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식 칼럼] 교육이 정치의 희생양이 되어선 안된다
[박하식 칼럼] 교육이 정치의 희생양이 되어선 안된다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1.09.28 09: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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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식 충남삼성고 교장
박하식 충남삼성고 교장

[에듀프레스] 반값 등록금, 무상급식, 무상교육, 자유학기제, 고교 학점제 등은 정치인들이 선거 공약으로 내걸었던 대표적인 공약들이다. 이러한 공약들은 현재 우리나라의 학교 교육의 한 정책으로 현실화되어 진행되고 있다.

선출을 통해 지위와 권한이 주어지는 정치인들은 본질적으로 유권자들의 표에 의해서 자신의 지위와 권력이 주어진다. 정치인들은 교육외에 많은 분야의 공약을 제시하여야 하기 때문에 교육만으로 공약을 채울 수 없으므로, 다른 분야의 정책과 함께 위와 같은 아주 짧은 키워드로 어필 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교육과 관련되어 유권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이는 이런 이슈들을 누가 선점하느냐가 정치에 있어서는 매우 중요하다. 정치인들이 제시하여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어내는데 성공적으로 작용한 선거공약의 특징은 학부모들에게 있어서는 경제적 부담을 덜어 주는 것이고, 학생들 입장에서는 학습의 부담을 덜어주는 등 교육소비자들이 당장 체감할 수 있는 것들이다.

◆ 교육공약에 '무상 시리즈'가 판치는 이유는

그렇기 때문에 정치인들에 의해서 제기되는 공약과 교육정책은 교육다운 교육으로의 변화 발전 보다는 교육을 할 수 있는 여건과 환경의 변화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대중들에게 많은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가시적이고 단기에 효과가 나타나는 공약을 만들 수 밖에 없는 입장에 처하게 된다. 이른바 ‘무상’시리즈가 정치인들이 교육에 대해서 내걸고 실현해낸 대표적 업적이다.

그덕에 우리나라는 중학교까지가 의무교육이지만, 고등학교까지 전학년 전원 무상교육을 하는 교육에 있어서는 복지국가의 수준에 올라와 있다. 교육의 여건의 변화가 교육 발전에 불필요한 것은 아니나, 정치인들에 의한 구호와 정책이 교육의 가장 중요한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4년 이상 오래 걸려야 변화가 가능한 문제들, 소수를 위한 교육이지만 국가의 미래, 국가의 균형 발전을 위해 필요한 문제들은 선거 공약 목록에 들어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의 고려 대상에서 제외되는 문제들이 교육의 근본적 개선을 위해서 필요한 것이 더 많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교육은 근본적으로 오랜 시간을 통해서 그 변화와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고, 학생들에게 당장은 힘들지만 연습과 훈련을 통해서 성장과 발전을 이룰 수 있는 요소들이 많기 때문이다.

또한 특수교육, 영재 교육, 다문화교육 등 전체가 대상이 아닌 일부를 위한 교육이 필요하기도 하다. 교육에 직접 종사하는 사람들보다는 선출을 통해 지위를 갖게된 정치인들의 실질적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교육자들이 느끼고 필요한 정책보다는 정치인들에 의해 제시된 정책이 항상 교육에 있어서 우선 적용하게 실행하는 것이 지금까지의 관례이다.

왜냐하면 정치인들에 의해 주창된 공약과 아이디어는 그 지위에 올라가게 되면 그 공약과 아이디어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예산의 지원과 시행을 위한 강제력이라는 날개를 달게 되어 어떤 교육 정책보다 우선하여 실시하게 되기 때문이다.

당장 해결될 수는 없어 정치인들의 관심사가 될 수 없지만 우리가 교육에서 해결해야할 심각한 문제들이 많지만 공교육의 질을 높이는 문제는 우선적으로 해결해야할 문제 중에 하나이다. 새로운 정책 구호보다 현재의 학교 교육의 질을 높이고 체질을 개선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 무상교육과 학교의 존재 이유

학교 교육의 존재 이유는 학교 밖에서의 ‘교육 행위’가 필요가 없도록 실질적이고 효과적이 교육적이어야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교육 전문 기관으로서 학교가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 못하다고 판단하는 학생과 학부모는 원래 학교에서 이루어져야할 교육을 받기 위하여 방과 후의 시간을 들여, 그리고 무상 교육으로 인해 여유가 생긴 돈을 들여 학원으로 개인 교습으로 아이들을 내몰게 된다.

올해 3월 통계정의 발표에 따르면 2020년 초중고 사교육비 총액은 약 9.3조원, 사교육 참여율은 66.5%이나 된다고 한다.

78조 가까이 되는 결코 작지 않은 예산이 책정되었어도 이 예산이 학생들의 실질적 성장과 발전에 효율적으로 쓰이지 못하기 때문에 국민들은 사교육으로 지출하는 10조 가까운 돈을지출하고 있다. 학교라는 공교육기관에서 제공하는 교육의 질에 대해서 만족을 못하는 학생과 학부모는 학교 밖에서 교육적 욕구를 충족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시간과 돈을 중복해서 사용하도록 하는 이런 상황을 우린 오랜 동안 그저 지켜보고만 있다. 그런데 이렇게 엄청난 개인의 비용이 쓰여지는 곳인 사교육이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교육은 새로운 것이 아니고 행복한 생활을 위한 것이 아니고 학교에서 배워야할 내용, 학교에서 배우고 있는 내용의 반복이라는 점이다.

더군다나 자격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강사에게, 교육적 환경을 갖추었는지 알 수 없는 사교육기관에 중복해 지불하고 있는 것이다. 이 현상을 병원과 의사에 대입해 생각해 보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쉽게 생각할 수 있다. 의료행위가 무면허 돌팔이 의사가 위생적이지 않은 장소에서 이루어진다면 잘못된 데 그치지 않고 범법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시술을 잘하는 자라 하더라도 자격을 갖추지 않은 자들에게 의료행위를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우리의 법 체계이다. 그런데 우리의 사회적 관행은 의료행위와 달리 ‘교육행위’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관대하고 허용적이어서 학부모들은 기능적으로 잘 가르친다고만 하면 그곳에 자녀의 교육을 맡기게 된다. 근본적인 학교의 역할, 국가의 교육에 대한 책무성으로 볼 때 이런 현상이 당연시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의 예산은 우리의 학부모들이 낸 세금이다. 교육을 위해서 학부모들은 교육을 위해 이미 부담을 했기 때문에 학교가 질 높은 교육을 해 줄 것을 당당하게 요구해야하고 정치인들은 새로운 정책을 내놓을 것이 아니라 학교의 질을 실질적 학생의 경쟁력과 학력을 높이는 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 한국교육이 모래성이라고...

학교 교육이 뭐 그렇지 하고 포기하고 무자격 무면허 교습자들에게 자신의 자녀를 맡길 수 밖에 없는 부모들의 안타까운 교육에 대해서 진심으로 걱정하는 사람들 특히 정치인들은 그 심정을 읽어 낼 수 있고 들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정치인들 또는 국가의 교육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책임자들은 국제적인 교육 성취에 대한 지표를 통해 나타나고 있는 우리나라 교육의 수준을 보고는 우리나라 교육의 수준이 높다고 하며 이 문제를 직시하려 하지 않고 있다. 우리 교육에 대한 속사정까지 알고 있는 국제적 시각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 교육의 우수성이 국제적 학업 성취 평가인 PISA에서 항상 수위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 교육에 대해서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을 2010년대에 안드레서 슐라이허 OECD국장은 이렇게 말한 바가 있다.“한국은 PISA평가에서 최상위권에 속하는 교육강국이다 그러나 과도한 학습시간을 통해 이룬 모래성이다.” 공교육의 질이 높지 않아 학교 교육 후에 사교육을 통해 학습의 양만을 늘려놓고 있다는 것을 알만한 사람들은 안다는 것이다.

. 학교의 정규 교육이 끝나면 그 이후의 시간은 배운 내용을 스스로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시간, 자신의 미래와 세계에 대해 꿈을 갖는 시간, 친구들과 편안하게 놀고 가족과 즐거운 대화의 시간 가운데 선택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할 것이다.

학교의 교육에 대한 권위회복과 전문성 회복으로 방과 후에 다른 교육을 할 필요가 없도록 만들어야 하고, 학교에서 제공하는 교육서비스의 질을 획기적으로 올려 사교육기관을 학생과 학부모가 기웃거리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특히 학교의 교사들의 전문성과 열정을 새롭게 요구하고, 학부모들은 학교 교육이 당장은 만족스럽지 않다고 해도 믿고 함께 참여하여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마음 가짐의 변화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공교육의 명예와 신뢰를 회복하는 일은 많은 시간이 걸리며 당장은 누군가가 불편하게 느끼고 견디어 내는 과정을 필요로 한다. 정치인들의 교육 공약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교육의 문제가 많다는 것을 우리는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정치의 본질은 교육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여전히 우리 교육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것은 교육에 대한 에너지가 차고도 넘친다는 것이다. 이 놀라운 교육에 대한 국민적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도록 교육을 교육답게 하는 장기적인 로드맵을 잘 만들고 묵묵히 실현해 나간다면 우리나라는 교육으로 인해 다시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으로 믿는다.

다만 정치적 논리로 교육이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해 두고 싶다. 왜냐하면 ‘교육은 4년마다 바뀌는 정치가 아니라 100년 대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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