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10개 초등학교와 중학교 학부모님들이 지난 7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의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또한 수 천명이 참여한 청와대 국민청원에서도 그린스마트 미래학교의 지정철회 요구가 있었다.
학부모님들은 ‘학부모 의견 수렴없이 진행된 일방적 확정 통보에 따른 절차상의 오류’, ‘모듈러 교실에 대한 안전성 논란,’ ‘공사 기간 중의 학습권 침해’ 등을 철회 요구의 이유로 들었다.
그 밑바닥에는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을 노후 시설 개선을 내세운 혁신학교 사업으로 의심하는 분위기가 강하게 깔려 있었다. 교육부 보도자료에 ‘교수학습 혁신을 추구하는 사업’으로 명시되어 있었으며 사업안내서에도 혁신의 타당성을 평가하도록 되어 있음을 예로 들었다.
사실, 교육부 보도자료(‘21. 2.3.)의 현장 의견에서 미래학교에서 교사의 역할로 ’자율성과 민주성을 강조하는 학교문화 개선과 수업혁신‘을 들기도 하였다. 이렇게 보면 학부모님들의 의구심은 매우 합리적인 것이다.
이 사업은 교육부가 2021년부터 2025년까지 18.5조원을 투자하여 40년 이상 경과한 학교건물 중에서 약 1,400개교의 2,835동을 리모델링하여 교수학습의 혁신을 추진하는 미래교육 전환사업이다.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은 한국판 뉴딜의 대표사업으로 올해 ‘교육부 업무계획 관련 대통령 당부사항’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에서만 향후 5년간 3.2조원을 투입하며, 213개교가 리모델링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의 실체가 무엇인지는 알 수가 없다. 정책 페이퍼에 나타난 그대로 인지 그 이면에 추구하는 것이 따로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교육부나 서울시교육청이 교육정책 집행에서 신뢰를 상실했다는 것이다. 물론 학부모님들과 충분한 소통이 없었으며 안전성과 학습권 침해의 논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점들이 크게 부각되는 것 역시 신뢰의 상실에서 오는 것이다. 우리는 믿을 수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비록 실수가 있더라도 이해해주려하기 때문이다.
신뢰는 공동체를 이끌어가는 데에 가장 으뜸으로 쌓아야 하는 것이다. 논어에서 자공의 질문에 대한 공자님의 답변을 보면 이는 너무나 자명하다. ‘경제(足食), 강병(足兵), 신뢰(民信) 중에서 부득이 버려야 한다면 우선 강병을 버리고 그 다음 경제를 버릴 수 있다.
그렇지만 신뢰는 버릴 수 없다. 사람들이 믿어주지 않으면 설 수가 없다.’ ‘지도자는 죽음으로서 신뢰를 지켜야 한다. 신뢰는 위급하다해서 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학부모의 신뢰를 얻을 수 없으면 교육정책은 실효를 거둘 수 없다. 소송으로 처분의 위법성에 대한 판단을 받았음에도 계속 버티려하는 자사고 정책, 학부모의 격렬한 반대에 직면했던 혁신학교 정책 등으로 이미 서울시교육청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신뢰를 잃었다.
더하여 지금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공수처 수사를 받고 기소로 의결되어 검찰의 결정을 기다리는 상황이 아닌가. 이처럼 서울교육 정책에 대한 신뢰가 이미 완전히 무너진 결과로 시작도 하기 전에 그린 스마트 미래학교 정책이 벽에 부딪힌 것이다.
‘그린 스마트 미래학교’ 정책은 이미 신뢰를 잃었다. 교육감도 검찰 기소를 앞두고 있다. 이 쯤에서 서울시교육감은 사퇴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 그것은 서울교육을 위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자신을 그나마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