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호규 칼럼] 교육청 곳간에 돈을 쌓아두고 있다고?
[조호규 칼럼] 교육청 곳간에 돈을 쌓아두고 있다고?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3.06.13 1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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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조호규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사무국장
조호규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사무국장
조호규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사무국장

[에듀프레스] 다수의 언론에서 학령 인구 감소로 학생 수는 줄어들고 있는데 반해 지방교육재정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서 학교는 돈을 흥청망청 쓰고, 그러고도 돈이 남아 교육청 곳간에 ‘돈이 쌓이고 있다’고 말하면서 지방교육재정을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주장은 몇 가지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교육의 질 저하와 지방소멸을 재촉하여 결과적으로 국가 발전을 저해할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다. 왜 그런지 한번 따져보자.

첫째, 지방교육재정은 내국세의 일정률(20.79%) 등을 주요 재원으로 하고 있어서 국세 수입이 증가하면 교육예산도 자연스럽게 증가하게 되어 있다.

더욱이 지방교육재정은 인건비가 57.6%를 차지하는 것을 비롯하여, 기관운영비, 시설비 등 경직성 고정경비의 비중이 80%에 이르러 실제로 학생들의 교수학습활동을 직접 지원하기 위한 재원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둘째, 세수 여건이 나아지면 지방교육재정도 증가하나, 세수 상황이 나빠지면 지방교육재정도 줄어들게 되므로, 교육재정이 부족하게 되면 지방채를 발행하여 부족분을 충당하다가 세수가 늘어나면 이를 갚도록 되어 있다.

이를 위하여 세수 여건이 좋을 때 ‘안정화기금’을 적립하고 있는데 이는 초중등교육의 안정적 운영을 위한 것이지 결코 예산이 남아 곳간에 ‘돈을 쌓아두고’ 있는 것이 아니다.

셋째, 현재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2020년을 기점으로 우리나라 전체 인구도 감소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전체 인구가 감소하므로 국가 예산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반면, 학령인구가 감소하니 교육재정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을 공공연히 펼치는 것은 사회적으로 발언권이 없는 사회적 약자인 어린 학생들에 대한 어른들의 횡포와도 같은 것으로서 매우 부당하고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마지막으로 더욱 본질적인 부분을 생각해보면, 교육재정은 결국 미래 세대에 대한 투자인데 미래 세대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서 어떻게 밝은 미래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지난 수십년 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전국 학교 중 24.7%에 이르는 2,923교에서 과밀학급을 운영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지방교육재정을 줄인다면 학급 수는 줄고 학급당 학생 수는 현재보다 더 늘어나서 맞춤형 개별화교육, 기초학력 보장 교육 등 질높은 공교육은 더욱 멀어질 것이다.

또한 현재 일부 농어촌 지역에서는 지역 소멸을 막기 위해 ‘1면 1학교’ 정책으로 지역의 교육여건을 겨우 뒷받침하고 있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지방교육재정을 축소한다면 이는 소규모 학교 통폐합을 더욱 가속화하여 지역균형발전의 붕괴 및 지역 소멸을 재촉할 뿐이다.

가정에서 자녀 수가 예전에 비해 줄어들었다고 하여 자녀 교육에 대한 부모의 관심과 노력이 따라 줄어들지 않듯이, 학령인구가 감소한다고 하여 국가와 공동체가 자라나는 세대에 대한 관심과 투자를 소홀히 해서는 절대 안 될 일이다.

자라나는 세대에 대한 변함없는 관심과 투자만이 교육으로 나라를 일으킨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보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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