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영유의 교육오디세이] 교육감 후보 단일화 기구를 단일화 하라
[양영유의 교육오디세이] 교육감 후보 단일화 기구를 단일화 하라
  • 김민정 기자
  • 승인 2021.10.13 09:4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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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양영유 본지 발행인/단국대 커뮤니케이션학부 특임교수,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양영유 본지발행인/ 전 중앙일보논설위원
양영유 본지발행인/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손자는 『손자병법』에서 전쟁은 속이는 것이라고 했다. 보이는 것을 그대로 믿지 말고, 적군을 속이면서 정규전과 비정규전, 기습과 정공을 톱니바퀴 맞물리듯 펼치는 기정상생(寄正相生)을 전쟁론의 근본으로 삼았다.

그 옛날의 전쟁론이지만 첨단무기가 투입되는 오늘날의 전투에 그대로 적용해도 유용할 듯싶다. 전쟁의 승패는 결국 상대방의 마음을 뒤흔드는 ‘심리전’ 요소가 강하기 때문이다.

손자의 기정상생(寄正相生)을 선거에 빌리면 어떨까. 상대방의 허를 찌르는 기습과 정면으로 맞서는 정공법의 이치는 같다. 상대방의 허점을 잡아 기습하고, 당당하게 담론의 정책 대결을 한다면 승리를 거머쥘 지도 모른다.

단, 여기서 중요한 것은 상대방에 대한 허점의 근거는 확실해야 하며, 정책은 입발림이 아닌 구체적이고 명확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도 강(强) 대 강(强)으로 맞서려면 대표 후보를 내세우는 게 순리다. 대선 정국에서 여야 예비후보들이 경선 레이스를 벌이는 이유도 그래서다.

교육감 선거, 보수 흩어져 죽었고 진보는 뭉쳐서 살았다

하지만 교육감 선거는 그동안 그러하지 못했다. 보수는 늘 자중지란(自中之亂)에 빠졌고 결국 전국 동시선거에서 연거푸 대패했다. 제 잘났다는 후보가 난무하니 기정상생은 언감생심이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이인 벤저민 프랭클린은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라고 했는데, 교육감 선거에 관한 한 보수는 흩어져 죽었고 진보는 뭉쳐서 살았다.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정치권의 속설이 뒤집힌 것이다.

지난 교육감 선거 결과를 보면 진보 대 보수가 14대 3이었다. 보수는 후보가 난립했고 진보는 단일 후보로 똘똘 뭉쳤다. 그 결과 진보 교육감 전성시대가 열렸다. 세월이 흐르자 진보 교육감들의 ‘판타지’ 교육은 밑천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평준화, 무시험, 역사교육, 수월성 폐지, 혁신학교, ‘무상’ 시리즈로 교육 수요자의 마음을 훔치려던 판타지가 깨지고 있는 것이다.

평준화 교육을 맹신하며 학생 실력을 떨어뜨리고, 평가를 도외시하며 시험에 소홀하고, 이념 교육에 몰두해 그릇된 역사관을 주입하고, 학부모가 외면하는 혁신학교를 대거 만들고, 여기저기 재난지원금 명목의 돈을 살포하다가 저항을 받고 있다.

그런 와중에 보수 교육계는 자성을 했을까. 게으른 ‘라떼’ 속성을 버리고 공부를 많이 했을까. 냉정하게 평가하면 보수는 변한 게 하나도 없는 것 같다. 4년 전 분열을 자초해 패배를 불렀던 인사들이 낯 두껍게 다시 선거판을 기웃거린다. 이대로라면 내년 6월 교육감 선거도 이전 선거의 도돌이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진보는 다시 똘똘 뭉치고 보수는 여전히 정신줄을 놓고 있으니 말이다. 내년 3월 대선 결과에 따라 정치권은 요동칠 것이고, 6월 교육감 선거도 영향 받을 게 명확하다. 유권자들이 교육감 후보의 자질, 덕망, 리더십, 비전을 살펴보지 않고 정치 태풍에 짓눌려 과거의 ‘묻지 마 투표’를 재현할 우려가 있는 것이다.

이 또한 교육계의 비극이다. 진보 진영은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다. 정중동(靜中動)하며 기습과 정공법을 노린다. 새 카드를 기습적으로 내놓고 ‘판타지 교육’ 고착화를 꾀하려 한다. 게다가 보수진영이 꼬박꼬박 ‘자중지란’ 선물을 주고 있으니 이번에도 느긋하다. 누가 어디서 출마한다는 말을 노출하지 않고 전교조를 중심으로 대표 선수를 탐색한다.

얼치기 보수, 곳곳에 단일화 기구 난립 자충수

반면 얼치기 보수 교육계는 “이번엔 (난립이) 안 된다”며 곳곳에서 후보 단일화를 추진한다. 2018년 교육감 선거에서는 대전·대구·경북 등 3곳을 제외한 14곳을 모두 진보 성향 교육감에 빼앗겼는데 이번에는 단일화로 아픈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포장만 그럴듯하지 역시나 균열 조짐이 보인다. 단일화 기구가 너무 많다. 여기저기서 단일화 기구 선언문이 나돈다. 대부분 ‘라떼 보수’로 불리는 원로 중심이다.

서울의 경우 지난 9월 13일 ‘교육감선거 자문 원로회의’(이하 원로회의)라는 것을 꾸렸다. 이돈희 전 교육부 장관을 비롯한 보수 정권 시절의 교육부 장관 출신들이 주축이다. 원로회의를 통해 보수 후보들을 하나의 우산 속으로 끌어 모으겠다는 취지다.

그런데 단일화 기구가 또 있다. ‘한국교육포럼’(9월 7일)과 ‘수도권 좋은 교육감 후보 추대 교육자연대’(교육자연대, 9월 15일)이다. 한국교육포럼은 서울·경기 지역, 교육자연대는 서울·경기·인천 지역 출마 의사가 있는 보수·중도 성향 후보 단일화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서울뿐만이 아니다. 지방도 비슷한 양상이다. 지역별로 많게는 서너 개 단체가 나섰다.

일부에서는 단일화 방식이나 시기를 놓고 내홍이 불거지고, 일부 예비 후보는 단일화 불참을 선언해 벌써부터 균열이 생기고 있다. 제 잘난 꼰대 교육의 자화상이다.

학부모 마음 훔치는 ‘도둑교육’…냉혹한 평가 필요하다

진보 진영은 보수 진영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한다. 보수교육계의 후보 카드는 대부분 공개됐지만, 진보교육계 후보는 베일에 가려 있다. 서울만 하더라도 조희연 교육감의 3선 도전과 새 인물(전교조맨 또는 친전교조맨) 추대 사이에 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내년 6월 1일 본 게임의 치열할 싸움을 예고하고 있다. 그런데도 보수는 아둔하다. 단일화 기구조차 단일화를 못 한다. 도돌이표 후보들이 제각각인 단일화 기구가 내놓는 결과에 승복하지 않으면 결과는 다시 뻔하다.

보수와 진보 어느 쪽이든 모든 자식을 제 자식처럼 잘 가르치려는 성심(誠心)만 있으면 문제될 게 없다. 그러나 그간의 모델은 ‘게으른 보수 교육감’과 ‘이념에 경도된 진보 교육감’뿐이었다. 보수는 ‘라떼 교육’으로, 진보는 ‘판타지 교육’으로 국민을 속였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혁신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보수·진보 교육계 모두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리고 진검 승부를 벌여야 한다. 그러려면 교육감 후보 정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보수교육계는 단일화 기구부터 단일화해야 한다. 그리고 유권자의 냉혹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국민을 속이는 ‘도둑교육’을 도마에 올려야 한다. 그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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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태제 2021-10-13 11:52:23
단일화추진위원회가 단일화되거나 최소한 같은 의견을 내야되는데 욕심때문에 쉽지 않을겁니다. 이단계부터 이루어져야 교육의 희망이 보일겁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