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의 교단춘추] ‘다문화교육’을 ‘상호문화교육’으로 전환하자
[전재학의 교단춘추] ‘다문화교육’을 ‘상호문화교육’으로 전환하자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3.05.13 1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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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학 인천 산곡남중학교 교장
전재학 인천 산곡중교장
전재학 인천 산곡남중교장

한때 우리는 이 땅에서 지나가는 외국인을 보고 한참이나 구경하거나 쳐다보고 호기심을 발동하던 시절이 있었다. 물론 그 대상자들 역시 매우 어색하고 때론 난감해하며 심한 이질감을 느꼈을 것이다.

이런 사실은 옛적부터 이 땅을 거쳐 간 외국인들의 시선을 통해 다양한 감정의 글로써 출판되었다. 이에 세상 사람들은 호기심을 억누르기 어려운 이상한 나라로 여겼다.

예컨대 하멜의 ‘하멜표류기’와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에 등장하는 한국의 모습은 가히 ‘은둔의 나라’다운 위상을 드러내기에 충분했다.

시간은 흘러 2021년 이 땅에는 252만 명의 외국인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었다. 이는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약 5%를 차지하는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이 한때 순수혈통을 자랑하듯 ‘단일민족’이란 용어를 사용하며 이 땅에서 버젓이 이루어지던 단일성교육에 유네스코는 강력한 경고를 보내왔다. 이광규 교수는 2006년 ‘한국인에게는 다른 민족의 피가 40퍼센트 정도는 섞여 있다“고 주장하여 한국인은 순혈이 아님을 각성시켜 주었다.

최근엔 박종화 교수도 “한국인은 (...) 아프리카에서 출발해 수만 년 동안 동아시아에 확장, 이동, 혼혈을 거쳐 진화된 혼혈민족이다”라고 피력하기도 했다.

하기야 누가 어리숙하지 않고서는 전쟁이 난무하고 문화 간 교류를 통한 우리의 긴 역사에서 “순수혈통” 같은 걸 믿을까마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단일민족‘을 자랑하듯 내세우며 유난을 떨었지 않은가. 얼마나 세계인의 조롱거리였을까 생각하니 참으로 민망하기도 하다.

한국에서의 다문화 교육은 2006년에 시작되었다고 본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다문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임을 밝히면서 정부는 ‘다문화 가정 자녀 교육 지원 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는 연연히 이어져 2023년에도 교육부 및 각종 시·도교육청의 ‘2023년 다문화 교육 지원계획’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다문화 교육은 어떻게 실행되어 왔는가? 이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다. 첫째, 이주배경학생을 대상으로 한국어, 기초학력 신장이다. 이는 필요한 교육이기는 하지만 엄밀하게 보면 동화주의교육이지 다문화 교육은 아니다. 둘째,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외국문화체험이다.

이는 다문화 이해 교육으로 호기심을 자극하나 인식이나 관계 개선에는 큰 효과가 없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셋째,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동영상-감상문 교육이다. 이는 지식 위주의 일회성 활동이어서 태도나 행동 개선은 어려운 것으로 밝혀졌다.

그렇다면 우리의 다문화 교육은 어떻게 개선되어야 할까? 첫째, 다문화 교육의 정의를 분명히 해야 한다. J. Banks는 2009년 “다양한 사회계층, 인종, 민족, 성 배경을 가진 모든 학생이 평등한 교육 기회를 갖도록 교육과정과 제도를 개선하는 교육개혁운동”이라 정의했다.

둘째, 이주배경학생의 장점을 신장시켜야 한다. 이는 이중언어능력을 신장하고 복수적 정체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셋째, 일반학생의 다문화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 이는 고정관념, 편견, 차별 등을 통해 이주배경학생을 함부로 대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넷째, 다문화 교육을 상호문화교육으로 보완해야 한다. 이제는 문화가 아니라 관계를 가르치는 교육으로 전환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다섯째, 다문화교육과 이주배경학생교육을 분리해야 한다. 다문화 교육은 범교과 학습의 주제로 모든 시간에서 다루어야 한다.

다문화 교육은 시민권운동으로 2007년 미국이 주관하여 차별을 평등으로 목표하는 집단문화이다. 이는 다른 문화에 대한 학습을 통해 이 문화를 수용 또는 적어도 관용하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상호문화교육은 독일, 프랑스를 중심으로 서유럽의 경제 호황을 배경으로 하여 공존에서 상생으로 나아가는 개인 문화이다. 이는 다양한 문화집단들이 존중하고 대화하여 함께 살아갈 지속적인 방법을 찾게 하는 것이다.

상호문화교육은 1970년대 이래로 유럽평의회(47개국), 유럽연합(27개국), 유네스코(193개국)가 순차적으로 이 교육을 주도해 오고 있으며 이는 다문화 시대의 교육적 대안으로 강조되기도 한다.

J. Gundara(2001)는 “캐나다, 미국, 호주, 뉴질랜드처럼 이민자가 주류집단을 이루는 나라들은 다문화주의를 새로운 이념으로 공식적으로 인정했음을 반영하기 위해 다문화 교육을 실시하고 기존의 정주민이 지배적인 민족을 구성하는 유럽 국민-국가들은 다수집단과 소수집단의 통합을 위해서 상호문화교육을 실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구분하여 정리했다.

이제 대한민국은 지금까지의 다문화교육을 상호문화교육의 관점과 시선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만큼 상호문화교육이 더 적합하기 때문이다. 왜냐면 상호문화교육은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하고 모든 영역, 모든 교과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언어는 상호문화역량의 핵심이고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게다가 이는 현실 세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학교가 학습하기에 중요한 장소로 적합하기 때문이다. 상호문화교육의 핵심 주제는 유사점과 차이점, 정체성과 소속감, 차별과 평등, 갈등과 갈등 해소, 그리고 인권과 책임을 다루고 있다.

상호문화교육의 실행에는 6단계를 거치게 된다. 즉 문화개념의 소개→자문화 인식→타문화 발견→양 문화 비교→문화상대성 이해→타문화 존중의 단계이다. (장한업, 2021)

다문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대한민국도 이미 다문화사회에 접어들었다. 필자가 재직하는 중학교도 매년 다문화가정 학생이 늘고 있다. 대개 거주지 환경에 따라 학교별로 차이가 큰 편이다.

본교는 거대한 아파트 단지에 둘러 쌓여 비교적 중산층의 자녀가 입학하는 편이지만 이제는 한 자릿수에서 두 자릿수로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는 최근까지 인근 지역의 일반 가옥 환경과 상대적으로 적었던 것에 비하면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한국인은 전통적으로 기존의 단일성교육 때문에 민족중심주의가 강하다. 하지만 배타적 민족중심주의는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고 사회적 비용을 요구한다. 최근의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이민자 정책을 보라.

대한민국은 어떤가? 최근의 예멘, 시리아. 우크라이나 등 외국인 난민이나 동남아, 북한 출신 이주자들에 대해 점차로 극명한 의식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이런 불행을 막으려면 우리는 체계적인 문화다양성교육을 해야 한다. 문화다양성교육에는 국제이해교육, 다문화교육, 상호문화교육이 있다. 한국의 경우에는 자기 성찰을 강조하는 상호문화교육이 가장 적합하다는 판단이다.

상호문화교육은 문화적 차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일종의 교육철학이다. 상호문화교육의 목표는 더불어 잘 살기(公利共生)이며 이는 자기를 알고 상대를 알아야 한다는 지기지피(知己知彼)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이제 학교에서 이를 효과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상호문화교육 6단계에 기초하여 새로운 방식을 적용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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