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동문선(東文選)’을 읽고
[교육칼럼] 동문선(東文選)’을 읽고
  • 에듀프레스
  • 승인 2016.01.15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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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선 해제에 보면 동문선은 삼국시대의 후반기로부터 통일신라 및 고려를 거쳐 근세조선의 중종 초경에 이르기까지의 우리 시인. 문사들의 수많은 우수한 작품들을 뽑아 편집한 것으로 정(正)과 속(續) 두편에 나누어져 있다.

 

정편은 성종 9년(1478년)에 예문관 대제학 서거정 및 홍문관 대제학 양성지 등이 왕명을 받들어 찬집한 것인데 총 133권으로 되어 있고, 속편은 중중 13년 7월(1518년)에 찬집청 당상 신용개 등이 정편이 성립된 후 40여 년간에 서술된 시문들을 추가 선발한 것으로 총 21권으로 되어 있다.

 

동문선은 온갖 기록들을 다 모아놓은 것으로 문학적으로도 의미가 크지만 우리 역사를 조감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우연히 헌책방에서 한 권을 사서 읽어보다가 흥미를 느껴 재단법인 민족문화추진회에서 국역한 전질을 중고로 구입했다. 색인을 포함하여 총 12권으로 되어 있으며, 국역한 것과 원문이 포함되어 있다.

 

대부분은 목차만 넘겨보았지만 역사적 사실을 기록한 글들을 읽다보면 울분이 치솟고 피가 거꾸로 섰다. 하나같이 중국의 속국임을 인정하고 중국의 임금들을 황제로 칭하고 우리나라의 왕들은 스스로 신하라 일컬으며 새해가 되면 어김없이 새해 인사와 더불어 공물을 바쳤다. 그리고 중국에서 책 한 권 악기 하나만 보내줘도 감읍하여 온갖 아양을 다 떤다. 임금의 이름과 녹봉도 중국에서 내려준다. 통치할 땅도 정해주고, 늘려달라고 사정을 하고, 여진족을 정벌해 달라커니, 심지어 백제나 고구려를 물리쳐 달라고 호소한다.

 

금나라 요나라도 대금이니 대요니 하면서 그 임금을 황제라고 부르고 조공을 바쳤다. 그리고 왜구의 침범과 노략질에 시달리며 한 번도 편할 날이 없었다.

 

왕을 대신하여 중국 황제에게 올리는 글을 많이 지은 이들은 역사책에 등장하는 최치원, 김부식, 이곡, 이색, 이제현, 이규보, 이첨, 정도전, 권근, 변계량, 서거정 등이다.

 

그러나 그 가운데도 가끔 감명을 준 글들도 있다. 최치원의 황소격문, 이곡이 원나라 황제에게 처녀조공을 금해줄 것을 호소하는 호소문 ‘원황제에게 올리는 글(代言官請破取童女書)’은 가슴을 치면서도 꼭 읽어봐야 할 글이다. 이 글은 필자가 블로그에 따로 올린 바 있다.

옛사람들이 명승지를 유람하면서 지은 시나 글들은 지금은 흔적도 찾기 힘든 경우가 많아 우리 문화재의 단명은 대개가 목조건물이었거니와 잦은 전화 탓이란 점에서도 아쉬움이 남고 안타까움이 더 한다.

한편 동문선에 수록된 글들은 모두 한문이며 한글로 된 시조나 글들은 빠져 있음도 또한 사대주의 사상 때문이 아닐까 해서 못내 가슴이 아팠다.

글 윤종건 전 한국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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