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형의 에듀토크] 교육의 다양성을 말하다- ② 튀는 건 금물!
[김남형의 에듀토크] 교육의 다양성을 말하다- ② 튀는 건 금물!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1.09.29 23: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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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남형 경기 여주 송촌초 교사
김남형 여주 송촌초 교사
김남형 여주 송촌초 교사

첫 발령을 받고 가장 먼저 배운 것이 있다. 동학년은 함께 해야 한다는 것. 당시 동학년 선배 교사께 많은 가르침과 도움을 받은 것이 기억난다. 스스로 발령 금수저였지 않았나, 싶다.

동학년의 ‘함께'가 가지는 저력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교육 운영의 효율을 높이고 학급 단위에서는 불가능할 만한 교육 기획이 가능해진다. 서로 연대하며 연구할 수 있는 시스템까지 갖춘다면 그 해 자식 농사(학급 운영)는 이미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다.

여기까지라면 이야기는 아름다운데 동학년의 ‘함께'라는 말이 내포한 ‘협력’이라는 뜻 외에 다른 의미가 이번 주제다. 바로 획일화다.

누구네 반에서는 이런 걸 하는데 누구네 반에서는 안한다더라, 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조심하는 분위기를 빈번히 느꼈다. 옆반과 다르면 안된다는 거짓 명제가 동학년 분위기를 장악하는 경우도 있다. 심한 경우 인근 학교 간 서로 다름을 줄이려는 현상도 있는 것으로 안다.

다름을 부정하는 획일화의 모습이 진취적이고 발전적일 것이라고 기대하긴 어렵다. 하향평준화될 가능성이 커진다. 더 큰 문제는 수준의 상-하향도, 진취와 퇴영(退嬰)도 아니다. 그 사이에서 짓밟힐 다양성에 있다.

획일화된 교육은 획일화된 평가와 연결되고, 확인할 것은 동떨어진 수치밖에 없으니 줄 세우기의 기반이 된다. 작곡과 연주에 소질이 있는 베짱이와 협동을 잘하는 개미에게 100미터 달리기만 자꾸 시키고 트랙 앞에 몰아 세운다. 볼 것은 몇 초만에(아마도 몇 시간만에) 주파했는지 수치밖에 없다. 그리고 둘을 1등과 패배자라고 부른다.

어쩌다 보니, 아니 필연적으로 ‘동학년'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우리들의 학교, 우리들의 수업, 우리들의 교육 시스템 전반에서 발견되는 획일화의 그늘을 말하는 것이다.

정부 단위에서는 국가교육과정이 학교교육과정을 거쳐 학급교육과정으로, 더 나아가 교사별 교육과정을 넘어 학생별 교육과정으로 운영되길 요구한다.

하지만 현장은 틀에 갇혀 개별화를 실현하기 힘들다. 사회는 다변화되고 아이들은 자꾸만 다양해지는데 학교는 어디로든 한 발짝 떼기 어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학급을 운영하는 교사들만의 문제일까? 아니다. 비교의 잣대로 억누르는 외부요인, 새로움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내부요인, 문제시 보호해 줄 생각이 없는 상부요인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탓을 하기 전에 스스로를 반성해본다. 아이들 하나 하나가 다름에도 동일한 활동만 강요했던 건 아닌지, 성장 속도가 차이남에도 억지로 끌어당기거나 못 가게 막은 건 아닌지, 옆반과 다른 아이들임에도 튀는 것에서 오는 갈등이 두려워 억제시키거나 혹은 억지로 시키거나 한 건 아닌지를.

획일화의 효율과 평등 교육의 저력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우리 사회는 이제 동일시의 늪에서 벗어나 다양성의 시대로 넘어가고 있는데, 1부에서 거론한 것처럼 학교도 더이상 획일화의 굴레에만 머물러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다음 3부에서는 학교가 다양성의 길로 들어설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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