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주호 100일, 열심히 하는데 왜 불안할까?
[기자수첩] 이주호 100일, 열심히 하는데 왜 불안할까?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3.02.11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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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0일 오후 전주시 전북대학교에서 전북지역 총장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에듀프레스 장재훈 기자] 14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취임 100일을 맞는다. 예상대로 교육 전반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유아교육부터 고등교육까지 공격적인 변화를 시도했다. 수십년 묵힌 난제들에 거침없이 메스를 들이댔다. 최소한 윤석열 정부가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는 선명하게 제시했다는 평가다.

교육분야에서 지난 100일은 이주호 독무대였다. 대학총장, 교육감, 국가교육위원장까지 모두 그의 그늘에 가려졌다.

혁명적 교육개혁 선언한 이주호

이 장관은 지난해 11월 7일 취임식에서 교육을 혁명적으로 개혁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변화에 대한 교육현장의 두려움과 저항, 이념갈등, 교육당국의 관료주의와 편의주의 등을 개혁의 걸림돌로 꼽은 뒤 이제부터라고 고통을 감내하는 대전환을 시작하자고 교육부 직원들을 독려했다.

석달 남짓 짧은 기간이지만 유보통합, 교육전문대학원 설립, 대학 지자체 이관, 늘봄학교 전면 실시, 학교시설 복합화, AI 튜터 등 디지털 교육 등 굵직굵직한 정책들을 쏟아냈다.

앞으로 교원수급정책, 교원승진제도 개편, 고교교육력 제고 방안, 대입제도와 고교학점제 개편안 등이 줄을 서있다.

교육계는 오랜 숙제들을 공론의 장으로 끌어낸 이 장관에게 높은 점수를 준다. 엄두를 내기 어려웠던 정책들을 정부가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나선 것은 의미 있다는 평가다.

공론화를 명분으로 시간만 끌다 제대로 매듭짓지 못한 문재인 정부와는 차별화되는 대목이다.

이 장관은 취임 이후 교육부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what), 왜 해야하는지(why)에 공을 들였다. 관건은 어떻게(how) 이다.

그가 제시한 정책들은 대부분 2026년 이후 본격 시행에 들어간다. 2025년까지 시범운영을 거쳐, 현장 정착 방안을 마련한 뒤 전면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일단 던져놓고 시범운영을 통해 시간을 벌면서 방법을 찾아보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사실 이들 정책 대부분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업무보고에서 화두가 던져진 것들이다. 교육계 안팎 구성원들의 컨센서스 없이 속도전 치르듯 밀어붙인 정책들이다.

사업 하나하나 첨예한 이해가 얽혀있기에 윤곽을 드러낼 때마다 갈등과 혼란이 증폭된다. 조그만 저항에도 움찔 움찔하다보니 외견상 오락가락하는 것처럼 비쳐지기도 한다.

만5세 입학으로 중도사퇴한 박순애 전 장관과 흡사한 패턴이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교육은 각론이 어렵다. 세심한 소통과 설득, 동의 없이 경제 지표 달성하듯 실적주의로는 성공하기 어렵다.

그래서 이 장관의 혁명적 교육개혁은 불안하다. 잘 될 것이라는 기대보다 과연 가능한 것인지 의문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너무 많은 교육개혁 과제들, 역량은?

최근 불거진 대학등록금 인상 논란은 시금석이다. 난방비 폭탄에 분노한 시민들에게 등록금 인상론은 기름을 붓는 꼴이 될 뻔했다.

이 장관이 유감이라며 대학들을 옥죄었지만 언제까지 누를수 있을지 의문이다. 학부모들은 교육부가 내년 총선 이후 슬그머니 등록금 고삐를 풀어주는 것은 아닌지 마음을 졸인다.

유보통합도 마찬가지. 국공립유치원과 사립유치원, 어린이집의 입장이 모두 다르다. 학부모들은 혼란스럽다. 솔직히 왜 유보통합에 교육부가 그토록 목을 매는지 잘 알지 못한다. 

유아교육종사자들 역시 불안하다. 정부의 모호한 행보 탓에 확인되지 않는 카더라 통신이 넘쳐난다. 유보통합시 교원자격은 어떻게 할지, 교육과 돌봄은 어떻게 상향평준화할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교육전문대학원은 사범대학, 특히 교직과정을 운영하는 대학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교대생들의 반발도 크고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수험생들은 교전원 때문에 불이익을 받는 것은 아닐까 촉각을 곤두세운다.

대학을 지자체로 넘기는 것 역시 녹녹하지 않다. 야당은 "지방 국립대를 죽이려는 것이나 다름 없다"며 매서운 공세를 예고했다. 지방 대학들도 내키지 않는 분위기다.

이 과정에서 애먼 국립대 사무국장들이 유탄을 맞고 기약없는 대기발령에 들어갔다. 새정부 출범이후 교육부 1급 관료 5명도 여전히 대기발령 상태다.

교육부는 부처간 1대1교류로 인사적체를 해소한다는 입장이지만 주요 국립대 사무국장 자리를 타 부처에 넘겨준 것은 ‘교육부 망신’이라는 볼멘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뿐만 아니라 국립대 사무국장 자리가 사실상 부처간 나눠먹기로 흘러가는 조짐이어서 총장들도 들러리 선 꼴이 되고 있다. 식솔을 지키지 못하는 수장의 리더십엔 한계가 있다. 

교육은 각론이 어렵다 .. 취임 100일은 손쉬운 꽃길

늘봄학교는 아무리 행정인력을 지원한다고 해도 학교의 부담을 키울 것이 분명하다. 학교시설 복합화는 당장 안전이라는 문제에 봉착한다.

수년 전 서울 방배동에서 시민이 무단으로 학교에 들어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인질극을 벌인바 있다. 지역주민에게 주차장을 내주고 학생의 안전을 위협받은 학교의 딜레마를 어떻게 풀지도 의문이다.

이 장관이 야심차게 밝힌 AI 튜터, 디지털교과서, 에듀테크 교육 등은 교육적 효과성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추진되는 것이어서 많은 논란이 예상된다.

AI를 활용하면 교육적 효과가 높은가?  AI 활용 교육은 학생들의 창의성을 높이는데 효과적인가? 어느것 하나 속시원히 밝혀진게 없다.  

그럼에도 디지털교과서니 에듀테크니 밀어 붙인다. 추진과정에서 교육당국과 사교육업체간 유착 의혹이라도 제기된다면 큰 부담이다. 

앞으로도 그는 100미터 달리기 하듯 목표지점을 향해 전력질주할 것이다.

하지만 교육부가 이 많은 과제들을 풀어나갈 역량은 되는지, 그가 언제까지 교육부 장관으로 자리를 지키며 약속한 과제를 헤쳐 나갈지는 알수 없다.

우선 내년 총선 등 정치적 일정은 변수다. 벌써부터 국민의힘 일각에서 이 장관 차출설이 나오는 실정이다. 집권 2년에 맞춰 분위기 쇄신용 개각도 그의 거취에 영향을 줄 수 있다.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진로가 불투명한 가운데 서울시교육감 유력 후보로서 그는 여전히 유효하다.

취임 100일은 폭죽 터트리는 꽃길이었다. '윤석열 교육'이 외화내빈(外華內貧)이란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MB정부 시절 교육과학기술부의 전철을 밟지않지 위해서라도 결자해지(結者解之) 정신으로 자신의 약속에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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