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현의 敎育樂書] 철학으로 보는 진로교육(1)
[신호현의 敎育樂書] 철학으로 보는 진로교육(1)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3.05.09 22: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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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신호현 서울 배화여중 교사
 

지난 4월 30일 교육부에서는 초등학생부터 성인까지 전생애 주기 진로교육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2023년부터 2027년까지 향후 5년간 진로교육의 비전을 제시하고 추진과제를 밑그림으로 그렸다.

초등학교 방과후 교육활동에 진로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중고등학교에서는 진로체험과 창업경진대회 등 진로교육을 내실화 하겠다는 것이다.

2022년 개정 교육과정에 진로 연계교육이 도입되고 학교 안에서 먼저 진로교육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진로교육이 교육과정에 도입되고 전생애주기 진로교육을 활성화 하는 교육부의 노력은 늦었지만 환영하고 현장 학교교육에서 적극 보조하며 오히려 앞서가야 할 교육정책이다.

진로교육은 '우리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하는 철학적 과제이기 때문이다. 학교폭력이라든가 사회에서 큰 문제가 터지면 학자들은 교육이 잘못되었다는 평을 내놓기 십상인데 구체적으로 어떤 교육이 잘못되었는지 꼬집지 못한다.

학교 현장에서 진로상담을 하다보면, 진로 로드맵이 그려지지 않는 학생들이 학교폭력을 일으키거나 학교 부적응 현상을 보이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니 학교폭력이 생기면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담임교사, 학생지도부, 학교담당 경찰관, 부모님, 위클래스 상담교사 모두 달려들어 해결하려 노력을 한다.

모두 학생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이 합심하여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만 때로는 문제가 확대되어 고소고발이 난무하여 문제를 곪아 터지게 한다.

더 나아가 사회에서 큰 범죄를 저지르거나 일부 언론에 보도되는 정치인들이나 사기꾼들이 거짓으로 국민을 속이고 잘못된 부를 축적하는 것들도 결국 생애주기 진로 로드맵이 그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학교에서 일어나는 큰 사건이나 사회에서 벌어지는 잘못된 교육의 비평에서 현장 진로교육상담교사로서 비판을 면치 못한다.

어릴 때부터 한번 뿐인 소중한 인생을 어떻게 살지 로드맵을 그리고 관련된 사람들이 눈동자처럼 따라가며 적극적으로 지원해줘야 한다.

유럽 선진국에서는 진로교육을 학교에 도입하여 체계를 이루고 전 생애 진로 로드맵에 따라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진로상담교사를 중고등학교에 배치하여 학생들에게 진로수업을 하고 진로체험활동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한지 2011년 교육부 진로진학상담교사 배치 운영지침 이후 12년이 되었다.

그것도 어린 초등학생은 아직 전문 진로직업상담교사가 배치되지 않아 전 생애 진로 로드맵을 그려내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진로는 철학이다. 먼저 진로의 용어를 한자로 분석해 보면, 진(進) 로(路)이다. 진(進)을 파자하면, 새 추(隹) 아래 쉬엄쉬엄 갈 착(辶, 책받침 부수) 자로 되어 있는데 여기서 '새'는 까치를 의미한다.

까치는 그 속성이 물론 학자들에 따라 다르게 볼 수도 있지만, 적극적, 도전적, 긍정적인 새이다. 책받침 부수는 쉬엄쉬엄 갈 착 자이지만 '썰매'를 의미하기도 한다.

다시 정리하면 진(進)은 '까치가 도전적 적극적 긍정적으로 썰매를 타고 신나게 달려가는 모양'으로 뜻으로 된 글자이다. 로(路)를 파자하면, 발 족(足) 옆에 각자 각(各) 자가 붙은 글자로 '제 각자의 길로 발을 뻗어가는 모습'을 담을 글자이다.

진로는 '까치가 도전적 적극적 긍정적으로 썰매를 타고 제각자의 길로 신나게 달려가는 뜻'을 담은 글자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향해 제각각 달려가는가. 정답은 행복(幸福)이다.

행복을 향해 저마다의 길로 썰매를 타고 신나게 달려가는 인생길이 즐거워야 하지 않겠는가. 새 추(隹)는 날개가 한 방향으로 되어 있어 앞으로만 전진한다는 의미도 추가하면, 우리의 인생은 한 방향으로만 달려가게 되어 있다.

진로진학상담실에 연락되는 120여 명의 졸업생들에게 진로직업 시를 써서 액자에 걸었더니 졸업생들 모두가 제각각의 길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선생님이 된 아이라도 제각각의 과목으로 나눠지고 결혼을 했거나 안했거나, 자녀가 하나이거나 넷이거나 다양한 모습이니 참으로 신기하다. 변호사가 된 아이는 국내 유명 로펌에 있거나 외국에 나가 있거나 저마다 다른 모습이다.

선생님은 저마다 같은 수업을 뿌렸을진데 학생들은 저마다 다르게 모이를 주워 먹고 저마다의 날개짓으로 날고 있는 모양이 진로이다.

다시 진로는 철학이다. 철학은 '인간이 한 번 뿐인 소중한 인생을 어떻게 살까'를 이야기하며 가르치는 과목이다. 지난 30년 국어를 가르칠 때 국어시간에 인생을 이야기하면 '그것은 시험에 안 나오잖아요!'라는 핀잔을 들었다.

학교에서 시험에 나오는 내용만 가르치면 학생들에게 인성교육은 언제 하고 진로교육은 언제 하는가. 어차피 인생은 행복을 향해 달려가는 길이라면 시험만이 행복으로 인도하겠는가, 선생님들의 진심어린 인생 이야기가 행복으로 인도하겠는가.

교과 진로수업을 연계하겠다고 하는데 어떻게 살아야 행복한 것인지 정답 있는 시험문제를 출제해야 학생들이 귀기울이련가.(신호현 詩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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