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영유의 교육오디세이] 수능과 사교육 3인방
[양영유의 교육오디세이] 수능과 사교육 3인방
  • 김민정 기자
  • 승인 2021.10.20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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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양영유 본지 발행인/단국대 커뮤니케이션학부 특임교수,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양영유 발행인/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양영유 발행인/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한 달도 남지 않았다. 결전(11월 18일)을 앞둔 수험생들은 정보가 목마르다. 올해는 변화가 적지 않다. 우선, 수능이 문·이과 통합형으로 바뀐다. 인문학적 상상력과 과학적 창조력을 두루 갖춘 융합형 인재를 키우자는 취지다.

국어와 수학 영역은 공통과목과 선택과목으로 개편된다. 문·이과 계열 지원 수험생이 함께 평가받게 되는 것이다. 선택과목에 따라 수험생 개개인의 점수에 유불리가 발생하던 구조가 기존의 탐구 영역에 이어 국어와 수학 영역에서도 나타난다는 의미다.

국어·수학·직업탐구 영역은 공통과목 75%, 선택과목 25%로 배분된다. 예컨대 수학에서는 문·이과 계열 지원 구분 없이 공통과목으로 수학Ⅰ과 수학Ⅱ를 치르고 선택과목으로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 중 1개를 고른다.

올 수능 문·이과 통합형, EBS 연계율 50%로 변화

올해 수능은 교육방송(EBS) 교재 연계 비율도 변수다. 연계 비율이 기존의 70%에서 50%로 낮아진다. 애초에 EBS 교재 연계 비율 자체가 코미디지만, 수험생들이 느끼는 체감도는 상당하다. “반은 비슷하고 반은 아니다”라는 뜻 아닌가.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예년보다는 더 민첩하고 풍성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이유다.

한데 평가원의 ‘앵무새’는 여전하다. “학생들이 학교교육을 충실히 받고 EBS 연계 교재와 강의로 보완하면 해결할 수 있는 수준으로 문제를 출제하겠다”고 밝힌 게 고작이다. 이게 정보가 되나.

정보에 굶주린 학부모와 수험생들은 사교육에 매달린다. 올해 실시된 6월과 9월 모의평가와 10월 모의고사에 등장하는 언론의 취재원을 보면 대번에 알 수 있다. 문·이과 통합형 수능에 대한 분석, 개별 과목에 대한 분석, 본 수능에 대비하기 위한 전략 등 대부분의 정보가 사교육으로부터 나온다.

구체적으로 보면, 이만기(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장), 이영덕(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 임성호(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 등 3인의 사교육 전문가다. 이들 3인방은 언론에 수시로 등장하며 수험생의 나침반 역할을 하는 ‘입’이 된다. 언론은 오랜 노하우와 실력이 검증된 이들을 수능의 고급 취재원으로 활용한다. 언론이 고마워 할 정도다.

교육기자들이 기사에 인용하는 공교육과 사교육 취재원은 학생과 학부모의 대입지원 전략에 큰 영향을 준다. 필자는 이런 상황을 실증적으로 파악해보기 위해 조사를 했다.

언론이 수능 관련 보도의 취재원을 어떻게 활용하는 지를 알아보기 위해 최근 5년간(2017~2021학년도) 종합지인 조선일보와 한겨레의 수능 기사 115건에 나오는 취재원을 분석했다(교육문화연구 27호 논문집). 그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조선일보와 한겨레 모두 공교육보다 사교육 취재원 의존도가 과도했다. 조선일보는 전체 취재원의 52%, 한겨레는 34%가 사교육 취재원이었다. 조선일보의 수능 취재원은 사교육 전문가→학생→교사→평가원→교육부→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순이었다.

반면 한겨레는 사교육 전문가→교사→평가원→교육부→학생→대교협 순이었다. 두 신문 모두 평가원, 교육부, 대교협을 메인 취재원으로 활용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불편한 진실…수능보도 실명 취재원 78%가 사교육 3인방

놀라운 것은 두 신문이 기사에 인용한 사교육 업계 유명 3인방은 전체 사교육 실명의 78%를 차지했다는 점이다. 반면 고교 진학담당 교사로 대표되는 공교육 취재원은 맥을 못 췄다. 조선일보는 10%, 한겨레는 19%에 불과했다. 그런 현상은 수능이 바뀌는 올해 더욱 도드라진다.

앞서 올해 6월과 9월 모평과 10월 모의고사 직후에 나온 언론의 취재원 인용 경향을 미리 언급한 까닭이기도 하다. 올해도 사교육 정보원의 수능 지배력이 대세이고, 공교육 교사, 대교협, 교육부, 평가원은 정보제공자로서의 역할이 유명무실하다. 다음달 18일 수능이 치러지면 그런 현상은 더욱 심화할 지도 모른다.

이 같은 언론의 수능 취재원 사교육 의존 심화를 교육기자 탓으로 돌릴 수도 없다. 교육기자들은 공교육과 사교육 취재원을 균형 있게 인용하려 한다. 하지만, 사교육 취재원은 정보의 신속성·정확성·풍부성이 공교육에 비해 상대적으로 앞서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더 자주 인용하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언제까지 이런 현상을 지켜보고만 있을 것인가. 사교육은 공교육의 보완재일 뿐 대체재가 아닌데 교육당국 스스로 수능 정보에 관한 한 대체재로 인정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수능의 불편한 진실이다.

수시 ‘등급 컷’ 사교육 의존 맹점 고치고 대학별 합격선 공개 최대한 확대해야

1993년부터 29년째 시행되는 수능의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수능을 논술형으로 손질하자”, “아예 폐지하자” 등등의 거창한 ‘입놀림’ 보다는 정확하게 정보를 제공하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 그래야 수능의 불편한 현실이 바로 잡을 수 있다.

우선, 교육당국이 수능 정보 제공을 활성화해야 한다. 수능 전문가를 양성하고 빅 데이터를 바탕으로 체계적이고 실증적인 정보를 내놔야 한다. 수능 당일 대교협 교사단이 반짝 힘을 내봐야 사교육을 누를 수 없다.

수능의 구조적인 결함인 ‘등급 컷’ 예측의 맹점도 바로잡아야 한다. 수능 직후 치러지는 수시 논술을 수능 성적표 발표 이후로 바꿔 사교육 등급 컷 의존의 사슬을 끊어야 한다. 대입 일정을 조정하자는 의미다. 더 중요한 것은 대학의 정보공개 확대다. 각 대학은 대입정보포털에 공개하는 합격선(70% 컷)보다 더 정확한 자료를 내놔야 한다.

30% 자료가 더 중요하다. 그러니 수험생들이 사교육 예상 합격선에 매달리는 것이다. 학령인구가 감소해도 소위 상위권 일부 대학의 입시 경쟁은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다. 그럴수록 사교육 정보 의존도가 높아지게 되니 정보 확대는 필수다.

교육부와 평가원의 역할은 그래서 중요하다. 공교육 전문가 풀의 전문성과 지속성을 확보하고, 상세한 입시 빅 데이터를 공개해야 한다. 28년 동안 ‘보안’을 핑계로 주저하다 이 지경에 이르렀다. 이제는 바꿔야 한다. 사교육이 수능을 종신 지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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