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시평-성태제] 고교 교과서의 ‘인민’ 단어와 대한민국 교육목표
[교육시평-성태제] 고교 교과서의 ‘인민’ 단어와 대한민국 교육목표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1.09.02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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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성태제 이화여대 명예교수, 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성태제 이화여대 명예교수/ 전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성태제 이화여대 명예교수/ 전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얼마 전 카톡 문자를 받았다. 고등학교 윤리 선생님이 보내온 것이다. 2015 개정 ‘윤리와 사상’ 교과서를 가르치고 있는데 책을 보고 깜짝 놀랐다는 것이었다.

‘윤리와 사상’ 대단원4 중단원4 ‘민주주의’에서 그 선생님이 배웠던 ‘국민주권의 원리’를 ‘인민주권의 원리’로 설명하면서 그 단원 전체가 ‘국민’ 대신 ‘인민’이란 용어로 대치되어 있음을 발견했다는 얘기였다.

“이상하다고 생각해 2015 개정 교육과정 및 집필 기준을 검토해 보니 교육부의 집필 기준에 ‘인민주권의 원리’를 설명하라고 서술되어 있었어요. 다시 확인해보니 어떤 출판사들은 ‘인민’이란 단어 대신 ‘국민’이란 단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어요.” 그 윤리 선생님의 말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더불어 우리의 교육목표가 무엇인지도 준엄히 묻고 있다.

‘인민’, ‘국민’, ‘시민’이란 단어들을 동의어로써 혼용하여 사용할 수 있다고 우길지 몰라도 단어가 주는 뉘앙스가 다르고 목표하는 바가 달라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 크게 다를 수 있다고 본다.

특히 6.25 전쟁을 겪은 세대들은 엄청난 차이가 있음을 피부로 느낄 것이다. ‘인민’이란 단어와 ‘국민’이란 단어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대한민국의 교육목표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알아보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교육이념과 목표는 개정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사회주의헌법 제43조에 명시되어 있다. 구체적으로는 ‘국가는 사회주의 교육학의 원리를 구현하여 후대들을 사회와 인민을 위하여 투쟁하는 건결한 혁명가로, 지덕체를 갖춘 공산주의적 새 인간으로 키운다’라고 되어 있다.

어린이 보육교양법 제1장 1조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 어린이들은 조국의 미래이며 공산주의 건설의 후비대이며 대를 이어 혁명할 우리 혁명위업의 계승자들이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교육목표는 교육기본법(2007) 제2조에 명시되어 있다. 제2조는 ‘교육은 홍익인간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하여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공영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교육기본법 제1장 총칙의 제1조부터 11조까지 보더라도 ‘모든 국민은…’으로 되어 있지 ‘인민’이란 단어는 찾아볼 수 없다.

그런데 ‘인민’이란 단어가 버젓이 고등학교 윤리 교과서에 사용되고 있으니 과연 그 의도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인민’이란 용어는 우리나라 교육기본법에 사용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사회주의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단어를 고교 교과서에 사용하는 데는 어떤 목적이 있다고 볼 수밨에 없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그 단어가 사용된다고 함은 역설적으로 해방 후 70년 동안은 대한민국에서는 사용하지 않았던 단어임을 반증한다.

교육에 있어 사용하는 단어의 의미는 그것이 함축하는 바가 지대하므로 ‘인민’이란 단어 사용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 사용하는 단어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도 밝힐 필요가 있다. 교육은 학생에게 그리고 우리 후세에게 주는 영향이 막대하다.

따라서 사회적 공론화 없이 교과서에 사용하는 ‘특정’ 단어는 그 단어를 자본주의에서 사용하든 공산주의에서 사용하든,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사용하든 사회주의 사회에서 사용하든 국민의 합의가 필요함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며 이에 대한 논의의 단초를 제공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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