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관우 충남교육청노조위원장 “‘교사 돈 잔치’ 성명 사과할 이유 없다”

2020-04-26     장재훈 기자
이관우

[에듀프레스 장재훈 기자] '코로나 위기 속에 교사들은 수당을 챙기면서 돈 잔치를 벌였다'는 비난 성명으로 주말동안 교직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성명을 발표한 충남교육청공무원노동조합 이관우 위원장은 “전체 교사를 매도할 의사는 없었다”면서도 “사과할 일은 아니다”고 말해 물러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 위원장은 26일 오후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수백 통의 항의전화를 받았지만 국가적 재난상황에서도 니 업무 내 업무 따지는 교사들을 보며 뭔가 사회적 경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위원장과 일문일답.

- 주말 동안 항의 전화를 많이 받았을 거 같다.

“수백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대부분 항의 전화다. 거친 욕설도 들었다. 하지만 교사들도 이제 달라져야 한다. 시대가 교사에게 요구하는 잣대가 달라졌음을 인정해야 한다.”

- 성명에 ‘천인공노’ ‘돈 잔치’ 등 표현은 모욕적일 수 있는데.

“단어 한두 개로 말꼬리 잡지 말라. 처음엔 좀 지나쳤나 싶었는데 지금은 잘 짚었다는 생각이다.”

- 충남 지역 교총과 전교조가 성명을 철회하고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성명서를 낼 때부터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교육행정직으로서 교사들의 잘못된 행태를 좌시할 순 없었다. 다소 갈등이 있더라도 사회적 경종을 울려야겠다는 생각이 컸다. 일반 학부모들도 학교 현장의 실상을 알아야 한다. 사과할 생각도 이유도 없다.”

- 일부 지역에 해당 되지만 긴급돌봄 업무를 담당하는 교사들에게 수당을 주는 것이 그렇게 잘못된 일인가.

“지금은 국가적 위기상황이다. 코로나 19로 모든 국민들이 힘들어 한다. 학교도 마찬가지다.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긴급돌봄을 받으러 학생들이 나온다. 어쩔 수 없이 나오는 아이들이다. 그런데 교사들은 보육은 우리 업무가 아니다며 거부한다. 오죽하면 정부가 수당을 주겠다고 까지 했겠는가. 엄중한 국가적 위기에 공무원으로서, 또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로서 그 정도 희생과 봉사도 못하겠다고 버티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학교는 학생들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다. 그동안 교사들은 교원지위법이니 뭐니 해서 특권적 대접을 받아왔다. 어려울 때 같이 동참하면 안되나.”

- 엄밀하게보면 보육은 교사들 업무가 아니다. 보육과 교육은 구분돼 있다.

“항의전화에 가장 많은 내용이 그것이다. 보육은 교사 업무가 아니다고들 했다. 다시 말하지만 지금 시기가 니 업무 내 업무 따질 때인가. 학교에서 교사는 학생들의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는 위치다. 보육은 교사 업무가 아니라면서 긴급돌봄 수당을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 교사들 수당에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거 같다.

“교사들은 걸핏하면 수당 수당 한다. 솔직히 불만이 많다. 기초학력부진학생을 가르치는것도 수당을 줘야 하고 방학 캠프에서도 학생들은 간식비까지 부담하는 데 담당교사는 수당을 받는다. 교육예산을 관리하는 행정직으로서 납득하기 힘들 때가 많았다. 학교예산은 학생들을 위해 온전히 쓰여져야 한다. 이번 긴급돌봄 성명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 온라인 개학 이후 원격수업 준비부터 출결체크에 각종 행정업무까지 많은 교사들이 격무에 시달린다. 파김치가 돼 퇴근하면 기절하듯 쓰러진다는 분들이 많다. 그분들 입장은 생각해 봤나.

“'아무리 힘들어도 내가 희생해서 우리 아이들을 돌봐야지' 하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교사 업무가 아닌데 왜 우리가 해야 하느냐'는 두 부류의 교사들이 있다. 내가 지적하는 것은 후자다. 열심히 교사 직분에 충실한 분들 한테는 상처가 될 수 있었겠다. 전체 교사를 매도할 뜻은 없었다. 다만 교사들은 스스로를 너무 직업인으로만 인식하고 있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그런 분들을 보면 교사에 대한 존경심이 사라진다.”

- 전문직인 교사집단과 행정직이 갈등하고 반목하는 모양새는 바람직하지 않다. 이번 노조의 성명이 이런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학교는 교육과 행정의 조합이다. 서로 비방하고 갈등하기 보다 마음을 터 놓고 각자의 역할에 대해 대토론회를 가졌으면 한다. 비 온 뒤에 땅이 더 굳는다는 말처럼 이번 일을 계기로 발전적 관계가 형성됐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