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교육청 무책임·불공정 행정..내 아들 죽음으로 몰았다” 특성화고생 부모 통곡
“부산교육청 무책임·불공정 행정..내 아들 죽음으로 몰았다” 특성화고생 부모 통곡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1.08.31 1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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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특성화고생 부모 김씨가 부산교육청 정문 앞에서 피켔 시위를 하고 있다.

숨진 특성화고생 부모 김씨가 부산교육청 정문 앞에서 피켔 시위를 하고 있다.

[에듀프레스 장재훈기자] 지난달 29일 부산 소재 특성화고 3학년 A군이 유서 한 장 남기지 않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지방공무원 임용시험 후 합격 통보를 받았으나 갑작스레 행정 오류로 불합격으로 정정한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다.

벌써 한 달. 사건 이후 부모는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아침 부산시교육청 앞에서 시위를 한다. 합격과 불합격이 뒤바뀐 행정착오 때문이 아니다. 생때같은 자식을 떠나보낸 부모는 부산교육청의 무책임한 행정과 불공정한 채용 관행을 용서할 수 없어서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에듀프레스>가 무거운 마음으로 A군 부모와 인터뷰를 가졌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공무원이 꿈이었던 A군. 부모도 그의 도전을 반겼다. 엄마 김모 씨는 적극적으로 권했다.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요즘 세상 공무원되기가 얼마나 힘드냐, 특성화고에 가면 고졸 공무원 할 수 있다니 해 봐라”며 등을 다독였다.

그로부터 3년, 김 씨는 그 순간을 생각할 때마다 가슴은 친다. 왜 말리지 않았을까. 그깟 공무원이 뭐라고 애를 그 고생시켰나 싶어 마음이 찢어진다.

고교 시절 3년간 반장을 도맡았다. 성적 또한 최상위권이어서 합격에 기대를 걸었다. 필기시험을 워낙 잘 본 탓에 면접에서 실수만 안 하면 된다는 생각에 자신도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 충격이 컸다.

합격이 불합격으로 뒤집어진 것도 이해하기 힘든 데다 필기시험 성적이 자신보다 낮은 친구가 합격한 것에 의구심을 떨칠 수 없었다.

부산시교육청에 전활 걸었다. 수차례 시도 끝에 어렵사리 연결이 됐고 통사정 끝에 면접 평정표를 볼 수 있었다. 결과는 더욱 납득 하기 힘들었다.

같은 조에서 면접을 봤던 학생 5명 중 자신을 제외한 3명이 면접관으로부터 모두 평점 상(上)을 받았다. 면접관 3명 중 2명이 면접 5개 영역에 ‘上’을 준 것이다. 자신이 속한 15조에서만 일어난 일이다. 앞선 1~14조까지 면접에서는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던 올上이 어찌된 영문인지 자신의 조에서는 3명이나 나온 것이다.

반면 A 군은 면접에서 모두 평점 중(中)을 받았다. 부산교육청 시설직 공무원 시험은 면접에서 올上을 받으면 필기 성적과 관계없이 합격하는 시스템이다. 이 바람에 자신을 포함 필기시험 성적이 높았던 두명이 탈락하는 이변이 발생했다. 

의구심은 더욱 커졌다. 교육청에 다시 물었다. 면접에서 상,중,하를 가르는 기준이 무엇인지 알려달라고 했다. 교육청은 면접관 고유 영역이기 때문이라며 설명을 거부했다.

A 군은 물러서지 않았다. “평정 기준이 있을 것 아닌가, 왜 낮은 점수를 줬느냐를 따지는 게 아니라 기준이 알고 싶다는 뜻”이라고 했지만 소용 없었다. 돌아온 대답은 한결 같았다. 심지어 “그날 다른 친구들의 (너보다) 컨디션이 좋았겠지”라는 말까지 들어야 했다.

유족측이 공개한 부산교육청 공무원 임용시험 면접 평정표.

유족측이 공개한 부산교육청 공무원 임용시험 면접 평정표.

“면접 결과를 납득 할 수 없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을 알려달라”고 부산교육청에 다시 호소했다. 어찌 된 영문인지 그날 이후 부산교육청과 전화통화는 더욱 어려웠다. 담당자가 자리를 비웠다, 출장이다 등등 이유가 많았다.

연락처를 알려주면 전화를 주겠다고 했지만 그뿐이었다. 대답없는 교육청에 A 군은 좌절했다. 오는 10월 부산시에서 실시하는 고졸 공무원 시험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지금과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는 생각이 앞섰다. 어린 고교생에게 사회는 너무 큰 벽이고 낭떠러지 였다.

“저는 너무 억울한데 어떻게 하면 제가 왜 떨어졌는지 알 수 있을까요. 죽고 싶을 만큼 괴롭습니다. 자살도 생각하고 있어요.” A 군은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부산교육청에 절박한 심경을 토로하며 도움을 요청했다고 유족들은 전했다. 그러나 끝내 원하는 답을 들을 순 없었다.

A 군의 어머니 김 씨는 인터뷰에서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 “나중에 알고 보니 공무원시험 결과에 이의가 있으면 행정심판하는 방법도 있고 여러 가지 길이 있더군요. 교육청에서 우리 아이한테 언질만 줬어도 그런 선택은 안 하는 건데... .”

아무리 억울해도 하소연할 길이 없다는 사실.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현실에 좌절한 나머지 마음 곱던 아들이 유서 한 장 남기지 않고 떠나버렸다는 것이다. 김씨는 무책임한 부산교육청을 용서할 수 없다고 했다.

그가 분노하는 또 다른 이유는 면접의 공정성이다. 15조까지 면접하는 과정에서 각 조별 심사위원이 모두 달랐다는 것이다. 평가의 일관성과 객관성을 의심하는 대목이다. 복불복일 수도 있고 공정성을 의심할 수 있는 지점이라고 김씨는 말했다.

당락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올上을 그렇게 무더기로 줄 수 있는지, 9분 33초 동안 진행된 면접에서 5명의 수험생에게 그토록 극단적 평가를 내릴 수 있는 것인지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했다.

이 같은 면접 시스템에 부산교육청도 문제가 있다는 점을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석준 부산교육감이 빈소를 찾았을 때 유족들의 항의에 “문제가 있으니 시정하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김 교육감은 이어 “최종합격자 발표과정에서 결과를 번복하게 된 경위를 파악하는 등 시험관리 전반에 대해 감사할 것”을 지시했다. 그로부터 한 달. 지금껏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부산교육청은 여전히 대답이 없다.

가을장마에 폭우가 쏟아지는 아침에도 어김없이 김씨는 ‘응시생 죽게만든 교육청, 교육감은 공개 사과하라’ ‘민원 묵살한 공무원 징계하라’는 등의 글귀가 쓰여진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한다.

“우리 아이는 교육청의 무성의와 무책임에 죽은 것입니다. 억울하고 분해 발버둥 쳤지만 누구 하나 어린 학생의 절규에 귀기울이지 않았죠. 그래서 저도 너무 억울합니다.”

김씨는 현재 이 사건을 부산경찰청에 고발한 상태다. “공무원 한번 해보겠다고 그토록 열심히 살았던 꽃다운 청춘이 떠났습니다. 그것도 교육청 공무원 시험 때문에요. 사람이 죽었는데 누군가는 책임져야 하지 않을까요?"

오목가슴을 부여잡은 김씨가 토하듯 쏘아 붙였다. "그게 대통령이 말하는 ‘사람이 먼저인 나라’ 아닙니까?”

특성화고생 죽음이 부산 지역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내년 부산교육감 선거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하윤수 교총회장을 비롯 중도보수진영 후보들이 31일 부산교육청 정문앞에서  진실규명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특성화고생 죽음이 부산 지역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내년 부산교육감 선거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하윤수 교총회장을 비롯 중도보수진영 후보들이 31일 부산교육청 정문앞에서 진실규명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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