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영유의 교육오디세이] 국가교육위원회의 두 얼굴
[양영유의 교육오디세이] 국가교육위원회의 두 얼굴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2.01.13 17: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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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양영유 본지발행인/ 단국대 특임교수/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양영유 본지발행인/ 단국대 특임교수
양영유 본지발행인/ 단국대 특임교수

대한민국의 중장기 교육정책을 결정하는 합의제 행정기구인 국가교육위원회의 7월 출범이 가시화되고 있다.

교육부가 12일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시행령과 관련 규정 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다음달 12일까지 의견수렴에 나선 것이다. 교육부는 국민 의견을 들은 뒤 오는 3월 시행령과 관련 규정을 확정할 방침이다. 국가교육위원회 시행령은 대통령령이다.

현 상태로는 문재인 대통령의 시행령을 차기 정부의 대통령이 시행하는 모양새가 된다. 정권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교육정책에 대한 보완책으로 초정권적, 초정파적 교육기구를 만든다는 명분으로 추진된 국가교육위원회는 논란이 많았다.

애초에는 지금은 야당인 국민의힘이 여당이던 자유한국당 시절에 추진했다. 당시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은 반대했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여당이 되면서 압도적 의석으로 밀어붙여 입법이 완성됐다.

①국가교육위원회 위원 21명 차기정부가 구성한다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은 21명이다. 대통령이 지명하는 5명, 국회가 추천하는 9명(비교섭단체 1명 포함), 그리고 교원단체가 추천하는 2명, 대학 협의체 2명, 시·도교육감 대표, 시·도지사협의회 대표, 교육부 차관으로 구성된다. 임기는 3년이다. 21명 중 상임위원은 3명이다.

대통령이 지명하는 장관급인 국가교육위원장과 차관급인 상임위원 2명이다. 나머지 18명의 위원은 비상임이다. 국가교육위원장은 장관급인 만큼 청문회를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육부가 발표한 시행령과 관련 규정에는 그런 내용이 없다.

문재인 정부는 이들 21명 위원의 인선을 차기 정부로 넘긴다는 방침이다. 대선이 3월 9일이고, 문재인 대통령 임기가 5월 9일까지인 점을 고려한 것이다. 차기 정부는 6월 1일 지방선거 이후 본격적으로 인선에 나서 7월 출범을 준비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현재로선 일각에서 제기된 문재인 정부의 ‘대못 박기’ 인선이 기우로 그칠 것이란 전망이다. 다행이다.

②위원 21명의 정치적 중립성, 과연 가능한가

국가교육위 위원 21명에 정당인은 포함할 수 없게 한 점은 바람직하다. 특정 정파를 배제한다는 초정파적 위원회 구성 취지와도 맞는다. 그러나 차기 정부 성향에 따라 대통령이 지명하는 5명의 인사는 여전히 정치적 중립성 논란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정치적 중립성이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국회가 추천하는 9명의 위원은 비교섭단체 1명을 포함해 9명이다. 따라서 여야가 4명씩 균형 있게 추천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로선 민주당의 의석이 압도적으로 많아 과연 동수 추천이 가능할 지는 미지수다, 시행령에는 역시 이런 규정이 없다. 국회 추천을 여야 동수로 하더라도 민주당과 국민의힘 두 정당 외에 국민의당과 정의당의 배분 문제는 여전히 논란이다.

교원단체 추천 몫 2명은 사실상 한국교총과 전교조 몫으로 배분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교육기본법상 중앙에 조직된 교원단체’는 한국교총이 유일하고,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상’ 전국단위 교원노조’는 전교조, 교사노동조합연맹, 전국국공립대학교수노동조합, 함께하는 장애인교사 노동조합 등이 있지만 전교조의 세가 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가교육위에서도 한국교총과 전교조의 대립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학협의체 기구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와 한국전문대학협회의(전문대협)가 1명씩 추천하는 2명의 인사도 명확한 규정이 없다. 통상 협의체의 회장(대학 총장)의 임기는 1년(국공립대) 또는 2년(사립대)인데다 소속 대학 총장의 임기가 끝나면 회장 자격을 상실한다. 회장이 아니면 사무총장을 추천해도 되는지는 명확치 않다. 교육부는 이 또한 논의를 진행 중이지 결정된 사항은 없다는 입장이다.

시·도교육감 대표, 시·도지사협의회 대표는 오는 6월 1일 치러지는 전국동시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선임된다. 현재대로라면 둘 다 여당인 민주당 계열이다. 이 또한 정치적 중립성의 취지와는 맞지 않는 배분이다. 당연직인 교육부 차관도 차기 정부에서 임명할 몫이다.

이를 종합하면 여야 어느 진영이 정권을 잡든 국가교육위원회의 정치적 중립성은 유지하기 어려운 구조다. 21명의 위원 중 대통령 몫 5명, 여야 동수를 가정할 경우 집권당 몫 4명, 진보나 보수 교원단체 1명, 교육부 차관 1명만 합쳐도 11명이다. 여기에 대선 결과에 따라 요동칠 지방선거에 선출되는 교육감과 시도지사의 진영 색깔도 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

③국가교육위 위원 교차 추천권제 도입 검토하자

특정 기관이 추천하는 인사는 그 기관과 동일한 시각을 가진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들은 결국 기관의 대변인 역할을 하게 된다. 따라서 국가교육위원회에서도 교육을 차지하기 위한 집단 간 싸움이 벌어질 우려가 있다.

따라서 초정권적, 초당파적 위원회를 구성하려면 3배수의 후보를 각 기관이 추천하고, 상대 기관이 검증을 거쳐 선정하도록 하는 교차 추천권제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컨대 국회 몫의 경우 여야가 서로 교차 검증하고, 교원단체도 같은 방식으로 진행하는 식이다. 이런 방법을 거부한다면 애초에 초당파적, 초정권적 위원회 구성은 가능하지도 않다.

④국민 10만 명 청원으로 교육정책 바꿀 수 있을까

교육부는 시행령에 국민들이 교육정책을 바꾸기 위해 청원을 제기할 수 있는 요건도 제시했다. 90일 동안 10만 명 이상 국민의 동의를 모은 정책은 국가교육위원회가 이를 도입하기 위해 공론화 등 수렴·조정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자문기구로 국민참여위원회를 500명 이내로 구성하고, 이 가운데 일반 국민을 공개모집 해 5분의 3 이상 채우도록 했다.

형식상으로 정부 주도의 교육정책을 국민과 함께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역대 정부의 교육 독주에 제동을 건다는 의미도 있다. 하지만, 교육 이슈에 대한 국민의 의견이 다양한데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민감한 교육정책에 대한 책임을 ‘여론 교육’으로 국민에게 떠넘기려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도 된다.

예컨대 자사고와 외고 폐지, 전국단위 학업성취도 전수조사, 대입 수시 축소 또는 확대, 정시 확대 또는 축소, 고교학점제 폐지 또는 확대, 교대와 사대 통합, 국립대 통폐합 같은 민감한 이슈에 대한 진영 간, 계층 간 입장이 다르다. 공론화 과정을 통해 합의를 도출하기가 어려운 난제다.

국가교육위원회가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시도를 하는 것은 용감하지만, 국민을 들러리 세운다는 오해를 살 수도 있다. 국가교육위원회의 ‘책임 교육’과 의견수렴 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 보완이 필요하다.

➄ 국민 20만 명 청원으로 교육과정 개편할 수 있을까

“교육과정 개편은 권력투쟁이다(power struggle)." 노무현 정부 말기에 김신일 교육부총리는 교육과정 개편에 대한 어려움을 이렇게 토로했다. 음악과 체육 과목 시수를 줄이려하자 음악, 체육 교육계가, 과학과목을 확대하려하자 시수가 줄어드는 사회학계가 들고 일어났기 때문이다.

대학 교수는 물론 현장의 교사들이 전공에 따라 똘똘 뭉쳐 대립했다. 교육과정 개편은 학계의 생사를 건 권력투쟁이라는 걸 생생하게 목도했던 시절이었다. 그 이후 달라진 건 없다.

이번에 교육부는 ‘국가교육과정 제·개정 등에 관한 규정’도 입법예고했다. 국가교육위원회가 출범하면 교육과정의 기준과 내용을 정하는 역할도 교육부로부터 넘겨받기 때문이다.

주목할 만한 대목은 30일 동안 국민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거나, 교육부 장관 또는 시도교육감 17명 중 절반 이상이 제안하면 국가교육위원회가 교육과정 개정을 발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국민청원(20만 명)을 카피한 교육과정 개편 대국민 청원이다. 취지는 바람직하다. 교육 수요자 입장에서 교육과정을 바꿀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다. 다만, 현실적으로 그게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국민이 국영수 수업을 더 늘려달라고 청원하면, 그게 가능할 수 있느냐의 문제이니 말이다.

핀란드의 경우 10년 주기로 교육과정을 전면 개정하는데 논의 초기부터 학생, 학부모, 교사 등 이해당사자를 참여시킨다. 개정 초안을 만들기 전에 2년여에 걸쳐 200여 개 단체에게 의견을 수렴하고, 13세 이상 학생 5만 여명의 의견을 들어 반영한다. 민주적인 국민참여형 교육과정이다.

따라서 우리도 정부가 독점해온 교육과정에 국민 참여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진심이 실효를 거두려면,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하다.

교육부 좌고우면 하지 말고 촘촘하게 설계해야

이제 국가교육위원회의 출범은 초읽기에 들어갔다. 교육부는 초당파적, 초정권적 위원회 구성이라는 막중한 과제와 함께 국가교육위원회·교육부·교육청의 역할 재정립, 국가교육위에 정책결정 기능 외에 집행기능까지 부여할 것인지 여부, 업무 영역의 구분, 전체 예산과 인력 문제 등을 세밀하게 다듬어야 한다.

교육부의 올해 추진과제 가운데 중요한 부분이 국가교육위원회 출범준비다. 교육부는 대선 정국에 좌고우면(左顧右眄) 하지 말고 촘촘하게 국가교육의 미래를 설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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