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시평-윤은기] 오징어게임, 서울대총장도 보았을까?
[교육시평-윤은기] 오징어게임, 서울대총장도 보았을까?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1.10.04 0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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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
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
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

'쌍문동의 자랑 이 시대 최고의 수재' 조상우(박해수분)는 화제의 드라마 오징어게임에서 주인공 성기훈(이정재분)과 함께 쌍벽을 이루는 주요 캐릭터다. 서울대경영대학을 수석입학한 수재다.

여의도 증권가로 진출한 그는 일확천금을 노리고 고객유치금까지 빼돌려 증권 파생상품과 선물투자를 하다 60억원의 부채를 지고 인생 막장으로 몰린다.

시장에서 생선가게를 하는 어머니의 희망이고 친구들에게 선망의 대상이던 인물이 결국 돈에 목숨을 거는 게임에 까지 몰리게 되었다.

그는 비록 쫄딱 망한 인생이지만 서울대 경영대학 수석입학생답게 자존심 강하고 자긍심도 살아있다. 지금 이 상황을 맞이한건 내 잘못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모순 때문이라고 여긴다.

그리고 목숨건 게임에서 살아남으려면 치밀한 계산과 전략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첫번째 게임인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에서는 참가자 456명중 255명이 목숨을 잃는다.

참가자들은 계약조건을 내세워 지금이라도 이 게임을 중단할지 여부를 투표에 부치자고 요구하여 찬반투표가 진행된다. 거의 반반으로 표가 나오는데 조상우는 찬성 버튼을 누른다. 거액의 상금에 현혹되었을 수도 있지만 게임은 힘만으로 되는게 아니라 머리싸움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구슬치기 게임에서 패하게 되자 그를 믿고 끝까지 따르던 순진한 파키스탄 노동자 알리를 감쪽같이 속이고 자신은 살아남는다. 자기가 믿었던 인물이 자기를 속였다는 것을 알고 망연자실하는 이 외국인의 표정과 총살당하는 장면은 두고두고 지워지지않는다. '인간은 서로 믿을 수 있는 존재인가?' 근본적 질문을 던지는 장면이다.

유리다리를 건너는 게임에서 한 말도 조상우라는 인간의 속성을 잘 나타내고 있다. 나는 최선을 다해 노력했기 때문에 여기까지 왔다는 조상우와 우리가 이길수 있었던 것은 패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성기훈의 말이 충돌한다.

마침내 최종승자를 가리는 오징어게임에서 주인공과 혈투를 벌인다. 둘은 어려서 쌍문동에 살 때 형 동생하며 가족처럼 지내던 사이다. 그러나 자기가 살아남기위해 몇번씩 자기를 구해주었던 주인공을 공격한다. 나는 네가 싫어서가 아니라 살아남기위한 행동일 뿐이라고 합리화 한다.

서울대 경영대학에서 그는 합리성을 배웠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삶은 합리성보다 늘 합리화로 이어져 있다.

이 드라마를 연출한 감독은 왜 조상우라는 인물을 서울대 졸업생으로 설정했을까? 서울대학교는 우리나라 최고의 명문대학이다. 서울대학교의 정체성과 위상은 학교심볼인 문장에 잘 표현되어 있다.

바깥을 두르고 있는 월계관은 승자의 명예와 영광을 의미한다. 으뜸가는 학문적 명예의 전당이 된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펜과 횃불은 지식탐구를 통해 겨레의 길을 밝히는데 앞장서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한가운데 펼쳐진 책에는 라틴어 VERITAS LUX MEA가 쓰여있다. '진리는 나의 빛'이라는 뜻이다.

서울대는 개교이래 전국에서 공부잘하는 수재들이 몰려왔고 졸업생들은 우리사회의 지도층을 형성해온게 사실이다. 정계 관계 학계 법조계 언론계 경제계 최상층에는 서울대출신이 포진해 있다. 건국이후 나라발전에 큰 기여를 한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감독은 굳이 서울대출신을 이 살벌한 서바이벌게임 드라마에 비정한 인물로 등장시켰을까? 우리사회에 필요한 인재의 의미를 묻고싶기 때문일 것이다.
자본주의 3.0이라고도 말하는 신자유주의 무한경쟁 시대에는 머리좋고 똑똑하고 스펙좋은 사람들이 경쟁에서 승리하였다.

이들은 승자독식을 정당화하고 내가 잘났고 더 머리를 잘썼기 때문에 더 누리는 것이 당연하다고 합리화한다. 어려운 환경에서 악전고투하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와 온정을 잃어버리고 풍요로운 삶을 즐기는 이기적인 사람들이 너무 많아졌다.

언젠가 탈랜트 이순재선생으로 부터 들은 말이 떠오른다. 이분은 서울대를 나오셨다. "얼마전 우연히 서울대 모임에 나갔는데 원로라고 한마디 하라는 거야. 그래서 솔직히 한마디했더니 분위기가 싸늘해 지더라구"

"뭐라고 하셨는데요?"

"요즘 뉴스를 보니 잡아가는 자나 잡혀가는 자나 모두 서울법대 출신이야. 전국에서 머리 좋다는 인재들 모아다가 무슨 교육을 시켰길래 이 모양이야. 나 창피해서 이 학교 나왔다는 말 하기가 싫다구"  

역시 대발이 아빠답게 호통을 치고 오신거였다.
서울대에 입학하려면 타고난 머리가 좋아야 하고 본인이 열심히 노력해야 하고 운도 따라야 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나의 공만은 아닌 것이다. 부모의 공도 있고 환경의 덕도 있다. 내가 입학한 것은 수많은 탈락자들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서울대는 국립대학이다. 여러가지 혜택이 있다.  우선 학비가 싸고 장학금혜택이 많다. 연구컨텐츠가 축적되어 있고 교육시설도 좋다. 사실 이 모든게 국민의 부담이다.

지금 오징어게임은 넷플릭스 세계 1위에 오른 화제작이다. 전세계 수많은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서울대도 소개가 되고 있다. 물론 조상우가 서울대출신을 대표하는 인물은 아니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조상우를 통해 머리좋은 수재가 우리가 사는 세상에도 좋은 인재인지 묻고 있다. 서울대도 자기의 부와 권력추구를 위해 매달리는 인재가 아니라 이 사회를 더 따뜻하게 만드는 인성좋은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갑자기 궁금해 진다. 서울대총장은 오징어게임을 보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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