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영유의 교육 오디세이] 조국·정경심 ‘교수별곡’

글 양영유 본지 발행인/단국대 커뮤니케이션학부 특임교수,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2021-08-30     김민정 기자

최소한의 도덕성과 양심도 없이 상아탑 지성을 농단

명성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명성이 생기면 돈과 권력과 사람이 뒤따른다. 명성을 탐하다보면 눈이 어두워진다. 오만과 일탈을 세상이 눈감아 주리라 착각한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수도 있다. 걷어차면 제 발만 아프다. 반대로 정신이 온전하면 명성은 허무한 거라는 걸 깨닫게 된다. 그리고 다시 제자리를 찾는다. 보통 사람은 그렇다.

그런데 조국(전 법무부 장관)과 정경심(전 동양대 교수) 부부는 아마도 전자일 것 같다. 3대가 공을 쌓아도 어렵다는 ‘부부 교수’로서 화려한 명성을 누리다 돌부리에 걸리더니 돌부리를 걷어찬다. 부부 동체다.

자녀 입시비리와 사포펀드를 둘러싼 온갖 의혹에 대해 털끝하나 인정하지 않는다. 딸의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학이 취소되고, 동생이 구속돼도 조국은 상식과 염치와 법치를 외면한다. 부창부수(夫唱婦隨)인지 부창부수(婦唱夫隨) 인지, 부부가 일심이다.

제 자식 망쳐 놓은 아비, 남의 자식 가르칠 자격 있나

조국과 정경심은 아비와 어미 자격이 없다. 자식 앞길을 망쳐 놓은 부모 아닌가. 영화 ‘기생충’에 나오는 학력 위조보다도 더 한 기술을 사용하고도 아무 죄가 없단다. 조국은 딸의 부산대 의전원 입학이 취소되자 “아비로서 고통스럽다”고 했다. 왜 고통스럽지 않겠나. 게다가 아들 문제 또한 자유롭지 않다. 그러니 “고통” 운운 보다는 참회의 눈물을 흘렸어야 했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의 말대로 조국은 사나이가 아니다. 제 아내를 감옥에 보내고 제 자식 앞길 망쳐 놓고 동생이 쇠고랑 차는 일이 벌어졌다. 홍 의원은 그건 “사나이가 할 짓이 아니라”고 했다. 소시오패스(sociopath)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조국 부부는 피의자다. 조국은 서울대로부터 직위해제 처분을 받았지만 여전히 교수직을 유지하고 있다. 수감 중인 정경심은 얼마 전 동양대로부터 면직을 당했다. 2심 판결까지 나와 구속 수감 중인데 동양대 측이 파면이나 해임 등의 징계를 내리지 않고 단순 면직 처리한 것은 상아탑에 대한 모독이다. 단순 면직자는 연금 수령이나 재취업 등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러니 대학이 욕을 먹는 것이다.

교수는 남의 귀중한 자식의 등불이 되어주는 사람이다. 조국 부부도 제 자식이 잘 되기 바란 것처럼 제자들도 그런 마음으로 가르쳤을 것으로 믿는다. 그게 진사(眞師)고 사도(師道)다. 딸 조민을 ‘물 만난 물고기’로 만들어 주려했듯이 말이다.

그런데 더 이상 거론하기조차 부끄러운 각종 거짓 의혹을 보면 세상에 저런 부모도 있나 싶다. 더구나 조국과 정경심은 교수 아니었던가. 거짓과 위선과 허물투성이인데 어떻게 제자들 앞에서 진실과 공정과 정의를 가르쳤을까. 과연 제자들을 내 자식처럼 생각해 본적이 있을까.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정말 이해가 안 된다.

조국 부부는 아등바등 ‘인 서울’ 교수가 되려고 했다. 명성을 탐했다. 조국은 울산대 교수에서 동국대 교수를 거쳐 서울대 교수가 됐다. 울산대에서 동국대로 '인 서울'에 성공할 당시 두 대학에서 몇 달치 월급을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남의 자식 등록금을 이중으로 탐해 제 자식 학비로 쓴 거다.

훌륭한 스승은 세상을 밝히는 촛불, 조국 부부는?

정경심은 2011년 동양대 교수가 되기 전까지 덕성여대 강단에 섰다. 비전임 대우 교수 신분이었다. 영문학과 전임이 애썼는데 학생 강의평가와 동료 교수 평가가 좋지 않아 쓴맛을 봤다고 한다(덕성여대 교수 증언). 결국 경북 영주로 내려가 지방대(동양대) 교수가 됐다. 영문학과가 없어 교양학부 교수가 됐다. ‘바람직한 가치관과 인생관을 지닌 참다운 지성인 양성’(동양대 교양학부),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인재양성’(서울대 로스쿨). 부부 교수는 제자들을 이렇게 가르쳤을까.

작금의 상황을 보면 그렇지 않았을 것 같다. 정경심 교수님 사랑합니다” “정경심 교수님 웃을 때가 예뻐요”와 같은 피켓을 누가 들었는가. 제자들이 들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조국은 어떤가. 서울대가 직위를 해제해 강의 자격을 박탈했을 때 “스승 강의를 꼭 들어야 한다”며 피켓을 든 제자들이 있는가.

무릇 사도(師道)란 무엇인가. “난초향은 하룻밤 잠을 깨우고 좋은 스승은 평생의 잠을 깨운다”(공자), “좋은 스승은 처음에는 판단을, 그 다음에는 지혜를, 마지막에는 학문을 가르친다”(칸트)고 한다. 훌륭한 스승은 그 자체가 세상을 밝히는 촛불이자, 제자의 인생 길잡이라는 얘기다.

정반대의 스승도 있다. 영국 교육학자 알렉산더 닐은 “제자를 우습게 보는 스승이 가장 나쁘다”라고 했다. 스승의 그릇된 행실로 제자들을 울리지 말아야 한다. 조국 부부는 어떤 스승이었나. 조국·정경심 ‘교수별곡’이 남긴 교훈이다.

본지 발행인/단국대 커뮤니케이션학부 특임교수,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