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수 칼럼]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논란, 소통으로 풀어야
[이문수 칼럼]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논란, 소통으로 풀어야
  • 김민정 기자
  • 승인 2021.09.16 0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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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문수 서울시교육청 참여협력담당관
이문수 서울시교육청 참여협력담당관
이문수 서울시교육청 참여협력담당관

최근 서울시교육청의 '그린 스마트 미래학교' 정책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혁신학교를 지정하기 위한 수순이라는 의심에서부터 학습권 침해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갈등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사태의 기저에는 '논란'이라는 한마디로 함축하기 어려운 다양한 입장들이 충돌하고 있다.

이번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논란은 2020년 12월, 00학교 혁신학교 지정 반대 사태와 유사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당시, 교육적 차원을 넘어 '집값 하락' 또는 이념성을 들며, 극렬한 갈등이 표출되었다. 이와 중에 일부 지역주민과 학부모들이 집단으로 항의하며, 저주성 현수막을 학교 주변에 설치하기도 하였다.

'그린 스마트 미래학교' 사태에서 눈에 띄는 게 있다면 '근조 화환'을 깔아 놓은 것이다. 교육청은 물론 '그린 스마트 미래학교'로 지정 예정인 학교에 부임한 교장의 첫 출근길에도 근조 화환이 널려 있었다고 한다. 새 학교에 부임하며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포부를 갖고 부임 했을 학교장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누가 죽었는지, 무엇이 죽었는지는 차치하고, 죽음과 연관된 화환을 교문에 세우고, 항의하는 것이 '아이들에게 장차 어떤 영향을 미칠지' 따져볼 일이다. 적어도 교육 관계자들이라면…….

여기에 차기 교육감 선거에 입후보할 것으로 회자되는 A 교수의 스마트 그린 미래학교에 대한 훈수는 겉보기에는 점잖은 듯하나, 이념적 갈등을 부추기는 의심마저 들게 한다. 나아가 A 교수는 '조희연 교육감의 사퇴'까지 요구하기도 하였다.

'지진, 석면 등 위험에서 안전'하고, '냉난방, 조도 등에서 쾌적'하고, '미세먼지나 공해로부터 안전'한 '생태 전환'적이고, '디지털 기반 첨단 시설을 갖춘 학교'를 짓겠다는 서울시교육청의 노력을, A 교수는 왜곡하고 있다. A 교수의 이런 행보는 갈등 해결 보다는 혼란을 가중시킬 뿐이다. 그래서 '그가 오해하고 있는 몇 가지'는 꼭 짚고자 한다.

우선, 그는 '그린 스마트 미래학교'가 노후시설 개선 앞세운 혁신학교 사업으로 의심하고 있다. 교육부 보도 자료에 '교수학습 혁신을 추구하는 사업'이라고 명시된 것을 근거로 내세웠다. ‘교수학습을 혁신하는 학교’가 곧 '혁신학교'라는 주장이다.

교수학습 혁신은 구태를 벗어나 새로운 교수학습 방안 찾고 적용하는 활동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교수학습 혁신'은 혁신학교뿐만 아니라 '모든 초·중등학교와 대학'에서도 적극 권장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A교수의 말대로라면, 오히려 혁신학교는 지금 보다 더 늘어나야 마땅하다. 그는 아마도 초·중등교육에 대해 잘 모르거나, '교수학습 혁신'이 이념적인 영역이라 생각하는 듯하다.

또한 그는 '자율성과 민주성을 강조하는 학교문화'를 들어, '그린 스마트 미래학교'를 '혁신학교'로 추진하는 근거로 삼고 있다. 그는 자율성과 민주성을 강조하는 학교문화를 말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듯하다. 이는 자칫 타율성과 일방성을 강조하는 학교문화를 옹호하고 있다는 의미로 비춰질 수도 있다. 그동안 수많은 교사들이 자율성과 민주성이 바탕 된 학교문화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헌신해왔음에도 말이다. A 교수가 그렇게까지는 생각하지 않으리라 믿는다.

다만, 그가 언급한 것 중에 되새길 부분은 있다. 학부모들과 충분한 소통 부족이다. 코로나 19를 거치면서, 학부모는 방역과 등교수업 등과 관련하여 학교와 긴밀한 소통을 이어왔었다. 학교 현안에 대해 학부모와 소통하는 것이 빠르게 학교문화로 자리 잡아 가고 있었음을 놓친 지점이다.

서울시교육청은 '그린 스마트 미래학교' 논란을 풀어감에 있어, 변화된 학교문화를 민감하게 읽었으면 한다. 지금부터라도 공사 기간, 안전성 확보, 학습권 침해 최소화 등과 관련하여 '학부모 의견을 적극 수렴'하였으면 한다. 또한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 '근조 화환을 설치'하고, '막무가내 반대'하는 행태도 사라졌으면 한다. 갈등을 해결하기 합리적인 문화가 정착되었으면 한다.

앞으로, '그린 스마트 미래학교'와 같은 갈등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각자의 입장에서 첨예한 대립이 이어질 수도 있다. 그 속에는 침묵하는 많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찬성해서, 반대해서만은 아니다. 휘말리고 싶지 않거나, 몰아치는 비난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면 그동안 쌓아온 민주주의가 퇴보할 수도 있다. 민주주의 진전을 위해서라도, 어떤 정책에 대해서 반대를 하던 찬성을 하던 ‘최소한의 합리성’과 상대방에 대한 ‘존중’을 갖추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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