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프레스의 눈] 교직을 내려 놓던 날
[에듀프레스의 눈] 교직을 내려 놓던 날
  • 장재훈 기자
  • 승인 2019.08.25 15: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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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상백 경남 서포초등학교 교감
김상백 경남  서포초 교감
김상백 경남 서포초 교감

초임 시절 지금의 나 같은 선생들이 한 분 두 분 학교를 떠나가신다. 교육장부터 교사로 퇴임을 하신다. 어떤 분은 화려하게, 어떤 분은 단출하게 하나같이 미련 없다, 속 시원하다 하며 떠나가신다.

'상두복색'. 상여를 둘러친 다석가지 찬란한 비단 속에는 전생의 냄새나는 육신이 있다. 겉은 화려하고 번지르하나 속은 보잘것없다.

교직은 다른 직장보다 편하다, 아직 정이 있다, 몇 안 남은 대우받는다, 안정적이다, 제자를 남기는 보람이 있다. 수용할 수 있는 교사들이 얼마나 될까? 세상의 온갖 간섭, 세상의 욕바가지, 세상의 모든 책임들이 교사를 향해 있지 않은가?

교육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권력을 탐내는 자들에게 얼마나 이용당해 왔던가? 갑질과 곤댓짓이 두려워 말 하나하나가 아슬아슬했지 않은가? 나의 교육방법이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소리에 휩쓸릴까봐 소리 없이 얼마나 애를 태웠던가? 교사답게 끝마치려고 얼마나 이를 악물며 수업에 매달렸던가?

'줄무지장'. 기생이 죽으면 산 기생들은 상복을 입지 않고 제일 화려한 옷을 입고 상여를 따른다. 지옥의 이성을 탈출하여 저승으로 가는 동료를 축하하기 위한 장례다. 이성이 얼마나 지옥 같았으면. 어떤 분은 학교에서 입었던 옷이 냄새나서 모두 버리고 새 옷을 사셨단다.

어떤 분은 어두침침한 옷 치우고 알록달록한 옷 실컷 입을 거란다. 어떤 분은 학교를 향해 잠도 안 자겠다고 하신다. 어떤 분은 남의 자식에게 한 반만큼이라도 내 자식에게 했었으면 하신다.

어떤 분은 술 거나하게 먹고 남의 담벼락에 오줌 한 번 시원하게 갈기고 싶단다. 어떤 분은 죄송하다 미안하다는 소리 두 번 다시 안 할 거란다. 어떤 분은 코 삐뚤어지게 낮술 마시겠단다.

어떤 분은 교육으로 자기 검열하지 않고 본인만을 위해 하고 싶은 일 마음껏 하실 거란다. 얼마나 학교가 힘들었으면. 안타깝고 안타깝다.

학생들을 위한다는 우리다. 학생들을 위한다는 우리가 우리에게는 그렇게 모질어야 되나?

고경력 교사의 업무, 수업 좀 줄인다고 그렇게 비난받아야 되나? 다른 직종은 경력에 대한 전문성을 지혜로 수용한다는데 우리는 그렇게 깎아 내려야 되나?

우리부터 배려하고 존중하자. 상두복색이 되어가는 학교를 줄무지장처럼 떠나는 선배 선생들을 보니 젊은 날 내 발등을 찍은 상처가 덧난다. 잘 아물도록 남다른 마음을 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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