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기의 수업 119] "읽고 쓸 줄 알아도 이해 못 하는 한국인"
[박남기의 수업 119] "읽고 쓸 줄 알아도 이해 못 하는 한국인"
  • 김민정 기자
  • 승인 2021.09.16 1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

"문맹율은 한글이 낮게하고, 문해력은 한자가 높게한다."- 전광진 명예교수 (전 성균관대학교 인문대 학장) - 2021.9.9

​한자 병기, 국한문혼용, 한자교육, 한문교육이라는 용어는 신세대 교사와 학생, 그리고 학부모들에게 거부반응을 불러일으킨다. 나도 한자 병기나 국한문 혼용은 반대다. 문해력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것은 한자 자체에 대한 교육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배울 기회를 놓친 젊은이들과 자라나고 있는 학생들이 우리 글과 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길을 찾는 것이다.

​요즘 젊은이들의 어휘력이 부족한, 문해력이 낮은 이유 중의 하나는 우리 단어를 영어 단어 외우듯이 무조건 암기해야 하기때문이다. 우리의 뇌는 이해하지 못한 채 무조건 외우는 일을 잘 하지 못한다. 이해하면 쉽게 외울 수 있고, 활용도 할 수 있다. 단어의 뜻을 알고 단어를 쉽게 암기할 수 있도록 돕는 하나의 방법이 단어를 이루고 있는 한자를 가르쳐주는 것이다.

단어에 들어 있는 한자 중에서 빈번하게 사용되는 한자를 추출하여 그 뜻을 알려주고, 동일한 한자로 이뤄진 유사어들을 함께 가르칠 필요가 있다. 그리하면 어휘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게 된다. 이것이 문해력을 높이는 지름길이다. 단어를 이루고 있는 한자를 배우고 이해하는 데 들이는 노력과 시간은 수많은 단어를 무작정 외우는 데 들이는 노력과 시간에 비해 훨씬 효율적이고 효과적이다.

​국가와 교육청, 혹은 관련 단체에서 문해력이 낮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 실험을 할 것을 제안한다. 한 집단에게는 이해하지 못하는 단어에 들어 있는 기초 한자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가르치고, 다른 집단은 그 시간동안 단어 뜻을 이해하고 암기하도록 가르쳐서 결과를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만일 한자 교육을 주장하는 집단의 실험 결과와 한글전용을 주장하는 집단의 실험 결과가 다르다면 제3의 기관에 위탁하는 것도 방법이다.

​실험 결과를 기다리기보다는 교사들이 직접 나서서 실행에 옮겨보기를 제안한다. 학생들이 뜻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쉽게 착각하는 단어를 마주칠 때, 조금만 시간을 할애하여 인터넷에서 해당 단어를 이루고 있는 한자를 학생들과 함께 찾아 이해하는 시간을 갖자. 한발 더 나아가 그 한자로 만들어진 단어를 검색하여 이를 저장하도록 하고, 활용할 기회도 주자. 그러면 어느 순간 학생들의 어휘력, 문해력이 크게 향상된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교사들은 그러한 교육활동을 할 수 있는 자율권을 부여받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