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자연 대선 교육의제20] ⑯ "고교 이수학점 줄이고 조기졸업 일반화 하자"
[미자연 대선 교육의제20] ⑯ "고교 이수학점 줄이고 조기졸업 일반화 하자"
  • 김민정 기자
  • 승인 2022.01.21 15: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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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최진욱 미래학교자치연구소 정책연구위원

최진욱 미래학교자치연구소 정책연구위원

최진욱 미래학교자치연구소 정책연구위원

미래학교자치연구소(이하 미자연)가 우리교육의 비전과 희망을 제시하는 교육 의제 20개를 제안했다. 주요 교육이슈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토론을 거쳐 만들어졌다. 학생과 학부모, 교수, 교육전문가, 현장교사는 물론 교육·시민단체들이 함께한 결정체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교육 주체가 주도적으로 참여하여 아래로부터 만들어진 최초의 교육 공약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본지는 '미자연'과 공동으로 2022 대선 후보들에게 제안하는 ‘교육의제 20’ 연재를 시작한다. 오늘 제시된 교육의제들이 다음 정부에선 꼭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편집자>

입시만 좇는 고등학교의 모습, 50년이 넘어!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20년을 재직하며 많은 아이들을 만났다. 새롭고도 비장한 각오로 고등학교에 입학하지만 수업 시간에 조는 모습은 금새 일상이 돼버린다. 정작 꾸어야 할 꿈은 꾸지 못 하고 졸고만 있는 모습을 보며, 여러 처방전을 만들어 봤지만 늘 되풀이되는 일상으로 자괴감이 들 때도 있었다. 학습 의욕이 1도 없는 학생들이나, “대학을 꼭 가야 하나요?”라는 질문 앞에선 먹먹해지곤 했다.

인문계 고등학교에서는 상위 대학만을, 특성화 고등학교에서도 좋은 직장만 강조하는 현실에서, 학교 교육의 목표는 오로지 입시와 취업이다. 학교 시계가 수능만을 향해 달리고 있는 대한민국 고등학교의 모습이 50년이 넘었다. 친구와의 경쟁을 위해 어렵고도 복잡한 문제들을 수없이 똑같이 풀어대고 있다. 이제는 바꾸어야 한다고 하지만, 교육정책은 거꾸로 가는 듯하다. 획일화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학생들의 다양한 진로에 각기 다른 답을 마련해 주는 고등학교

학교가 학생들의 다양한 진로에 각기 다른 답이 있는 곳이 되는 방법은 없을까? 학교마다 특화된 교육과정으로 학교 선택에서부터 학생들의 동기를 일으킬 수는 없을까? 일부 학교에만 적용된 특화정책(마이스터고, 자사고 등)은 서열과 경쟁만 키웠다. 모든 고등학교를 특화할 필요가 있다. 교육과정의 특화는 중점고 차원을 뛰어넘는다. 학생들은 배우고 싶은 교과들로 교육과정을 설계한 학교를 찾아갈 수 있도록 한다. 학생이 진로를 변경하면 전학도 가능하다.

특화 형태는 학교와 지역의 여건에 따라 공동 교육과정이나 캠퍼스형이 될 수도 있다. 서너 개 고등학교가 종합대학과 같은 모습이 되고, 각 학교는 단과대학처럼 교육과정이 운영되어 학생들은 여기저기 다니면서 원하는 수업을 들을 수도 있다. 학교교육과정 특화는 동기부여의 가장 기본이 되는 시스템 기반이다.

고교학점제, 그나마의 숨통!

고교 특화 정책은 학점제와 맞물려 있다. 지난 해 8월 10일, 교육과정평가원이 실시한 인식조사에서 학생은 83.6%, 학부모는 81.2%, 교사는 77.5%가 고교학점제 취지에 공감을 표했다. 학생의 적성과 진로에 맞는 교과 선택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국가교육회의가 실시한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는 고교학점제 추진 시 가장 중점을 두어야 할 사항이 학생의 진로와 적성에 따른 다양한 선택 과목의 제공(43.6%)이라고 했다. 교과 선택에서부터 자발적 동기를 일으킬 것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교육권’ 중심 교육에서 ‘학습권’ 중심 교육으로 교육법을 바꾸었던 25년 전에 고교학점제가 시행되었어야 했다. 이제는 교사의 역할 변화에 대한 논의를 해야할 때일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학점제와 더불어 대안학교인 드리미스쿨이나 별무리학교의 교육과정 운영에서 시사점을 찾을 필요도 있다.

한 명이 설계하든 팀으로 하든 일정하게 정해진 커리큘럼 속에서 학생들이 교육과정을 짠다. 교사는 그 교육과정에 성취기준을 제시하고, 이행 과정을 점검하며 결과를 평가한다. 평가 방식은 축제가 될 수 있고, 소논문이나 포트폴리오가 될 수 있다. 미래형 수업에서는 교사가 조력자이다. 교육청이나 교육부가 학생의 개별 교육과정을 인정해 주고, 기록과 평가 시스템을 개선하면 공교육에서도 적용이 가능해 보이기도 한 부분이다.

고교학점제 취지를 높이는 고교 교육과정의 특화

학점제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면서 고교 특화 정책을 펼치려면, 무엇보다 학점제 전체 이수 학점을 대폭 줄여야 한다. 교육부가 말하는 192학점은 현재와 같은 교육과정 수준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예‧복습 시간과 이동시간 보장을 고려하면 120학점 정도면 충분하다. 한 학기에 20학점이면, 대학생보다도 많으니 적정하다. 학생이 교육과정을 구성하고, 이행하는 대안학교의 사례를 보면 학생들은 물론 교사들의 에너지 소모가 많다. 120학점도 오히려 많을 수 있다.

고교 특화 정책은 졸업을 유연하게 한다. 고1에서의 불필요한 교육과정을 과감히 생략하고, 진학과 진로에 준비가 된 학생들에게 빨리 기회를 주자는 것이다. 현재 특목고에 국한된 조기졸업을 일반화하자는 얘기다. 120점을 놓고 보면 한 학기에 30학점씩 챙기면 조기 졸업이 가능해진다. 갭이어로 1년을 보낸 학생도 3년 내 졸업이 가능하며, 갭이어를 한 한기만 다닌 학생도 나머지 학기에서 학점을 빠듯하게 가져가면 조기졸업도 가능해진다.

학생의 전체 이수 학점 중 30%는 온라인으로도 이수가 가능하도록 열어 둔다. 에듀테크에 기반한 협력 수업도 가능한 온라인 수업으로 전국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강좌를 만나는 미래형 수업을 전개한다. 다만 30% 이내로 제한하여 관계성에 기반하는 수업은 유지한다.

아울러 입시 제도와도 연결되어야겠지만, 대학 진학을 위한 학점 배치 부분만을 간략히 언급해 본다. 대학에서는 3-4개의 기본+심화 교과(6-8개 과목이며, 학점은 12-24학점이 될 수 있음)를 바탕으로 선발하도록 한다. 공통교과(일명, ‘국영수’)는 이수/미이수 방식으로 향상도를 보는 데에 주안점을 둔다. 120학점 중, 50학점 정도가 적절할 듯하다. 공통교과의 수준은 누구나 평이한 수준으로 학생들은 중간 점수를 선호하게 이끌어 경쟁을 완화한다. 입시는 전공 교과로 치른다. 전공교과는 30학점 이상으로 해서, 2개 전공 이상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학점을 설계한다.

미래교육은 이제 현재교육이다

미래학교자치연구소가 제안하는 고등학교의 특화 정책은 고교학점제의 취지를 제대로 실현하는 방안이며, 미래형 수업의 실천을 말하고 있다. 입시 제도의 변화라는 큰 걸림돌이 있지만, 어차피 고교학점제를 전면화하려면 손을 대야 할 부분이다. 공정 프레임에 갇혀 역행하는 정부는 철학을 다시 세워야 한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학습권 요구에 제대로 응답해야 한다. 미래교육, 미래교육 말만 할 때가 아니다. 불확실한 미래를 주도성과 책임감으로 헤쳐나갈 학생들을 위한 현재 교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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