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현 칼럼] 대통령은 불통, 교육부는 먹통, 학교는 고통
[박정현 칼럼] 대통령은 불통, 교육부는 먹통, 학교는 고통
  • 장재훈 기자
  • 승인 2019.10.24 23: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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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정현 인천 만수북중학교 교사
박정현 인천 만수북중 교사
박정현 인천 만수북중 교사

10월 23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개막된 ‘미래교육한마당’은 10년 후의 교육에 대해 함께 그려보는 의미 있는 장으로 마련되었다. 필자도 토론회의 패널로 초대받아 참가하게 됐다.

특히 이번 행사는 OECD 국제교육컨퍼런스와 연계한 행사로 규모나 의미 면에서 이전보다 확대된 모습이었다.

급격히 변화하는 사회 환경 변화 속에서 우이 아이들의 미래를 어떻게 준비시키고, 올바른 인간으로 성장시킬 것인가에 대한 지혜를 모으는 중요한 자리였다.

그러나 10년 후의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그리는 것보다 많은 언론에서는 전날 대통령의 국회 연설 내용과 그에 대한 국가교육위원회의 입장에 관심을 갖고 집중 보도하였다.

입시에 매몰되어 있는 우리 교육의 현실과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22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 연설에서 정시 모집의 확대를 언급하였다. "정시비중 상향을 포함한 '입시제도 개편안'도 마련하겠습니다." 전 법무장관 자녀의 학종 입시에 대한 논란이 있은 후 대입 구조의 개편을 언급했던 것에서 구체화된 내용으로 발언 이후 후폭풍이 큰 상황이다.

대통령의 대입 구조 개편 언급 이후 교육부 수장인 유은혜 교육부총리의 반응에 관심이 쏠린 것은 당연한 일이다. 유 부총리는 여러 차례 적정한 개편을 위해 노력할 것이며, 정시 확대보다는 학종의 불합리한 부분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정시와 수시의 비율 조정으로 불공정성의 문제, 특권의 문제,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지난 9월4일)

김진경 국가교육위원장은 ‘미래교육한마당’ 기조연설에서 정시 확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공론화위에서 2022학년도 대입 정시 비중을 30%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며 “그 범주를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대학이 자율성을 갖고 있어 수능 비중이 늘어나기는 어렵다”며 “수도권 대학들은 5지선다형의 수능 시험만으로는 좋은 학생들을 뽑기 어렵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정시 비중 상향 방침에 대해 반대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대입 제도의 개편 논의가 언론 보도된 이후 사교육 관련 주가가 급등했다고 한다. 얼마나 정시의 비중이 높아질 것인가에 대해서도 교육전문가들은 엇갈린 주장을 하고 있다. 말 그대로 ‘혼란’ 그 자체인 상황이다.

25일 교육 관련 장관회의를 주재한다는 소식을 들으며, 큰 파장을 몰고 온 발언이 사전에 어떤 합의나 조율이 없었던 것인지 큰 의문이 생긴다. 교육을 백년지대계라고 하며 엄청난 혼란을 가져올 수밖에 없는 대입 문제를 엇갈리게 만드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대학 입시를 어떤 형태로 바꾸더라도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해법을 찾기는 어렵다. 선발을 전제로 하기에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는 입장에서는 당연히 불만이 생기게 된다. 어떤 제도에 문제가 있다면 정의로움을 훼손하지 않는 방향으로 개선과 보완해 가야 함이 맞을 것이다.

‘대학 입시 때문에 학교 현장이 황폐화된다.’, ‘학부모들이 아이들의 다양한 미래를 꿈꿀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식으로 비난을 해서는 곤란하다. 사회가 다양한 모습으로 바뀌고 있다지만 여전히 대입이 성공의 열쇠라고 믿게 만드는 사회 구조 속에서 학부모와 학생의 노력은 불가피한 것이다.

교육의 정상화와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정책을 바꾸고 개선해간다고는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우리 아이들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게 만드는 방향은 분명히 옳지 않다.

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 위치의 사람들이 하는 말 한 마디가 대한민국의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고통으로 다가옴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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