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때문에 교전원 중단? 이주호식 '동원형' 정책 추진에 교육계 ‘싸늘’
총선 때문에 교전원 중단? 이주호식 '동원형' 정책 추진에 교육계 ‘싸늘’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3.03.31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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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육학회, 교육전문대학원 추진의 타당성 검토 토론회

교전원, 전문성 신장 도움된다는 설득력 있는 근거 없어
교전원 졸업자에 1급 정교사 자격 부여도 위험한 발상

양성교육 개혁- 교원 수급불균형 해소에 도움 긍정평가
31일 고려대에서 열린 한국교육학회 2차 교육정책포럼. 교육전문대학원 도입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31일 고려대에서 열린 한국교육학회 2차 교육정책포럼. 교육전문대학원 도입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새로운 운영 모형을 진단하는 논의가 이어졌다.

[에듀프레스 장재훈 기자] 이주호 교육부 장관의 대표 정책 중 하나인 교육전문대학원 도입에 관련 학계가 ‘뜬금없고 설득력 없는 전형적 동원형 정책’이라고 싸늘한 평가를 내렸다.

교전원은 교사 양성을 대학원 수준으로 끌어올려 전문성을 높인다는 취지에서 도입이 추진되고 있지만 교육계의 저항이 큰 실정이다.

교육부는 연내 2곳에서 교전원을 시범운영하겠다고 밝혔으나 구체적 윤곽이 드러난 것은 없다. 내년 총선을 의식해 도입이 중단됐다는 소문만 무성하다.

31일 고려대에서 한국교육학회 주관으로 열린 ‘교육전문대학원 추진의 타당성 검토 및 운영모형 진단’ 토론회에서 참석자 대부분은 교전원 도입에 비판적 입장을 내놨다.

황규호 이대 교수는 주제발표에서 교전원을 ‘설득력 없는 정책’이라고 직격했다.

황 교수는 “‘교원의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는 원칙 자체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전문대학원 체제가 교원의 여러 전문성 중 어떠한 전문성을 어떻게 높여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교사들이 갖추고 있는 전문성 중 미흡하고 부족한 것은 무엇인지, 그러한 부족한 부분이 4년의 양성 기간을 6년으로 연장함으로써 어떻게 개선될 수 있는지에 대한 명료한 설명이 없다는 것이다.

황 교수는 또 “6년제 대학원 시스템은 교원양성 기간의 연장에 따른 비용의 증가가 교직에 대한 매력을 낮춰 결과적으로 우수한 인재의 교직 입직을 제한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교사의 급여가 적고 교권 침해는 증가하는 등 교직 매력도가 점차 낮아지는 상황에서 (교전원을) 로스쿨과 비교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박상완 부산대 교수는 “교전원은 단순히 교사의 사회적 학력을 높이려는 것이 아니라 교사의 역할을 확장하고 질적으로 전환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매너리즘에 빠져있는 교원양성교육을 개혁할 계기를 마련해 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교전원 졸업자에게 1급 정교사 자격을 부여하는 것은 임용시험 특혜일 뿐 아니라 교원자격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며 재검토를 요구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도 교전원에 대한 비판적 기류가 많았다.

홍성구 경북대 교수(전국국공립사범대학장협의회 회장)는 “(정부가) 공개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교전원은 교원 수급조절 및 양성 규모 적정화를 유도하기 위해 도입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추진 방식은 꼼수라는 비판을 받기에 딱 좋은 구조”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정부는 수급 조절에 실패한 책임을 회피하려하지 말고 교원 양성 규모 적정화의 불가피성을 국민께 상세히 설명하고 이해와 동의를 구하는 것이 오히려 문제를 해결하는 빠른 길”이라고 충고했다.

양성관 건국대 교수는 “내년에 있을 총선 때문에 찬반이 분분한 정책의 경우, 이를 철회 또는 보류한다는 소문을 들었다”고 전한 뒤 “교전원 도입도 그로 인해 중단되었다고 한다”면서 “‘정책은 정치의 산물’ 이라고 하지만 ‘어떻게 그럴 수 있는가’ 라고 묻지 않을수 없다”고 했다.

고전 제주대 교수는 현 정부의 업무추진 방식을 지적했다. 고 교수는 “국민적 사회적 의제 협의기구인 국가교육위원회가 존재감이 거의 없다보니 교전원을 둘러싸고 교육부와 국교위 간 정책 책임이 공동화되는 무책임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는 특히 이주호 장관이 일방적으로 도입을 선포한 뒤 밀어붙이는 이른바 동원형 업무 추진으로 반발을 사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기수 전 경기도교육연구원 연구위원은 교전원 도입 취지에 기본적으로 찬성한다면서도 추진 배경에는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현 정부에 들어와서 교전원 도입을 정책의제로 채택할만한 동인이 없었고 교원양성 문제가 사회 문제나 쟁점으로 부각된 적이 없었다”며 “이주호 장관이 추진 의지를 밝힌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교전원에 대해서는 아이디어가 없어 안되는 것이 아니라 참여 주체 간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 부문이 해결되지 않으면 도입 자체가 어려울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다만 김 전 연구위원은 "교원의 전문성 신장과 교원수급 불균형 개선및  교대와 사대 졸업생이 아닌 사람들의 교직 입직을 막아서도 안 된다고 본다"면서 "교전원은 이런 과제를 해결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 기본적으로 찬성"이라고 덧붙였다.

현직교사인 이인수 서울용화여고 교사는 “교사의 전문성 제고는 교육 기간을 늘리는 것 자체가 핵심이라기보다 예비교사가 무엇을, 어떻게 경험하고 배우게 할지가 먼저 숙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 교육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선 지금의 교원양성 체제의 문제가 아니라 대학입시 체제에 근본적인 변화를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회 청중과 온라인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한 종합토론에서는 학생들까지 나서 교전원 도입에 쓴소리를 했다. 고등학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박은빈 양(능곡고)은 교전원 도입으로 수학연한이 길어져 금전적 부담과 함께 취업 시기가 2년 더 늦어지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또 교원의 전문성과 티칭 능력은 교육실습 기간을 연장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며 교전원이 전문성을 높일 것이라는 주장에 의문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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