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기 칼럼] 교육재정이 남아 돈다고?
[박남기 칼럼] 교육재정이 남아 돈다고?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1.11.29 12:2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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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

교육재정 축소를 위한 국가의 언론 동원이 대대적으로 시작된 것 같습니다. 교육예산이 남아돌고, 쓸 데가 없어서 낭비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교육 실상을 보면 AI 시대 대비 미비, 특수교육대상자와 경계선상 학생 수 급증, 무기력 및 학습 무관심 학생 급증, 기초학력 미달 및 교과부진 학생 급증, 학교폭력 증가, 학교 이탈학생 증가, 개인 맞춤형 교육 수요 급증, 교육수요 고급화, 부모와 학생의 교육 만족도 저하, 교사의 우울증 및 부적응 급증 등등 다양한 문제로 교육계가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관련 전문 교사 확보를 비롯한 교원 증원 및 관련 사업 신설이 필요합니다. 여기에는 많은 예산이 소요됩니다. 국가가 그러한 역할을 하지 못하면 개인 부모가 자기 자녀에 필요한 교육을 하기 위해 사교육비를 더 많이 지출할 수밖에 없습니다.

​가령, 가장 기본이 되는 학급당 학생수를 20명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서도 엄청난 재원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행안부와 기재부는 학생 감소를 빌미로 과거형의 교육을 하도록 오히려 교원 정원을 축소하고 있습니다.

중앙정부는 다양한 교육문제 완화를 위한 정책 수립 및 필요한 예산 지출 계획 수립도 소홀히 하고 있습니다. 학급당 학생수 감축이나 교사 의무시수 규정 등은 하지 않은 채 교육예산이 남아돈다는 논리만 펴고 있습니다.

예산이 남아도는 것이 아니라 앞에서 지적한 것과 같은 꼭 필요한 정책을 수립하고 그에 필요한 예산을 사용하도록 해야하는 데 그리하지 못하게 하니 남아도는 것처럼 보이는 것입니다.

​교육문제는 산적해 있는데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늘어날 교육예산을 어떻게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할 것인가를 논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빌미로 교육예산을 축소하고자 하는 시도만 하고 있는 중앙정부의 모습은 교육의 미래를 암울하게 합니다.

지방 주민이 급감하고 있지만 지방 공무원이나 관련 인력은 크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복지는 현재인의 삶과 행복을 위한 투자라면 교육은 미래인의 삶과 행복을 위한 투자입니다. 투표연령을 10대 초반으로 낮춰야 정치권에서 교육예산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을 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물론 교육청 스스로도 언론이 지적하는 것과 같은 문제 행위를 최소화해야 합니다. 빌미를 제공하니 그러한 비판을 받겠지요. 교육청은 남아도는 예산이 있거든 앞에서 이야기한 다양한 사업에 사용될 수 있게 인력 채용을 늘리고, 필요한 사업을 신설할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는 교육감 협의회 차원의 건의를 해야 할 것입니다.

​고등교육분야는 재정난으로 뿌리가 흔들리고 있을 정도이므로, 언론과 정부는 교육예산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을 할 것이 아니라 교육재정교부금의 사용 범위에 고등교육을 포함시키는 방안도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에 필요한 법 개정이나 제정 작업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미래 투자인 교육재정을 줄일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 - 경제 시스템 붕괴 및 성장률 마이너스 전환 등등 - 이 올 수도 있습니다. 그러한 때에도 미래를 위해 씨앗은 남겨놓는 농부처럼 교육에 대한 투자는 이어가야 합니다.

그런데 재정 여건이 좋은 상황에서도, 정부는 교육예산을 줄이면 1000조원 이상을 절약할 수있다는 궤변을 늘어놓고 있고, 언론은 이를 적극 받아적고 있습니다.

예산이 남아돈다는데 왜 교육관련 문제는 더 심각해지는 이상현상이 발생하고 있는지를 따져보고, 남아도는 것같은 예산을 보다 효율적으로, 효과적으로 사용하도록 시스템을 재설계하고, 필요한 예산을 집행하는 것이 나아갈 방향일 것입니다. 교육예산에 대해 교육계와 함께 지속적인 열린 토론회를 개최할 것을 제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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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 2021-11-29 21:31:01
교육재정, 특히나 요즘 논쟁거리가 되고 있는 '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 교부금)'의 경우, 낭비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분명 따져보고 돌아봐야 합니다.
지적하신 것처럼, AI 시대 도래, 특수교육대상자와 경계선상 학생 수 급증, 무기력 및 학습 무관심 학생 급증, 기초학력 미달 및 교과부진 학생 급증, 학교폭력 증가, 학교 이탈학생 증가, 개인 맞춤형 교육 수요 급증, 교육수요 고급화, 부모와 학생의 교육 만족도 저하, 교사의 우울증 및 부적응 급증 등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쓰여야 하건만, 부실 사업 및 선심성 예산 편성 등으로 인한 예산 지출은 '낭비'로 보일 뿐입니다.
합리적인 사업이 신설되고 예산이 편성될 수 있도록, 더 늦기 전에 이를 위한 분명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