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광 칼럼] 불신의 시대, 정글이 된 학교
[최재광 칼럼] 불신의 시대, 정글이 된 학교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3.06.10 0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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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최재광 서울안평초등학교 교장
최재광 서울 안평초 교장
최재광 서울 안평초 교장

[에듀프레스] 최근 언론을 통해 보면 학교 교육의 현실은 소위 약육강식(弱肉强食)의 정글 숲’과 같다고 느껴진다.

장기간의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불규칙적인 등교와 재택원격교육으로 인해 그 후유증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요즘은 더욱 그러하다.

이에 대부분의 교원들은 좌불안석(坐不安席)의 모습으로 교육활동을 하고 있으며 무사히 하루가 지나가기를 기도하면서 지낸다.

특히 교사의 교육활동에 대해 관련 법규가 교사의 손발을 묶고 있다는 약점을 알고 있는 학생들이 지속적으로수업이나 생활지도를 방해하거나, 해당 학생이나 학부모는 교사가 제기하는 학생의 문제 행동을 인정하기는커녕 역으로 자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교사의 행동에 대해 아동학대로 신고하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이런 이유 등으로 교사들은 학교폭력 업무나 학급담임 담당, 부장교사 보직을 극도로 기피하고 있어 학교 교육과정 운영에 막대한 지장을 주고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다 돌아가고 있어 안타깝다.

이에 교사들도 학생 지도 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움직이려는 경향이 강해졌다. 실제 유사 문제가 발생하면 표면에 드러나지 않도록 조심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일부는 학교장에게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고통을 호소하면서도 학교에서 적극적으로 조치하려고 하면 신고받는 것이 두려워 주저하거나 학교장이 모든 것을 대신해서 문제없이 해결해 줄 것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학생지도 스트레스 ..정신과 찾는 교사들

최근 이와 관련된 재판 결과에서 보면 교사의 생활지도 방법이 정당하다고 볼 수 없으나 아동학대로 보기는 어려워 무죄로 판단하는 경우도 있고, 담임 교사가 학교 폭력을 말리는 과정에서 학생에게 한 행동이 아동학대로 보기 어렵다고 판결하였으나 학부모가 이에 항소하여 해당 교사는 다시 수사를 받아야 한다.

그런 뉴스를 읽으면서 옳고 그름을 떠나 담임교사로서 겪고 있을 자괴감 등의 심리적 고통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것뿐만 아니라 학교의 직원이 학교장을 상대로 괴롭히면서 고소하자 이에 맞고소하는 사태도 일어나고 있으며, 업무 태만에 대해 지도한 학교장에 대해 동료 교사들에게 험담하는 글을 돌린 교사에 대해 학교장이 명예훼손으로 고발하는 사례도 있다고 들린다.

심지어 동료교사에게 교장·교감과 얘기할 때는 무조건 녹음을 하라고 권하는 교사들이 있고, 실제 특정한 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수시로 녹음하여 자신이 불리한 경우 활용하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물론 학교장이나 교사가 잘못한 부분도 있을 수 있고, 이러한 일이 전부는 아닐 수 있다. 그리고 교육계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의 흐름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코로나 이전보다 뚜렷하게 증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며, 상황의 전개가 점차 더 복잡해지고 심각한 상황으로 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과거 역사적인 사실이나 변혁기의 여러 징후들을 볼 때 그냥 가볍게 웃으면서 지나갈 일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학교 교육의 현실 장면 속에서 자세히 살펴보면 교육 사회 질서 속에서 무엇인가 꼭 있어야 할 것이 빠져 버린 느낌이 든다. 우리 선조들은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거나 나라의 임금이나 스승, 가장인 부친의 은혜는 모두 같다고 여겨 오면서 스승에 대해 존경의 대상으로 여겨왔다.

물론 스승이 제자들 앞에서 솔선수범하고 함부로 행동하지 않으며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훌륭하게 성장시켜야 한다는 소명감도 강조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과거 스승에 대한 존경심을 강조한 것은 모든 교사가 훌륭하기 때문이 아니라 자녀를 가르칠 교사에 대해 신뢰하고 존경심을 갖고 대하는 것이 자녀를 훌륭하게 키우는 데 절대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지혜에서 시작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러한 스승에 대한 존경심은 교사로서 갖춘 교육 전문성과 어린 자녀를 훌륭한 사람으로 키워줄 수 있는 인격을 갖추었을 것이라는 인간적 신뢰 등이 그 근본을 이루고 있다.

교육입국 주인공이라더니 이제는 경제논리 희생양

그러나 지금의 학교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교사에 대한 전문성과 인격에 대한 신뢰가 학생이나 학부모로부터 부정 당하거나 그런 계기를 주고 있는 경향도 있을 수 있고, 교원들 사이에도 서로의 존재나 역할에 대해 부정하고 독불장군(獨不將軍) 내지 각자도생(各自圖生)의 길을 선택하고 있는 경향도 있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우리 조상들이 지켜왔던 향약(鄕約)의 정신 속에서도 교육이라는 것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며 교육구성원 모두가 협력하고 솔선수범하여야 가능하다는 것이 잘 나타나 있다.

그리고 선조들은 왜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는 것을 강조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즉 교육은 구성원의 신뢰를 바탕으로 먼저 교사는 제자를 사랑하고, 제자는 교사를 존경하여야 가능하다는 점을 알려주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오늘날 우리 학교 교육 현실에서는 구성원간의 신뢰가 무너져 가고 있고, 그런 상황에서도 학생을 대상으로 한 교육활동은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것이 제대로 교육되고 있는 것이라고 봐야 할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어떤 이유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급속한 경제 발전과 사회 변화로 인해 문명은 발전하였으나 문화가 따르지 못하는 부작용에서 시작된 것인가? 물론 우리 교육환경도 짧은 시간에 콩나물교실에서 AI와 함께 개별 맞춤형 교육을 실시하고 있을 만큼 급격한 변화가 있었다.

또한 40~50년 전에는 어려운 나라를 살렸다는 교육입국의 주인공이라는 칭송을 들어 왔는데 30년 전에는 무능한 원로교사 한 명 퇴출시키면 영어와 컴퓨터를 잘하는 젊고 유능한 젊은 교사 몇 명을 교단에 세울 수 있다는 경제 논리로 세계적으로 유일무이하게 한 직종에서 정년이 3년을 단축 당하는 수모도 겪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념적인 문제로 교육제도와 교육과정이 요동을 치고, 선거를 통한 교육 기득권이 변화하면 승자 독식의 논리로 교육정책 수립과 인사를 운영하여 왔다.

또한 2005년 3월에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학교에서 교사들이 학생들의 일기장을 검사하는 관행을 아동 인권 차원에서 개선할 것을 결정하였고, 대부분의 언론에서는 일기장 검사는 아동인권 침해라고 보도한 관계로 이후부터 지금까지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일기 교육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일기장 검사도 가정방문도 못하는 세태

과거 대부분의 교사들은 일기교육을 통해 개인정보 수집이나 검사라는 측면보다는 글짓기 능력 향상 이외에 학생과의 간접적 소통 활성화 차원에서 이루어졌다. 실제 일기 지도를 통해 어린 학생들과 교사들의 관계가 무척 가까워졌고, 학생들의 희로애락에 대해 선생님들이 공감해 주어 상호간에 친밀감이 높아지게 되었다.

그러나 이를 어른의 잣대나 법 또는 인권 등의 논리로 교육활동을 재단함에 따라 일기교육은 사라지고 학생과 교사의 소통 통로는 차단당하게 되어 신뢰감을 형성할 수 있는 기회가 박탈 당하게 되었다.

또한 과거 시행되었던 가정방문이나 가정환경조사서 수집도 인권이나 개인정보보호 차원에서 금지하거나 최소한으로 요구하게 되었으며 이로 인해 학교나 교사들은 학생들에 대한 정보를 거의 알지 못한 상태에서 장님이 코끼리 만지듯 부족한 정보를 바탕으로 어렵게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그동안 교육활동을 교육 논리로 보지 않고 법이나 인권, 경제 논리의 잣대로 판단하는 시도가 과거부터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고, 이에 따른 부작용으로 오늘날처럼 교육구성원간의 신뢰는 더욱 멀어지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사라진 교육신뢰 무너지는 교육

최근에는 학교 교육 활동 관련 문제가 발생하면 서로 변호사를 대동하여 학교 각종 위원회에 대신 참석시키거나 사법부의 판단을 듣기 위해 고소․고발을 서슴지 않고 하고 있다. 교직원의 경우도 비슷한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한편 제도적인 문제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수업이나 생활지도에서 일어난 상황에 대해 아동학대로 교사가 신고당하면 무조건 교사도 학급에서 일단 분리되도록 관련 법규가 정해져 있고, 실제로 이러한 사태는 오늘도 이루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초중등교육법을 개정하여 면책을 요청하였더니 학부모단체에서는 생활지도가 정당한 것인지를 알 수 있게 모든 교실에 CCTV를 달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고 한다. 불신의 골이 얼마나 깊어지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이처럼 급격한 변화의 과도기적인 현상을 학교 현장의 교사들도 겪으면서 교사도 학부모들과 마찬가지로 교육당국을 불신하게 되었고, 이는 더 나아가 교사와 학생, 학부모, 그리고 교직원 간에도 서로 불신하는 풍토를 가져온 것으로 보이는 측면도 있다.

물론 이런 현상은 그 이외에도 세대 간의 차이나 저출산고령화 사회, 워라벨, 사회·경제적 발전 등 또 다른 사회적 변인이 영향을 줄 수 있기에 더 깊은 연구와 성찰이 필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교육의 끈을 이어주고 있는 교육구성원 간의 신뢰가 무너지는 현상은 궁극적으로 교육 체제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기에 시급히 그리고 장기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할 과제이다.

최근 아침 등교시간 이후에 오는 학생들이 전년도는 조금 있었으나 금년에는 급격히 많아져서 기초·기본교육 강화 차원에서 학생들을 포함한 구성원들과 협의하여 대책을 수립하여 실행하였더니 한 달 정도 지나서는 큰 변화가 있었다.

이는 부임한 이후 인성교육 차원에서 아침 등교 맞이를 하면서 학생들과 함께 오신 학부모들과의 눈맞춤과 인사를 먼저 건내는 방법으로 신뢰가 형성된 것이 크게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물론 교직원들과 전교어린이회장단, 학부모회 등의 협조도 큰 영향을 주었다. 만약 요즘 추세처럼 이를 부정적으로 보고 인권 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한다면 논란이 될 수도 있지만 그런 일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는 교육구성원간의 신뢰라는 끈이 얼마나 소중한 지를 잘 나타내고 있는 작은 사례라 할 수 있다.

공존의 교육 만드는 행동백신이 필요한 때

최재천 교수의 생태전환교육과 관련된 강연 내용 중 코로나 백신과 관련하여 우리가 지금까지 대처해 온 것 중 화학백신 개발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이고 장기적으로는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기 위해 노력하는 행동백신의 개발과 실천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부분이 있다.

코로나 팬데믹이 왜 일어났는지를 제대로 안다면 단기적인 화학백신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인 행동백신이 더 우리 인류를 살릴 수 있는 대안이라는 점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교육을 통해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고, 그리고 사회가 사회답게 제대로 운영되도록 하려면 무엇부터 지켜져야 할까? 교육활동이 제대로 이루어져 모든 학생들에게 교육적 성과를 거두게 하려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교사와 학생, 학부모, 그리고 교직원 간의 신뢰 관계 형성과 회복이 아닐까 싶다.

신뢰하지 않는 교사와 학생, 학부모 사이에서, 그리고 교직원 사이에서 어떤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이를 위해서 교육당국은 교육구성원 간의 신뢰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교육제도나 교육정책을 다시 한번 살펴보고 문제점을 찾아 개선하여야 하고, 앞으로 추진할 교육정책들도 수립 시 이에 대한 충분한 검토를 하여 반드시 시행하여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나라를 지키는 중요한 일을 하는 국방부에 야전 실전 경험이 군인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처럼 중앙 및 지방 교육당국에도 학교 현장을 종합적으로 경영하고 이론과 실제를 겸비한 유능한 교원들을 많이 배치하여 이런 시행착오를 줄이려고 노력하여야 한다.

또한 교육 현안 위주의 단기적, 임기응변식, 땜방식 교육 처방을 지양하고 총체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교육 현상을 바라보는 안목을 바탕으로 교육제도나 교육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교육이 백년지대계이듯이 교육에서의 한번의 잘못된 판단은 회복하는데 10년 20년 이상씩 걸릴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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