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수행, 후 활용’이란 먼저 자신의 뇌를 활용하여 주어진 과제 기본 틀과 보고서 초안을 잡은 후에 AI를 활용하여 보완하는 것을 의미한다. 뇌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때, 즉 뇌 발달이 가장 크게 이뤄지는 때가 보고서의 기본 틀을 잡고, 틀에 맞춰 생각을 정리하는 때이다.

이 단계를 AI에 의존하게 되면 보고서 작성 과정을 통해 개발되기를 기대했던 뇌가 아니라 AI만 발달하게 될 것이다. 의존성이 높아진 학생들은 AI를 활용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문제 발견, 문제 해결 등을 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그러면 AI 의존도는 더욱 높아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될 것이다. 만일 AI를 활용하여 보고서 틀과 초안을 작성한 후에 이를 학생이 보완하면 부정행위로 간주하고, 부정행위자 처벌은 교칙에 따름을 명시해야 한다.

자료 검색 등을 통해 스스로 보고서 틀을 잡으라고 해도, 손쉬운 해결책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유혹을 이겨내기는 쉽지는 않다. 학생들이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도울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은 AI 활용 과정과 그 결과를 상세히 기록하여 최종 보고서와 함께 제출하게 하는 것이다.

다음은 하나의 예시이고, 이를 토대로 교수자의 성향, 과목 특성에 맞춰 수정보완하여 사용하길 바란다. 과제 기본틀 작성의 경우를 예로 들면 다음과 같다.

1) 기본 틀 작성 단계에서 제출할 사항

자신이 작성한 보고서 기본 틀, AI를 활용하여 보완한 수정본도 함께 제시하되, 다음의 사항을 포함시킬 것

. 기본 틀을 잡기 위해 했던 검색을 비롯한 자료 검토 노력 과정과 내용

. 어떤 AI에게 언제 어떤 명령을 내렸는가?

. 명령어가 바뀜에 따라 AI가 제시한 결과가 어떻게 바뀌었는가?

. AI가 제시한 내용 중에서 어떤 내용을 자신이 놓쳤고, 왜 놓쳤다고 생각하는가?

. AI가 제시한 내용 중에서 어떤 내용을 왜 활용했는가?

. AI가 제시한 내용의 타당성은 어떻게 확인했는가?

2) 기본 틀을 토대로 한 소집단 토론회 후에 제출할 사항

학생이 작성한 보고서 기본 틀을 바탕으로 수업 중에 소집단 토론회를 개최할 필요가 있다. 학생들은 AI의 도움을 받아서 작성한 보고서 틀에 대해 의견을 나누면서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활동을 할 수 있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누구의 도움을 받아 어떻게 변경하기로 했는지도 ‘보고서 작성 과정 노트’에 기록하도록 하면 좋다. 변경된 내용에 대한 의견을 AI에게도 물어서 활용 가능한 새로운 아이디어가 더 없는지를 확인하고, 보고서 기본 틀을 확정하게 한다. 학생들이 제출할 사항은 다음과 같다.

. 자신의 보고서 기본 틀에 대해 조원들이 나눈 내용은 무엇인가?

. 누구의 도움을 받아 어떻게 변경하기로 했으며, 그 내용을 수용하기로 한 이유는무엇인가?

. 수정본에 대한 AI의 의견은 무엇인가? 이를 파악하기 위해 사용한 명령은?

. 최종 확정한 보고서 기본틀은 무엇인가?

3) 보고서 초안 작성시 제출할 사항

보고서 기본틀이 완성되고, 이에 따라 보고서 초안을 작성할 경우에 따라야 할 수칙은 다음과 같다.

. 생성AI를 활용하지 않고 만들어진 기본 틀을 토대로 자신이 직접 필요한 연구를 수행하여 보고서 초안을 작성할 것

. 이때에도 위의 보고서 기본틀 작성 과정에서와 마찬가지로 자신이 수행한 연구(선행연구 분석, 자료 수집 및 분석 등)의 제반 과정을 상세히 기록하고, 그 과정에서 산출된 결과물을 최종 보고서와 함께 제출할 것.

이렇게 하면 생성AI에게만 의존하여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을 예방할 수 있고, 보고서 작성을 통해 교수자가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한 학생의 역량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이때 기억할 것은 챗GPT에게 설문조사 연구나 면담 연구를 시키면 직접하지 않았으면서 설문지 작성, 설문 내용 제시, 설문 결과 분석 등을 모두 해준다. 면담 연구의 경우에는 심지어 면담 전사지까지 부록으로 제시해준다.

따라서 면담자를 밝히는 것이 허용되는 연구의 경우에는 면담자의 실제 인적사항, 혹은 면담 사진, 면담 녹음 등을 함께 제출하게 할 필요가 있다.

글 쓰는 데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생성 AI의 도움을 받아 글 쓰는 역량을 기르기 위해 생성 AI를 활용할 수 있는 예는 다음과 같다.

(1) 제시한 주제에 대해 세 단락 정도로 자신의 생각을 정리

(2) "이 글을 개선해 달라"는 요청과 함께 자신의 작품을 챗GPT에게 제시

(3) 자신의 글과 챗GPT가 보완한 글 비교

(4) 위의 활동을 토대로 자신의 글쓰기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필요한 지식, 역량, 태도 등을 찾아보기

나. 선 활용, 후 보완 시 지켜야 할 수칙

‘선 수행, 후 활용’의 원칙을 고수하되 과제에 따라서는 ‘선 활용, 후 보완’ 원칙을 적용할 수도 있다. ‘선 활용 후 보완’이란 보고서 작성시 먼저 생성AI를 활용해 주어진 과제 주제에 대한 답을 구한 후, 그 답을 보완하는 절차를 밟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글쓰는 능력, 생각을 정리할 능력이 부족한 학생들이 글쓰기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고, AI와의 협업을 통해 생각을 정리하여 글을 쓰는 역량을 길러주고자 할 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주제가 학생들이 다룰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설 때, 혹은 전혀 생소한 영역을 다룰 때에도 활용할 수 있다.

그 외에 학생들의 생성AI 활용 역량을 길러주고, 활용 과정을 기록하는 역량도 길러주기 위해서는 ‘선 활용 후 보완’과 관련된 다음과 같은 활동을 수업시간에 해보거나 과제로 제시할 수 있다.

1) 챗GPT의 응답 예측하기

. 챗GPT에게 질문하기 전에 학생들에게 그 답을 예상해 보게 함.

. 학생들의 예상 답변과 실제 답변을 비교 검토하며 토론함.

2) AI 활용 글쓰기

.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입력한 명령(프롬프트), AI가 생성한 텍스트를 한글 파일로 제작함.

.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AI가 생성한 글의 사실 여부를 판단하고, 그 과정을 기록함.

. AI가 생성한 텍스트를 수정할 때, 수정 과정 기록 기능을 켬(‘아래아 한글’의 경우 [검토-변경내용 표시 설정]을 실행하여 <변경내용 추적>과 <변경내용 표시 설정>을 활성화하면 됨. 이 결과를 보고서와 함께 제출함

3) 비판 역량 제고

. 챗GPT에게 과제(에세이, 계획 수립, 보고서 등등)를 제시하여 답을 얻음.

. 챗GPT가 생성한 자료를 가지고 사실, 이해 및 논리의 오류를 찾아봄.

. 언뜻 유용한 자료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말도 안 되는 내용을 생성할 때, 그 이유를 찾아 밝힘(교사는 그것이 언어모델의 '환각' 현상임을 알려줄 수 있음)

. 평가 기준(rubrics), 체크리스트 또는 기타 기준을 사용하여 챗GPT가 제시한 결과를 ‘채점’해보고, 그 결과를 제출함.

. 이를 통해 인공지능의 강점과 약점을 이해함.

참고자료

남상헌(2023.03.16). 국내 대학 최초 ChatGPT 활용 가이드라인 제정. 고대뉴스.

https://bit.ly/42IbU4X

오영진(2023.06.13.). 안 읽고 읽은 척…챗GPT로 숙제 내는 학생들 어쩌나. 한겨레.

https://bit.ly/443FfYF).

조재현(2023, 06.17). 교수들의 반격 “기말고사 챗GPT 쓰면 0점.” 조선일보.

https://bit.ly/3CwD9or

조영훈(2023.06.16.). 챗GPT의 등장, 발 맞춰 변화하는 대학들. 대학저널.

https://dhnews.co.kr/news/view/1065571626084803

채윤태(2023.05.20.). 미 대학 “챗GPT 베꼈다”며 0점 줬다 발칵…일부 학생은 결백. 한겨레. https://bit.ly/3X9d4W6

McFadden, C.(2023.04.11.). UK student completes essays with ChatGPT, gets a first-class grade. Interesting Engineering. https://bit.ly/43YoRIU

Moore, Justine(2023.04.19.). Hilarious goof-up sees student get caught for using AI to write a school essay. https://bit.ly/3XerbJ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