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종 교육시론] 학폭 전수조사, '통계 따로 대책 따로' 언제까지...
[박은종 교육시론] 학폭 전수조사, '통계 따로 대책 따로' 언제까지...
  • 김민정 기자
  • 승인 2020.09.14 2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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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은종 공주대 겸임교수
박은종 공주대 겸임교수
박은종 공주대 겸임교수

교육부가 주관하는 올해 학교폭력 실태조사가 시작됐다. 교육부는 '2020년 학교폭력 실태조사'가 9월 14일부터 10월 16일 까지 한 달 간 전국 초·중·고교(초 4-고 2) 각급 학교에서 실시된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 대란으로 정상적인 등교가 이뤄지 않는 가운데 학생들이 가정에서 실태조사 홈페이지에 접속해 참여하는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한다. 이번 실태조사 결과는 종합통계 처리돼 오는 12월 공개될 전망이다.

교육부가 이번 학폭 전수조사는 한달여간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대다수 학교 등교가 중단됐으나 예년처럼 PC로만 조사에 참여할 수 있다. 단 모바일 기기로는 참여가 불가능하다.

이에 교육계에서는 디지털 성폭력 피해 실태를 처음으로 전수 조사하는 만큼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조사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교 폭력 전수 조사도 방법을 정교하게 재검토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일각에서는 태블릿PC, 스마트폰으로도 학생들이 이번 실태조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로 초·중·고교에서 등교 인원을 제한하는 밀집도 완화 조치와 원격수업이 진행되고 있어서다.

교육부의 학폭 실태조사는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시·도교육감이 매년 2회 실시해 왔다. 통상 상반기에는 전수조사, 하반기에는 표본조사가 이뤄져 왔다. 실제로 2019년 학교폭력 전수 실태조사는 초4 부터 고3 전체 재학생을 대상으로 상반기 중에 실시됐다. 후반기에는 표본조사가 이뤄졌다.

올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등교가 연거푸 미뤄지면서 상·하반기 조사를 이번에 함께 실시한다. 이에 따라 대입을 목전에 둔 고3 학생들은 제외됐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는 불법 촬영과 유포 등 디지털 성폭력 가해 여부 등 학생들이 겪은 디지털 성폭력 피해 실태조사도 진행된다. 교육부 등 관계부처가 올해 4월 사회관계장관회의를 통해 내놓은 '디지털 성범죄 근절대책' 후속조치에 따른 첫 조사다.

올해 초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군 텔레그램을 통해 청소년을 협박해 성착취물을 촬영하도록 겁박한 'n번방 사건'이 문제가 됐다. 또 일부 교사들이 학교 여자화장실에 불법촬영 카메라를 설치했던 사실이 적발된 터라 조사에 관심이 모인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중고등학교 양성평등 의식 및 성희롱 성폭력 실태 연구'에 따르면 학생 14만4472명 중 3.0%가 불법 촬영이나 유포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아울러 일부 시도교육청에서도 조사 기간 연장 검토를 해야 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내달 중간 점검을 해 보고 참여율이 낮으면 기간을 10월 말까지 기간 연장을 고려해야 한다. 시도교육청에서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모바일 기기 참여를 교육부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에 건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도 문제다.

교육부는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나이스) 연계 과정의 기술적 문제로 모바일 실태조사를 제공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나이스와 모바일 시스템을 연결했을 때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태조사는 나이스 상 학생들의 학적을 연동해서 진행해야 하므로 자가진단 앱과 같이 모바일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운 구조이다. 아울러 디지털 스마트기기가 없는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이에 대한 해결책이 조속히 강구돼야 한다.

이 학폭 전수조사는 결과가 학교로 통보돼 가해자를 가려내고 피해자를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조사이므로 모든 학생들이 참여하도록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 학폭 조사가 매년 상반기 전수조사, 하반기 표본조사로 연 2회 전국적으로 전개되지만, 그 효과는 그에 미치지 못한다는 비판을 많다. 교육부가 ‘조사를 위한 조사’를 하고, ‘근절책과 따로 노는 조사’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조사다.

엄청난 예산과 인력을 들여 시행하는 학폭 조사가 근본적인 목적인 학교에서의 학폭 추방에 유의미한 메시지를 둬야 한다. 그렇지 않고 으레 하는 관행적 조사에 그친다면 원점에서 실시 여부, 시행 방법 등에 대한 성찰과 숙고가 필요하다. 교육부는 학폭 전수 조사 후 통계자료만 제시하지 말고 그에 적절한 학폭 근절책과 합당한 대안·대책도 함께 제시해야 할 것이다. 교육당국은 매년 2회씩 시행된 학폭 조사가 근절책보다는 통계 자료만 제시한 관행적 행정 만능주의의 매너리즘에 빠졌다는 비판을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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