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근 칼럼] 고3에게 너무 가혹한 2022 수능
[김상근 칼럼] 고3에게 너무 가혹한 2022 수능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1.11.23 07:26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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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상근 서울 덕원여고 교사
김상근 서울덕원여고 교사
김상근 서울덕원여고 교사

[에듀프레스] 2022수능이 끝이 났다. 수능이 끝나면 나오는 수능에 대한 난이도에 대한 이야기로 학교와 관련 커뮤너티는 시끌벅적하다.

올해 수능의 경우 작년부터 코로나의 유탄을 직격으로 받은 현 고3들이 치루는 시험이기에 어느 때보다 난이도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이미 언론에서는 이번 수능을 불수능을 넘어 용암수능으로 부르고 있다. 국어, 수학, 영어, 탐구 4영역 모두가 어려웠던 수능이었다.

이미 서울권 대학의 정시 비중이 40%가 넘는 상황에서 수능의 변별력을 높아질 수 있겠다라는 전망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코로나라는 특수 상황, 국어와 수학에서의 선택교과 도입, 6,9월에 치룬 모의 수능의 결과분석으로 인해서 이미 낮아진 학생들의 학력상황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이렇게까지 모든 영역의 난이도가 높게 나올 것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수능 각 교과가 끝나고 교사나 사교육에서 나오는 수능 난이도 평가와 학생들이 느끼는 체감난이도 차이가 점점 심해지고 있는 상황도 올해에는 더 심하게 발생하고 있다.

특히나 여기에 국어와 수학 모두 6, 9월 모의 수능에서 출제되지 않았던 방식의 문제가 나와서 많은 수험생들의 체감 난이도는 더욱 높아졌을 것이다.

여기에 현재 고3 수험생들은 작년 코로나 상황에서 학교에서 거의 방치되다 시피 한 세대이다. 올해에는 작년보다 나아졌다고는 하나, 이미 중요한 2학년 시기를 놓쳤기에 학력 저하 현상은 예년보다 심한 상황이었다. 이는 각종 학평과 6,9월 모의 수능에서 결과로 입증된 상황이기도 하다.

가뜩이나 2015교육과정 속에서 고3 교육과정은 수능과 연관이 없는 진로선택교과가 50% 정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마디로 고3 재학생들에게 학교에서의 수능 준비란 그 어느 때보다도 힘든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이라면 평가원은 이들에 대한 배려를 해주었어야 한다.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서 단순히 난이도가 높아졌다고 이런 비판을 하는 것은 아니다.

올해 수능에서 소위 킬러문항이라는 문항은 예년보다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최상위권 학생들에게 올해 수능은 생각만큼 힘든 시험은 아니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준킬러문항의 증가와 모의 수능에서 다루지 않았던 신유형 문항의 등장은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학생들에게는 악몽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최상위권의 변별을 목적으로 나머지 학생들에게 좌절감을 준 수능인 것이다.

6, 9월 모의 수능을 평가원에서 출제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실제 수능문제에 가깝게 출제하여 수능을 준비하도록 하기 위함이 아닌가? 6, 9월 모의 수능과 실제 수능의 난이도 차이 자체도 문제며, 실전인 수능에서 연습단계였던 6,9월 모의수능에서 다루지 않은 문제 유형을 출제한 것은 기출을 중심으로 수능을 준비하던 수험생을 농락한 행위라고 할 수 있다.

학교생활을 병행하는 고3 재학생들에게 수능은 재수생들과 비교해서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을 하는 상황이다. 하루 전부를 수능 준비에 쏟아부을 수 있는 재수생들에 비해서 수능에 나오지 않는 교과 수업을 듣고, 각종 학교 활동을 해야 하는 고3 재학생들이 처한 현실은 전혀 녹녹치 않다. 예전이야 학교에 있는 시간 자체를 수능 문제풀이에 올인이라도 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수행평가에서부터 창체 활동, 그리고 비수능선택 교과 수업까지 해야 하는 것이 현재 고3의 현실이다. 오히려 수능을 준비하기 위해서 학교 생활을 포기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기까지 한 상황이다.

수능에 있어서 학교는 사교육에 비해서 철저히 약자이다. 학교에서 선행학습은 전혀 하지 못한다(오직 휴업일, 즉 방학 기간에만 가능하다). 교육과정의 변화로 수업시간에서 수능 문제풀이가 차지하는 비율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재학생에게 수능 공부를 할 시간은 점점 줄어들게 시스템을 만들어놓고, 정작 수능의 비중은 늘린 상황인 것이다.

수능 난이도의 증가는 사교육의 발빠른 대처로 이어진다. 신유형을 개발하고, 더 빠르고 정확하게 정답을 고르는 스킬을 무기로 학생들을 모집할 것이다. 불행하게도 공교육은 사교육처럼 민첩하지도, 절박하지도 않다.

이미 최상위권 학생들은 사교육을 통해서 어려워진 수능 국어를 위해 대학생들이나 풀어야 할 MEET(의전원 시험) 국어 문제를 풀고, 고1 입학하기 전에 수학은 미적분까지 선행하고, 영어는 수능수준까지 마치고 오는 상황이다.

정시의 증가, 수능 난이도의 증가로 수능에서의 재수생들의 우위는 더욱 심해질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당연히 재수생은 증가할 것이다. 영어 절대평가의 영향으로 정시에서 대학별 합격 급간은 급속도로 좁아졌다. 1~2문제 차이로 대학 수준이 달라지는 상황이고, 재학생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수능 경쟁력이 높아지는 상황을 포기할 재수생들은 없다.

공정이라는 이름으로 수능의 영향력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수시 역시 교과전형의 증가로 수능최저를 요구하는 전형 비율이 예년보다 늘어난 상황이다).

올해 2022 수능은 코로나로 인해 수능에 있어서 만큼은 마땅히 배려받았어야 할 현 고3에게는 너무나도 가혹한 수능이었다. 아니 어쩌면 이런 비극은 이제 시작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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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예지 2021-11-25 00:40:23
정말 알찬 기사 잘 읽었습니다...현 고3으로써 너무 힘든 수능 이였는데 기사가 절 위로해주는 기분이였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ㅇㅇ 2021-11-23 13:44:29
수능이 어려운건 ㅇㅈ하지만 학종보다는 나은듯

수험생맘 2021-11-23 07:57:32
절대적으로 공감합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