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태 칼럼] '희망 급식'은 '희망을 주는 급식'이어야 한다

학교는 밥만 먹으러 오는 곳이 아니고 공부하는 곳이다

2021-03-20     장재훈 기자

 

[김현태 서울신림중 교장] 코로나19로 인해 원격수업이 장기화되면서 집안 사정으로 학생들이 점심을 챙겨먹지 못해 학생들의 영양 불균형 문제가 발생한다는 지적에 따라서 “탄력적 희망급식” 정책이 시행되었다.

일상적이었던 등교 수업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점심을 먹지 못하는 학생에게 급식을 제공하는 것은 원론적으로 옳은 일이다.

서울교사노동조합은 3월초 '탄력적 희망급식' 관련 설문을 서울 시내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 특수학교 교사 12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하였다. 조사한 결과를 보면 설문에 참여한 교사 1204명 중 1019명(84.6%)이 원격수업을 듣는 학생에게 급식을 제공하는 데 반대했다. 찬성은 15.4%(185명)이었다.

설문을 보면 반대 이유로 '학교 방역의 문제'를 꼽은 교사는 전체 24.1%(725명)로 가장 많았다. 학교에 급식실이 없거나 협소한 학교의 식사 공간과 배식 문제로 반대하는 이유가 22.4%(675명)로 뒤를 이었다.

일부의 과밀학교와 학교 사정상 배식이 어려운 학교는 희망급식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그러나 이와 같은 학교가 전국적으로 많지는 않기에 방역 인력 지원만 충분하다면 희망급식이 가능한 학교는 시간차 조정을 통해 급식을 제공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학교 현장에서 느끼는 어려움은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방역요원이 작년의 1/2 정도로 줄었기 때문이다.

등교학생의 증가로 모든 교사들이 수업외 방역 지도를 하고 있고 특히, 점심시간에도 학생들을 교실에서 관리해야 하는 방역지원이 업무 부담으로 다가와 대면 및 원격수업 관리와 학생 상담에 어려움이 많아서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시도 교육청에서는 등교학생의 증가로 늘어난 교사들의 방역에 대한 업무 부담이 줄어들도록 방역요원을 대폭 늘려 학교현장에 지원해야 한다.

점심시간 전후 수업시간 준수가 어렵다고 반대한 교사도 19.1%(576명)에 달했다.

밥 먹으러 오고가는 시간 사이에 있는 4교시와 5교시의 실시간 수업공백이 생기면 누가 책임질 수 있는가? 이는 수업의 연속이 깨져서 학생들의 학습 공백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또한 학생들이 점심시간에 와서 밥만 먹고 가는 것은 교육적으로 옳지 않다. 그리고 밥만 먹으러 오는 학생이란 낙인효과를 줄 우려가 있어 학생의 자존감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희망 급식'은 학생에게 희망을 주는 급식이어야 한다.

학교는 밥만 먹는 곳이 아니고 공부하는 곳이어야 한다.

따라서 희망급식을 시행한다면 원하는 학생들은 아침에 정상 등교하여 미리 준비된 교실에서 조회 및 시간표대로 원격수업 모두를 학교에서 진행하고 점심도 먹

김현태

고 종례까지 마친 후 귀가하는 것이 옳다.

학생의 수업권을 보장하고 아이들의 시선에서 그 마음까지 살피는 정책으로 학생들의 자존감에 상처를 내지 않는 희망급식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