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춘추] 교육의 성공은 디테일에 달려있다
[교단춘추] 교육의 성공은 디테일에 달려있다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0.11.01 09: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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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전재학 인천 세원고등학교 교감
전재학 인천세원고 교감
전재학 인천세원고 교감

흔히 하는 말에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한다. 그에 못지않게 ‘신은 디테일에 있다’거나 ‘성공은 디테일에 있다’고도 말한다.

이 모두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그렇다. 사소한 것의 중요함이다. 이와 반대로 ‘큰일을 하려면 작은 일은 무시하라’는 말도 있다. 이것은 큰일을 할 사람은 사소한 일 따위는 무시하고 대범해야 함을 강조하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역사는 말한다.

성공한 사람 대부분은 작고 사소한 일부터 성실하게 행동한 사람들이다. 왜냐면 큰일을 성취하기엔 작은 일에서부터 걸림돌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처럼 세상을 살면서 일상사에서 사소함의 소중함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점에서 교사가 학교교육에서 기울이는 작은 것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교육의 성공을 좌우한다는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다.

멕시코의 어느 고등학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어느 날 성공한 졸업생이 학교를 방문했다. 어떻게 왔느냐는 질문에 학창 시절에 자신을 가르쳤던 선생님을 뵈러 왔다고 했다.

그리고 잠 시 뒤에 그 선생님을 만났다. 선생님은 왜 자신을 찾아왔는지를 물었다. 그러자 이렇게 대답했다. “학창 시절에 선생님에게 받은 소중하고 은혜로운 가르침을 평생 잊지 않고 있습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이어서 선생님이 "내 과목 중에서 무엇이 그렇게 좋았지?"라고 묻자, “글쎄요.....” 하더니 이런 말을 했다. “복도를 지나고 있는 저를 부른 뒤에 선생님께서 무릎을 꿇고 풀린 제 신발 끈을 대신 묶어 주셨습니다. 이 모습에 깊은 감동을 받아 저 또한 그렇게 살려고 지금껏 노력해오고 있습니다.”

얼마나 뜻밖인가? 이는 교사의 사소한 것에 대한 관심과 사랑의 행위가 한 학생에게 어떻게 감동을 주어 그의 인성과 행동의 변화를 유발했는지를 밝히고 있다.

오늘날 교사의 삶은 고달프기 짝이 없다. 교사가 교육적 소신을 유지하고 차이를 만들려면 주체성을 가지고 작은 것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교사 본연의 길을 가려는 사람을 일관된 잣대로 폄하하기도 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숭고한 노력을 가치 없는 것으로 깎아내리기도 한다.

그래도 교사는 자신의 소신을 끝까지 밀고 나가야 한다. 심지어 교사는 매일 아무도 박수쳐주지 않는 절벽 끝에 서야 한다. 절벽 끝에 서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교사에게 일찍이 시인 김수영(1921~1968)은 《시여, 침을 뱉어라》에서 담백한 위로를 주었다.

그가 남긴 글의 마지막 부분을 보자. “시는 온몸으로, 바로 온몸을 밀고 나가는 것이다. 그것은 그림자를 의식하지 않는다. 그림자에조차도 의지하지 않는다 … 모깃소리보다도 더 작은 목소리로 아무도 하지 못한 말을 시작하는 것이다. 아무도 하지 못한 말을. 그것을 … ”

시인은 절벽 끝에 서서 자신의 소신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교사의 삶을 응원했다. 남의 시선 때문에 소신을 꺾지 말고 모깃소리보다도 더 작은 목소리로 자신의 소신을 외치라고 말했다. 그가 말한 작은 목소리는 자기 마음속의 진심이자 소신이다. 그래도 교사 자신에게는 천둥보다 큰 소리로 들릴 것이다.

그러한 작은 목소리의 소신은 아주 작은 행동에서부터 빛을 발휘하게 된다. 위의 멕시코 고등학교 졸업생의 사례처럼 말이다. 처음에는 작아서 티가 나지 않는 것이 결국 어떤 교육적 효과를 가져왔는지 다시금 가슴 속에 새길 일이다.

코로나19 시대는 교사가 무심하기 쉬운 작은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왜냐면 아이들의 삶을 지탱하는 것은 작은 것들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아이들에 대한 비대면(on-line) 교육에서도 학생과 학부모는 자상한 피드백(feedback)을 원하는 것이다.

거창한 미래와 화려한 기술이 아니라, 지금 바로 아이들이 의지할 수 있는 작은 것들을 아이들 또한 기다리고 있다. 따라서 교사의 일 역시, 작은 것을 소중하게 기르는 일이 되어야 한다.

교사의 일은 겉으로 금방 티가 나는 일이 아니다. 아이들의 성장에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간을 견디지 못하는 교사는 자신의 일상에 매몰되거나 거창한 일로 도피하게 된다. 하지만 그러한 것들은 겉으로는 화려하거나 출중해 보일지 몰라도 존재적(存在的) 가치가 아닌 소유적(所有的) 가치인 경우가 많다. 교사는 큰 것처럼 보이는 것들에만 집중하면 할수록 그의 삶은 더욱 남루해진다. 또한 큰 것들은 가뜩이나 시간과 장소의 익숙함에서 오는 교사의 일상적인 매너리즘을 결코 해결하지 못한다. 교사에게 필요한 것은 작은 것들이고, 그 작은 것들을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용기다. 이는 결국 고민하지 않고 담백하게 떨어지는 폭포에서 배울 수 있다. 일찍이 동양의 고전 《도덕경》은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흘러 가장 겸손하고 가장 선하다(上善若水)는 가르침을 전하고 있다. 이를 실천하는 것이야말로 이 시대가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교사의 모습이기도 하다.

이제 결론을 맺고자 한다. 교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첫째, 평소 아이들에 대한 사소한 관찰 하나하나와 그를 근거로 하는 인간적으로 따뜻한 교육의 실천이다. 그러기 위해서 교사가 학생을 바라보는 관점은 그들의 생각과 행위가 아무리 사소하고 작은 것처럼 보여도 이를 존중하고 수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경험으로서의 전문성이 인간의 향기와 함께 해야 한다. “경험은 최고의 스승이다(Experience is the best teacher)”고 했다. 교직은 전문직이다. 당연히 전문적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예컨대 간단한 교육 상담도 전문적이고 논리적인 이성(logos)에의 접근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인간적인 따뜻함과 배려가 넘치는 작은 행동으로 교사의 향기가 발산하는 에토스(ethos)적인 접근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그러면 학생과 학부모 누구나 지금처럼 앞이 보이지 않은 위기의 시대에는 작은 것 하나에도 감동하고 이를 실천하는 교사의 가르침을 수용하게 될 것이다. 교육의 성공은 거창하고 화려한 것에 의하는 것이 아니라 작고 섬세한 디테일(detail)에 달려 있음을 다시금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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