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호규 칼럼] 교권 대책, 거대한 담론보다 실질적 대책부터
[조호규 칼럼] 교권 대책, 거대한 담론보다 실질적 대책부터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3.07.26 2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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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조호규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사무국장
조호규 전국시도교육감협 사무국장
조호규 전국시도교육감협 사무국장

[에듀프레스 장재훈 기자]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반 학생에게 폭행을 당하고, 다른 초등학교에서는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불행하고 안타까운 사태가 발생하였다.

언론은 분주히 사건 소식을 전하였고, 우리의 공교육 시스템이 붕괴될 것을 염려하며 이 사태를 공교육에 대한 심각한 위협의 신호탄으로 바라보고 있다. 교육당국은 사태수습과 더불어 대책 마련에 분주하고 여러 교원단체는 이 사태에 대한 성토와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최근의 두 사건이 갑자기 발생한 것도 아니고 교권침해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 새롭게 부각된 문제도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다양한 교권침해 사례가 발생하였고 이에 대하여 교육당국의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의견이 다양하게 전달되었으며, 아동학대처벌법과 아동복지법 등이 교사가 정당한 교육활동을 하는데 상당한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수차례 있었다.

하지만 교육당국은 책임있게 대응하였으나 구체적인 실천에서 더디었고, 이에 대한 법률처리 문제도 국회의원별로 발의되었으나 별다른 진전없이 국회에서 계류 중에 있다.

사태가 발생하고 나서야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교육부총리는 시도교육감과 간담회를 열어 대책회의를 하고, 각종 교원단체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였다.

또, 시도교육감들은 분향소를 설치하며 이 사태의 심각성을 뼈저리게 느끼고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으며, 국회의원들도 각종 설문조사와 사안 조사를 위해 각 교육청에 많은 요구자료를 내리고 있다. 여러 교육학자와 사회학자들은 언론을 통해 현 사태의 문제들을 다양한 관점에서 지적하고 있다.

왜 이제야 그러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지만, 어차피 국민적 공론화가 진전되고 있는 지금 신속히 대책을 만들어서 교원을 지키고 우리 학생들을 지켜야 한다. 이번 두 사태를 통해 우리는 거시적으로 잘못된 공교육 시스템을 진지하게 들여다 보아야 하며, 미시적으로는 교원이 정상적인 교육활동을 할 수 있고 보호받을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다만,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우리 교육에 대한 거대한 담론이 아니라 즉각적이며 체감할 수 있는 효율적인 대책 마련이다.

우선, 교사에게 제기된 각종 민원과 고소‧고발에 학교 또는 교육청이 충분히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현재는 교사가 학부모 민원을 오롯이 혼자 견뎌야 하며, 아동학대 신고시 교사가 홀로 변호사를 고용하여 대응하고 있다. 교육청은 최소한의 법률적 자문 수준에 그치지 않고 아주 작은 민원 사안이라도 직접 변호사가 사안을 인지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변호사를 확충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아이러니하게도 학교장은 아동학대 신고의 주체이면서 아동학대로 신고받은 교사를 보호해야 하는 당사자의 역할을 해야한다. 이렇게 되어서야 학교장이 어떻게 교사를 보호할 수 있을까? 그래서 이에 대한 법률의 개정과 보완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교권보호위원회의 징계가 실효성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학생들은 의무교육 대상자이기 때문에 교권침해시 가장 중한 처벌이 전학조치이지만, 이 또한 언제까지 어떻게 전학을 하라는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 결국 문제를 일으킨 학생은 잠재적 위험성을 내재한 채 충분한 교육과 반성없이 다른 학교로 옮겨가면 그만이다.

의무교육의 좋은 취지를 이런 식으로 악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의무교육은 교육의 기회를 공평하고 동등하게 부여하는 것이지, 반드시 학교를 통해 의무교육을 실현시켜야 한다는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학교만이 의무교육 기관이 아니라 다양한 대안교육 기관들과 의무교육의 책임을 나눌 수 있도록 한다면, 제도권 교육으로 들어오기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법과 제도가 인정하는 대안교육 기관에서 충분히 가르쳐 배우게 할 수 있다. 더불어 교권침해로 전학처분을 받은 학생들도 대안교육 기관의 프로그램을 이수한 후 전학을 갈 수 있도록 한다면 실효성 있는 징계가 될 것이다.

이런 학교를 당장 만들기기 용이하지 않다면 프로그램이라도 확대‧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부모의 동의없이도 적절하고 적당한 절차를 거쳐서 이런 징계를 받은 학생들을 대안교육 기관에 보낼 수 있는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최근 발생한 두 사태의 본질은 학부모의 이기적이고 악질적인 민원이다. 7월 25일 전교조에서 발표한 교권침해 유형 1위가 학부모 악성 민원이다. 이런 악성 민원을 어떻게 차단하는가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학급 담임 교사가 민원을 받기 어려우니 학교 어딘가에 민원창구를 별도로 만드는 것은 또 다른 교원을 피해자로 만들 수 있다.

이미 학교 교무실은 학급에 대한 민원 이외에도 다양한 악성 민원이 산적해 있다. 학교내 민원 창구를 만들 것이 아니라 교육지원청 단위의 콜센터나 민원접수센터를 질적으로 제고하고 확대‧강화하여 그 안에서 민원을 담당해야 한다. 제기된 민원이 정말 교육 발전과 학교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 1차 판단 후 민원으로서 가치가 있는 것만 학교로 안내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수 많은 의견이 나오고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현 시점에서 교육당국은 악성 민원을 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로 인해 교사가 직위해제 되고 법정에 서는 것을 막는 것만으로도 대책의 절반은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정말 열정적으로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들의 교육활동과 생활지도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조속히 마련해주길 바란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속담처럼 뒤늦게 뉘우쳐도 소용없음을 탄식하는데 그치지 말고, 다른 소를 잃지 않도록 외양간을 단단히 고쳐야 한다. 요즘 악성 민원으로 인해 젊은 교사들이 떠나고 있다.

젊고 유능한 인재들의 이탈은 우수한 공적 시스템의 구축 운영을 파괴하는 것이며, 결국 이 피해는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게 될 것이다. 소중한 사람들이 다시 떠나가지 않도록 법률적‧제도적‧사회적으로 장치를 마련해줄 것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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