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영유의 교육 오디세이] 우물안 개구리 대학의 태만
[양영유의 교육 오디세이] 우물안 개구리 대학의 태만
  • 김민정 기자
  • 승인 2021.09.07 01:01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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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양영유 본지 발행인/단국대 커뮤니케이션학부 특임교수,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양영유 본지발행인/ 단국대특임교수/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양영유 본지발행인/ 단국대특임교수/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국내 대학들은 여전히 우물 안 개구리다. 글로벌 대학평가기관들이 발표한 세계 대학 랭킹을 보면 그렇다. 한 예로 영국의 THE(Times Higher Education)가 발표(8월 31일)한 결과를 보자. 글로벌 100위 안에 든 국내 대학은 서울대(54위)와 KAIST(99위) 두 대학뿐이다.

THE는 교육여건(30%), 연구실적(30%), 국제화(7.5%), 산학협력 수익(2.5%) 등 다섯 가지 평가지표로 세계 대학 순위를 매긴다. 올해는 세계 99개국 1662개 대학을 평가했다.

한국 대학은 36곳이 이름을 올렸다. 국내 4년제 대학 200개 중 세계 1662위 안에 명함을 내민 곳은 36개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성균관대(122위), 연세대(151위), UNIST(178위), 포스텍(185위)까지 200위 안에 든 대학을 제외하면, 201위부터는 랭킹 없이 구간별 순위에 포함됐다.

예컨대 고려대는 지난해 167위였다가 올해는 201~250위 구간으로 밀려났다. 현실에 안주한 치명적인 태만의 결과가 아닌지 자문해 볼 일이다.

세계적 여자대학을 자랑하는 이화여대 는 601~800위에 그쳤고, 공대를 전통으로 내세웠던 인하대는 1001~1200위, 국내 대학 입시 성적이 ‘서연고, 서성한’으로 불리는 서강대도 1001~1200위에 그쳤다.

대학평가 일희일비 할 일 아니지만 잘 활용해야

물론 대학평가 결과를 놓고 일희일비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THE를 비롯한 여러 글로벌 대학평가를 보면 한국 대학들이 맥을 못 추고 있는 건 사실이다. 입시 문턱이 높아 수많은 학생들을 울리는 대학이 세계무대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평가가 잘 못된 것일까?

각 평가기관에 따라 평가지표와 평가영역별 점수 비중이 달라 대학별 순위에는 차이가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세계 어느 대학도 평가가 잘 못 되었다며 항의 하지는 않는다. 결과를 겸허하게 수용하고, 혁신의 계기로 삼는 것이다.

필자는 중앙일보 재직 시 교육기자로서 오랜 기간 직·간접적으로 ‘중앙일보 대학평가’를 담당했다. 평가 주체로서 대학 성적표를 매기는 것에 늘 송구스런 마음을 갖고 있었고, 한편으로 평가가 대학 발전의 촉매제가 되어야 한다는 바람도 가졌다.

대학 순위가 바뀔 때마다 대학가에서 환호와 탄식이 교차하는 현장도 지켜봤다. 그러나 순위가 떨어진 대학일지언정 중앙일보 대학평가 자체를 부정(불신)하거나 항의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지성은 겸허했고 평가결과를 대학 근력 강화의 ‘영양소’로 받아들였던 것으로 반추한다.

그런데 교육부가 발표한 ‘2021 대학 기본역량 진단’ 결과에 대한 대학가의 반응은 사뭇 다르다. 탈락 52개 대학이 집단 반발하는가 하면, 개별 대학이 교육부에 거칠게 항거하며 소송전을 벌일 태세다. 물론 평가 받는 입장에서 매끄럽지 않은 지표가 있을 수 있고, 평가결과에 억울한 점도 있을 수 있다.

시험 준비는 열심히 했는데 문제가 엉뚱한 데서 나왔을 때의 낭패감은 인지상정이니 말이다. 그런데 이번 평가는 문제가 사전에 예고됐다. 그런데 탈락 대학은 평가 결과를 전면 부정하며 “대학의 수치” 운운한다. 그렇다면 탈락 52개 대학 중 세계 1000위 안에 든 대학이 과연 있나. 더 양보해 THE 평가기준으로 1662위 안에 든 대학이 몇 개나 있나.

어제의 대학이 미래의 대학 될 수 없어

교육부 평가 잣대가 정의롭지 않을 수도 있다. 대학을 권역별로 평가해 줄 세우기를 한다든지, 시력 검사하는 수준의 점수 차이로 선정·미선정 갈라치기를 한다든지, 대학의 특수성과 자율성을 도외시한 채 획일적 잣대로 대학을 ‘평가 노예’로 만든다든지, 평가위원의 주관성이 작용하는 정성평가를 신뢰할 수 없다는 등의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일부 개별 대학은 교육부에 거칠게 항의하며 여론의 동정을 얻으려 한다. 그만큼 연간 40억~50억원, 3년간 최대 150억원에 이르는 일반재정지원 탈락 충격이 컸던 것이다.

탈락 대학 입장에선 이해가 간다. 하지만 교육부는 꿈쩍 않는다. ‘패자 부활전’ 여운을 남겼을 뿐이다. 상황이 그러니 대학이 곱씹어 봐야 한다. 모든 평가는 우열을 가리기 위해 하는 것이다. 경쟁이 피할 수 없는 현실인 까닭이다. 국내 대학들은 경쟁을 어떻게 하고 있나. 사방이 절벽인데 말이다. 하지만 상당수 대학이 절박함을 잊은 채 “나 때는 괜찮아” 식이다.

그나마 평가가 없다면 옛 명성에 안주하거나 대학 소재지에 따라 더 태만해 질 수도 있다. 그런 조짐은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더 선명해졌다. 대학 구성원들의 마음가짐이 이완되기 시작했고, 강의실 둥지를 잃은 학생의 정열은 갈 곳을 잃고 있다.

그럴수록 대학의 지휘자는 더 견고한 비전과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아쉽게도 지금, 대한민국 고등교육계에는 그런 리더가 보이지 않는다. 더구나 이번에 교육부 죽비를 맞은 52개 대학은 절체절명의 위기인데 미몽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인상이다.

교육부는 결코 완장을 포기하지 않는다. 대학이 사면초가에 몰릴수록 완장의 위력은 더 세질 것이다. 그런 사이 ‘학생 가뭄’ “돈 가뭄” 현상은 더 심화할 것이다. 하늘만 바라보며 천수답으로 캠퍼스를 운영할 수는 없다.

대학 스스로 생존법을 찾아야 한다. 그 답은 대학이 더 잘 알고 있다. 학생이 원하는 것을 가르치지 않고, 교수가 가르치고 싶은 것만 가르치고 있는 게 아닌가.

존 듀이는 “어제 가르친 대로 오늘도 그대로 가르치는 것은 아이들의 미래를 빼앗는 것(If we teach today as we taught yesterday, we rob our children of tomorrow)”이라고 설파했다. 어제의 명성이 결코 미래를 보장해주지 않는다. 어제의 대학이 미래의 대학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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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한 2021-09-07 03:10:33
2. 성균관대,개교 6백주년 맞아 개최한 학술회의. 볼로냐대(이탈리아), 파리 1대(프랑스), 옥스포드대(영국), 하이델베르크대(교황윤허,독일),야기엘로니안대(폴란드) 총장등 참석.

http://blog.daum.net/macmaca/1467

윤진한 2021-09-07 03:09:50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대학원에 가서 신학.법학.의학, 문사철 및 경제.경영,기초과학.공학등을 전문 연구하는 Royal성균관대.Royal서강대 출신들이 일정인원이상 배출되는게 바람직합니다). 베이징대, 볼로냐.파리대같은 세계사 교과서 자격을 승계하였거나, 동일대학名가진 대학들 말고, 영국 옥스포드, 독일 하이델베르크(교황윤허),스페인 살라망카,포르투갈 코임브라,오스트리아 빈대학처럼 역사와 전통이 있는 대학들과, 2차대전후의 강대국중 하나인 미국 하버드의 역사는 앞으로도 유지될것입니다.

1. 2차대전 결과와 상관없이,세계사와 한국사를 바꾸지 못하면, 교과서(백과사전,학습서), 학술서적상의 기득권 대학 학벌들은 바뀌지 않습니다.

http://blog.daum.net/macmaca/1812

2. 성균관대,

윤진한 2021-09-07 03:09:00
필자는 세계인에 보편적인 교과서(세계사,한국사), 국내법.국제법, 백과사전 및 역사와 전통 중심으로 대학을 판단하고 있습니다.

2차대전이후, 대중언론을 바탕으로 한 여러가지 신문들의 평가도 세계인들에게 광범위하고 신속하게 인지되는 현대입니다.

그런데, 국사 성균관(성균관대), 한나라 태학.이후의 국자감(베이징대로 승계), 볼로냐.파리대학의 교과서 자격은 변하지 않더군요. 세계종교 유교와 로마 가톨릭도 그렇습니다.교황성하의 신성성도 변하지 않더군요. 과거와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교과서 교육은 거의 변할 사유가 없을것입니다. 한국에서는 Royal성균관대(한국 최고대), Royal 서강대(세계사의 교황 윤허반영, 국제관습법상 성대 다음 Royal대 예우)학부 나오면 취업률과 유지취업률이 가장 좋은 자료에 주안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