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만큼 참았다” .. 학교 업무분장 놓고 교원-행정직 정면충돌

2021-11-22     장재훈 기자
교원업무경감을

[에듀프레스 장재훈기자] 경기도교육청이 추진하는 교원업무경감을 둘러싸고 교원과 교육행정직이 정면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교원들이 담당했던 업무를 학교 행정실에 이관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촉즉발 상황이 됐다.

최근 공개된 경기도교육청 조직혁신 TF의 교원업무경감 시범운영 대상 사무 리스트에 따르면 그동안 교원들이 맡아왔던 업무 31개 항목을 적시하고 내년 상반기부터 행정인력이 이를 담당하도록 했다.

리스트에 오른 교원업무경감 사무는 ▲회계업무 ▲강사채용 ▲학교운영위원회 ▲초등돌봄 ▲방과후학교 ▲교육홍보 ▲저소득층 학생지원 ▲계약제 교원인사 ▲학생 학적관리 ▲교과서업무 ▲스마트원격교육 ▲학업성적관리 ▲수업관리 ▲수석교사제 ▲교육공무원 연수 ▲시스템 권한 부여 ▲정보보호▲ 방송실 운영 ▲각종 안전훈련 ▲시설보호 ▲학생시상관리 ▲봉사활동관리 ▲환경관리 ▲유아학비 ▲유아원아모집 ▲유치원 방과후전담사 급여 ▲CCTV 관리 ▲각종 위원회 총괄 ▲특별실 관리 ▲수업시간표 작성 ▲학생증 발급 등이다.

이 같은 내용이 공개되자 교사들을 수업에 전념할 수 있게 행정업무는 행정직이 담당해야 한다다며 환영했다. 전교조는 이참에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교사들이 행정업무를 담당하지 않도록 명문화 하는 방안을 제시하며 한발 더 나갔다.

전교조 관계자는 22일 “유치원에선 교사가 회계 출납업무를 담당하고 초중학교 교사는 컴퓨터 등 정보기기 관리까지 맡고 있다. 게다가 각종 교육프로그램에 필요한 인력채용업무도 교사 몫”이라며 “행정업무 부담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교사들은 학교에서 ‘교육이 아닌 행정’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교사에게 부과되는 행정업무는 해마다 늘어 교사가 맡고있는 행정업무는 이미 포화상태”라고 강조했다.

반면 행정직들은 교원의 고유 업무까지 자신들에게 떠넘기는 것은 부당하다며 분통을 터드렸다.

경기도교육청 자유게시판에는 조직혁신 TF안을 비판하는 글들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게시판에 글을 올린 박 모씨는 “교원업무 정상화가 목적이라면 교육행정직 업무는 비정상이 돼도 좋다는 말이냐”며 반박했다. 그는 “행정직원은 교사를 보조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 교육을 지원하는 것”이라며 “교사를 보조한다는 생각에 업무를 마구잡이로 넘겨도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정 모씨도 “교원업무경감한다면서 ‘다과 접대’를 ‘행정직’이 수행해야 할 ‘업무’로 지정해놓은 것은 시대착오적 인권침해”라며 “이것이 우리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원들의 머릿속에서 나왔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개탄했다.

경기도교육청발 교원-교육행정직 갈등이 시간이 지나도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전국화 조짐도 보이고 있다.

전형준 서울시교육청 일반직노조위원장은 “경기도교육청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교원 업무를 행정직에게 떠 넘긴다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수 없다”면서 “상황 전개에 따라서는 전국단위 집단행동도 불사하겠다”고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경기도교육청은 확정되지 않는 안이 외부로 유출돼 오해를 증폭시키고 있다며 교사 업무를 하교 행정실로 이관한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진화에 나섰다.

한 관계자는 “전체학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20개 학교를 시범 운영하는 것이고 이마저고 별도의 인력을 충원해 업무를 맡기는 것”이라며 “행정실로 이관하는 것은 오해”라고 잘라 말했다. 또 “31개 업무 중 현장 검증과정에서 ‘부동의’ 의견이 많은 10여개는 삭제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양측이 갈등과 반목을 거듭하기 보다 원만한 타협을 통해 새로운 선례가 만들어지길 기대하는 분위기다.

조학규 서울교대 초빙교수는 “교원이 수업에만 전념토록 하는 것은 교사들의 오랜 꿈이고 너무 당연한 일”이라면서 “경기도교육청이 치우침 없는 행정력을 발휘, 교육현장을 변화시키는 새로운 선례가 됐으면 하는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송수연 경기교사노조 수석부위원장은 “보다 나은 교육을 위한 조직혁신 노력이 노노 갈등으로 비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오랜기간 논의된 사안이니 만큼 시범운영을 통해 문제점을 보완해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교육행정전담교사제 신설이나 기간제교사들을 채용, 교사들이 맡았던 행정업무를 전담하게 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