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프레스의 눈] '폭탄교사' 돌리기
[에듀프레스의 눈] '폭탄교사' 돌리기
  • 장재훈 기자
  • 승인 2019.06.19 18:06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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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한희정 서울실천교사모임 대표
한희정 서울 정릉초 교사
한희정 서울 정릉초 교사

2010년 즈음이라고 들었다. 한창 교원평가 문제가 뜨거울 때 교육계와 시민사회계 인사들이 북유럽 탐방을 갔다. 핀란드 교육 당국자와 교육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핀란드의 교사 평가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물었다고 한다. 핀란드는 교사 평가 자체가 없으며, 교사가 되고자 하는 학생들의 수준이 매우 우수하며 철저한 과정을 통해 양성하고 선발, 임용하기 때문에 교사 평가라는 것을 “제도화”할 필요가 없다고 했단다.

핀란드와 북유럽의 교육 이야기를 지겹도록 들었고 읽었지만, 그 역사적 맥락과 배경이 너무 달라 귤이 회수를 넘어오면 탱자가 될 것이 뻔한 이야기들이 난무하는 것이 못마땅하기도 하지만, 그들의 교사 양성, 선발, 임용에 이르는 과정은 부럽기만 하다. 우리는 어떤가?

20여 년 전, 열심히 일 잘하는 교사는 “돈”으로 보상하겠다고 “성과상여금제”가 도입되었고, 10여 년 전, “부적격 교사”를 퇴출하겠다고 “교원능력개발평가”가 도입되었지만, 지금 우리 교육의 현실은 어떠한가? 정말 “일 잘하는 교사”가 보상을 받고, “부적격 교사”는 퇴출되고 있는가? 교사의 “일”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인데 오히려 행정업무를 “많이” 하는 교사가 성과상여금 최고 등급을 받는 것이 현실이고, 그렇게라도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당연한 것으로 수용되고 있다.

그 이면에 모르는 사람은 모르고 아는 사람은 다 아는 “폭탄 교사”라는 말이 있다. 그리고 폭탄 교사라는 말에는 “폭탄 돌리기”라는 말이 꼭 따라붙는다. 폭탄은 제거해야 할 것이지, 게임도 아닌데 이리저리 돌릴 것이 아닌데도 이런 “관행”이 교육계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에 대해 이제는 말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폭탄교사는 업무 능력, 즉 학생들과의 수업이나 생활 교육 등 교사로서의 자질에 심각한 문제가 있어서 한 학교 근무기간인 5년을 못 채우고, 1년 혹은 2년 만에 이 학교 저 학교로 옮겨다니는, 일명 폭탄 돌리기를 당하는 교사이다.

수업이나 생활교육에만 문제가 있다면 담임교사가 아닌 교과전담교사로 배정하고 수업시수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임시방편 해결책을 찾는다. 그리고 해당 학교 관리자는 지역 교육청에 빨리 다른 학교로 전보를 보내라고 요구한다. 가능하면 학생들에게 피해를 덜 주기 위해 동료교사들이 그가 담당할 수업과 업무를 떠맡는 방식인 셈이다. 그러나 그나마 그렇게 해결된다면 다행이다.

교사로서의 자질 뿐 아니라 정신적, 심리적 문제가 있는 경우가 있다.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병지참을 달고 오후에 학교에 나와 점심을 먹는다. 3일 이상 병가는 진단서를 제출해야 하니까 일주일에 2일씩 병가를 쓴다. 학생과 학부모가 보기 싫다고 수업시간마다 썬글라스를 끼고 수업을 한다. 교실 뒤에서 학생들이 싸우고 뛰어다녀도 앞에서 교과서를 읽듯이 그냥 수업을 진행한다. 심지어는 이것을 문제 삼는 관리자를 꼬투리 잡아서 직무유기로 고소고발을 하거나 민원을 제기한다. 문제는 이것이 여러 사람의 예를 늘어놓은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관리자는 처음에는 모른 척하다 나중에는 도저히 참지 못하고 징계안을 올린다. 지역교육청에서는 이미 다 알고 있는 폭탄교사니 사안조사를 하는 시늉만 할 뿐 어떠한 구체적 행위도 하지 않는다. 교장, 교감은 매일같이 교육청에 찾아가 호소를 한다. 제발 다른 곳으로... 그러다 요행히 감사관이 내려와도 현행법상 어떤 처벌이나 징계가 불가능하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세월호 침몰 이후 대통령 하야 성명을 냈던 교사들이나 일제고사에 거부했던 교사들을 곧바로 징계했던 교육당국이 이런 폭탄교사 문제에 대해서는 진짜 직무유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어느 조직이나 대인관계능력이나 문제해결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사람들이 일정 비율로 존재하기 마련이다. 폭탄교사 역시 그 비율이 매우 낮다. 그러나 “교육”이라는 일의 속성 상 다른 어떤 분야보다 해악이 클 수밖에 없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사회가 이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풀어가고 있느냐는 점이다. 지금까지 교육부가 제안한 방식은 “성과상여금”과 “교원능력개발평가”였다. 그러나 10년, 20년이 지난 지금 소수의 부적격교사를 퇴출하기 위해 모든 교사를 평가대상으로 삼는 것이 정답이 아니었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고, 학교현장은 울며 겨자 먹기로 “폭탄 돌리기”를 한다.

우리나라 교원의 신분은 법적으로 보장을 받고 있다. 이는 과거 정치권력에 의한 부당한 해직이나 파면을 방지하려는 기본적인 장치였다. 그러나 사회가 다원화되고 제도적 민주화가 실현되면서 정치권력의 전횡을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게 된 지금, 이를 악용하는 사례들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어떤 경우에는 법이 선량한 대다수의 교사를 위한 것이 아니라 악용하는 소수를 위한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럼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먼저, 교사의 양성, 선발, 임용, 승진 과정에 대한 전반적인 성찰과 논의가 필요하다. 사전에 방지하는 것이 가장 비용을 적게 들이는 방법이다. 둘째,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교원능력개발평가나 성과상여금, 학폭 유공교원 가산점은 폐지해야 한다. 이 제도가 학교현장에 끼친 가장 큰 해악은 교사의 내적 동기를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파괴했다는 것이다. 셋째, 지금이라도 시․도교육청은 폭탄교사 실태조사를 해야 한다. 서울의 경우 정기전보 5년을 채우지 못하고 1-2년마다 학교를 옮기고 있는 교사에 대해 조사를 하면 된다. 지역 교육청은 이미 다 알고 있다. 눈 감고 쉬쉬하고 있을 뿐이다. 이것은 일반직도 예외는 아니다.

2016년 겨울, 광장의 촛불이 요구하였던 것은 “비정상의 정상화”, “적폐 청산”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말은 모두 박근혜 전 대통령의 레토릭이었다는 점이다. 그들이 생각하는 비정상과 적폐는 우리와 달랐다. 내가 생각하는 적폐는 교직 사회를 신자유주의적 질서에 물들이고, 동료교사를 돈 몇 푼과 승진 점수 몇 점으로 경쟁하는 상대로 만들거나, 이도저도 아니라면 신분적 보장에 안존하며 내 권리 지키며 사는 게 제일 편한 일이라는 인식을 보편화시킨 것이다. 불법과 편법이 바로 내 옆에 존재하는데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고 있는 현실을 매일 같이 살아내는 것은 얼마나 괴로운 일인가?

덧. 역사적 질곡이 깊은 한국의 근현대사를 돌아보면 “폭탄 돌리기”를 공론화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부담스럽고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이 얘기를 꺼내면서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모든 교사의 문제가 아니고 소수의 문제라는 점을 정확하게 인식해주시길 바란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교사들은 폭탄 교사의 업무와 수업을 떠맡으며 그 어려움을 함께 겪고 있는 피해자다. 빈대 잡으려다가 초가삼간 태운다고 소수의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교원평가를 강화한다고 나설까 우려스럽다. 이 문제는 호들갑을 떤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지혜를 모아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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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기만 2019-06-20 21:36:59
많은 공감이가는 글입니다.

점점 공교육에 대한 염려와 실망이 커져갑니다.

교육감을 비롯해서 상위 교위교육기관들이 괴물로 변해가는 것 같습니다.

괴물이 선한 교사를 죽이고 괴물같은 교사들을 양성하는 듯 합니다.

괴물 밑에 자라는 아이들중에는 정말로 괴물처럼 되어버린 아이들도 보입니다.

다수를 위한 건강한 나라와 교육이 세워져가야하는데 이상하게 나라가 문제의 소수를 위해 건강한 다수를 억압하는 듯합니다.

다음 세대들이 더 흉악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이런 글 계속해서 올려세요.

청화대 게시판에도 올려 주세요.

응원합니다!

지나가던행인 2019-06-17 10:24:18
교사 얘기쓰다가 일반직 얘기는 왜 쓰시나요? 내가 일반직인데 교사 평가 하면 좋겠습니까?
보아하니 초등교사 같은데, 초등교사들 하루 일과 대부분이 티타임 아닌가요?ㅋ 내가 업무때문에 학년연구실을 잘 안들어가게 됨
일과시간에 바닥이나 침대에 누워서 자고 있는 교사랑 마주치면 민망할까바 차마 못들어간 1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