 우리가 가난한 자, 약자를 돌보고, 함께 나누고 배려하며 모두 행복하게 잘 사는 나라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제 학교 현장에 약자가 된 선생님들을 살리기 위해 대통령에서부터 학부모까지 함께 손잡고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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