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종의 교육시론] 사학(私學)의 혁신과 자율성 보장의 과제
[박은종의 교육시론] 사학(私學)의 혁신과 자율성 보장의 과제
  • 장재훈 기자
  • 승인 2019.12.19 23: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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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은종 공주대학교 겸임교수
 

교육부가 사학 혁신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사립학교 재단과 학교 운영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게 골자다. 사학 혁신 추진방안은 5개 분야, 26개 제도개선 과제로 구성됐다. 이 방안에는 교육부 장관 자문기구인 사학혁신위원회의 권고안과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의 정책 제안 등을 두루 포함해 반영됐다.

이 방안에 따르면 향후 사학 법인은 설립자, 친족 등이 개방이사를 맡을 수 없고, 사립학교 법인 임원 간 친족관계뿐 아니라 임원·설립자와 친족관계에 있는 교직원 수, 총장·상임이사·법인 이사장 업무추진비 내역 등을 공개해야 한다.

회계부정을 저지른 임원의 취임승인 취소 기준도 강화했다. 아울러 법인, 사학 비리임원의 복귀 제한을 강화하고 결격 사유에 해당할 경우 즉각 퇴출하게 된다.

교육부는 현재 족벌 경영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사학에 대한 규제와 감시를 강화해 부정과 비리를 미연에 방지한다는 계획이다. 문어발식 난잡한 사립학교의 경영에 일대 경종을 울리고 강력한 혁신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우리나라 사학(私學)의 오랜 난제인 혁신과 자율성 보장의 과제를 공론화 한 것이다.

하지만 초기부터 장벽에 부딪치고 있다. 개혁 대상인 사학들은 자율성을 침해하는 조치라며 즉각 반발하고 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사학의 자율성은 존중돼야 한다는 논리다. 다른 한편에서는 이와 같은 느슨한 견제 장치로는 사학재단, 사립학교 혁신이 불가능하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교육부 발표한 방안 자체가 국민적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반응이다. 대부분의 혁신 방안이 사립학교법 등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추진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이번에 교육부가 밝힌 사학 혁신 추진방안에는 사학법인의 책무성 강화를 위해 학교법인 임원 간 친족관계를 고시하고 임원·설립자와 친족관계에 있는 교직원 수를 공개토록 한다. 사학 설립자와 그 친족들은 개방이사도 맡지 못하게 된다.

개방이사는 현행 법령상 이사 정수의 4분의 1로 채우게 돼있지만 재단 비리를 막기 위해 중립적인 외부 인사를 참여시키자는 도입 취지와 달리 설립자의 친족 등이 에둘러 선임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현재 공익법인의 설립 운영에 관한 법률에서는 임원 간 친인척 비율을 5분의 1로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사학은 ‘눈 가리고 아웅’하면서 비율을 채우는 시늉만 한다는 지적이다.

사립학교 회계부정을 저지른 임원의 취임승인 취소 기준을 1000만원 이상의 배임·횡령 등으로 구체화했다. 현재까지는 수익용 기본재산의 30~50% 이상을 횡령했을 때에만 임원 취임승인을 취소해왔다.

사학 회계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현재 총장까지인 업무추진비 공개 범위를 이사장, 상임이사로 확대한다. 이사회 회의록 공개기간도 현행 3개월에서 1년으로 연장하기로 했다.

교육부 장관은 회계 부정이 발생한 회계부정이 발생한 대학에 대해서는 최대 2년간 외부 회계 감사기관을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학교법인이 회계법인 등을 자체 지정하는 `셀프 감사`를 막기 위해서다.

또 감사인력을 늘리고 외부인력을 활용해 종합감사를 확대하는 등 사립대 상시감사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또 교육부 퇴직 관료들이 사립학교에 바로 재취업하지 못하도록 강제 규정을 설정키로 했다.

교육부이 방안 발표에 사학들은 반발하고 있다. 한국사립초중고등학교법인협의회는 위헌 소지가 있다는 입장문을 냈다. 헌법이 보장하는 사학 운영의 자율성, 학교법인의 자율적 이사 선임권, 비리 임원 퇴출, 이사회 구성과 운영 등을 위반했다는 지적이다.

또 헌법에 규정한 육영의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의 구분 없이 사적 영역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사학 무력화 조치라고 반발하고 있다. 사학 경영은 자율권이 먼저라는 입장이다.

한편, 전국 사립대 교수협의회 회원으로 구성된 한국사립대학교수연합회도 성명을 내고 현실적 문제 해결이 난망한 탁상공론식 방안으로 교육부가 관련법을 통과시키고 제대로 된 시행령을 만들 의지가 있는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보다 강력한 혁신 방안이 요구된다는 입장이다.

특히 총장직선제·대학평의원회·교수협의회가 사학법인에 대한 견제기구로 작동할 수 있도록 관련 학칙·시행령을 마련하고 우수 대학엔 가산점 부여 등을 제안했다. 아울러 회계부정은 금액 과다에 상관없이 무조건 형사 고발 또는 수사 의뢰 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부가 발표한 사학 혁신 추진방안 대부분이 사립학교법 등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도 제대로 추진될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교육부는 부령인 시행령 개정이 필요한 과제를 우선 추진하고 법률 개정이 필요한 과제는 국회 등과 협력해 입법화한다는 계획이다.

결국 이번 교육부의 사학 혁신 추진방안의 지향 방향은 옳다. 다만, 사학의 자율성 보장이라는 헌법 정신을 고려하여 양자의 균형을 고려해야 한다. 그동안 방만한 족벌 경영 등으로 문제가 돼 온 일부 몰지각한 사학에 철퇴를 내리는 것은 당연하나, 육영의 교육철학

박은종 교수
박은종 교수

으로 투명하게 경영해 온 사학과 법인 등에 대해서는 법적 테두리 내에서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 사유재산권과 육영의 권리가 보장된 민주주의 국가에서 사학의 규제만이 능사가 아니다.

따라서 교육부는 앞으로 시행령과 법률을 개정하고 각종 규정을 정비하여 실행하는 관점에서 사학(私學)의 혁신과 자율성 보장의 양대 균형추를 올바르게 세우는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ejpark7@kong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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