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의 교단춘추] 혁신고등학교 운영, 무엇이 문제인가?
[전재학의 교단춘추] 혁신고등학교 운영, 무엇이 문제인가?
  • 김민정 기자
  • 승인 2021.08.26 07: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 전재학 인천세원고 교감
전재학 인천세원고 교감

[에듀프레스] 대한민국 국민의 대다수는 교육개혁을 요구한다. 이는 시대에 걸 맞는 혁신교육의 필요성을 공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도 학교는 대학입시에 고정된 오랜 시계를 애지중지한다. “19세기의 교실에서 20세기의 교사가 21세기의 학생들을 교육한다”는 말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다행히 그런 가운데서 우리 교육도 서서히 변화를 모색해 오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혁신학교의 운영은 그러한 변화의 대표적 사례이다. 하지만 혁신고등학교(이하 혁신고)가 정책에 의해 유지되어 온 것을 감안하면 혁신학교의 발전을 위해서는 과거 10여 년 간의 혁신학교 운영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 또한 이를 기반으로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필자가 재직하는 학교 또한 인천형 혁신학교(행복배움학교)의 모델로 3년 간 운영을 실천하여 이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그렇다면 혁신학교 운영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은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재정비하여 개선점을 찾을 것인가? 이에 대한 대응책은 여전히 우리 교육이 안고 있는 혁신교육의 확산에 대한 필요성과 밀접하다. 여기엔 크게 교육과정 운영, 교사의 수업 실천, 학생의 자율성과 자기 주도성, 민주적인 혁신학교 운영에 대한 성과의 정비 및 전략적 홍보 등이 주요 사항이다. 이를 좀 더 상세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교육과정 자치의 모델 구현이 필요하다. 판사가 판결로 모든 것을 말하듯 학교는 교육과정이 모든 것을 말한다. 민주적 학교 운영은 교육 자치를 소환하고 교육 자치는 학교 자치를 향해야 하며 학교 자치는 교육과정 자치로 이어져야 학교의 고유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국가는 전체적인 프레임의 교육과정만 제시하고 이를 학교와 지역 단위에서 설계할 수 있도록 충분한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혁신고가 미래형 고등학교로 나가기 위해서는 바로 교육과정에 대한 과감한 실험이 필요하고 그 가운데 하나가 지역사회와 연계한 교육과정의 구현이다. 이는 마을교육공동체나 혁신교육지구사업과 필연적으로 연계된다. 학생들은 자신이 사는 지역의 탐색과 이해, 그리고 실천의 과정이 필요하다. 인천교육청은 인천이 동아시아의 핵심 지역으로 부각하기 위한 역점사업으로 동아시아 교육에 집중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맥락에서 혁신고는 교육과정, 수업, 평가에 대한 과감한 실험이 필요하다.

이는 곧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삶을 경험하고 체험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여기엔 단속적인 체험 프로그램보다는 일상적으로 교육과정을 이수하면서 자연스럽게 배우는 과정으로 녹아들어가야 한다. 중요한 것은 학생과 학부모가 교육과정을 함께 만드는 것이다. 이것이 교육주체들의 참여 과정이 보장된 교육과정의 공동 설계이고 교사와 학교라는 공급자 중심에서 벗어나 수요자 중심으로 가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둘째, 혁신고 운영의 기록과 공유가 필요하다. 현재 혁신학교에서 수년의 열정과 노력을 들여 혁신 리더나 혁신 전문가가 된 교사들이 단위학교 근무기간을 채우고 5년 순환근무제로 계속 바뀌게 된다. 이런 시스템에선 혁신 경험이 축적되기보다 유실될 가능성이 높고 결과적으로 지속가능한 학교 혁신을 어렵게 만든다.

이를 위해 초빙교사제를 활용하지만 역시 근무 기간이 제한되어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 따라서 교사가 원하는 기간 동안 근무할 수 있는 제도적 조건과 여건을 정책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이와 병행해 교육과정과 수업, 평가, 학생 자치회, 프로그램 등에 대해 무엇을 고민했고, 무엇을 실천했는지, 그 의도는 무엇이었는지, 진행 과정은 어떠했는지, 그리고 성과와 과제는 무엇이었는지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문서화 작업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더불어 교사 연구년제, 내⋅외부 기록프로젝트 지원, 외부 연구진 지원 등의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셋째, 교과별 운영의 편차 극복이 필요하다. 본교의 혁신고 운영의 결과에 의하면 졸업생들은 교육 방향과 운영에 대해 비교적 높게 지지했고, 입시 준비와 관련된 갈등은 있었을지언정 자신들이 받은 교육에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들은 다양한 수업과 활동을 하며 직접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풍부한 경험을 했고, 그것이 자신의 삶을 확립해 가는 데 길잡이가 되거나 실질적 기술을 배우도록 이끌어 주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교사 간 수업 운영에서 차이가 작지 않았다. 예컨대 교과 수업에서 프로젝트 기반 학습(PBL)과 설명식 수업의 고수가 병행했고 다양한 탐색과 발견을 시도하는 교과와 교과서에만 의존하는 수업이 있었다. 이는 혁신학교가 지향하는 비전에 따른 수업, 교육과정, 평가 방향에 대해서 교사들의 이해 및 공유와 실제적 학습이 부족하여 개인에게 익숙한 방식을 고수하는 무기력한 모습의 연출이었음을 성찰하게 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교사들은 전문적학습공동체를 통해 교사 상호간의 일상적 대화와 협의 문화를 더욱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기엔 전입 교사를 대상으로 워크숍 등을 내실 있게 운영하여 혁신학교의 가치를 내면화할 기회는 필수다. 따라서 혁신고의 실천의 지향점을 확인하고 수시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투명성과 개방성, 학습지향성, 공공성, 전문성의 가치가 학교문화로 구현되어 교과별 운영의 편차가 완화되어야 한다.

넷째, 소외 학생을 위한 지원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혁신고에는 비진학 예정자나 학습 능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이 교육과정 실행에서 소외를 겪는다. 따라서 이들을 위한 선택적 교육과정의 운영 또한 피할 수 없다. 요즘은 이를 잘 실천하는 학교가 학생들 사이에서 모름지기 신흥 명문고로 등장하고 있다. 본교의 경우도 미용이나 바리스타 같은 현실에서의 수용이 높은 직업기초 분야를 학교 내의 교육과정 안으로 가져와 일부 학생들의 호응이 꾸준한 편이다.

결국 대학 진학 외의 삶의 길을 선택하는 학생들을 위해 질적 대안이 충분히 마련되어야 한다. 현재 일반적으로 운영되는 학교 밖 직업교육 위탁과정이 설치되어 있으나 이 과정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학교로부터 소외된 감정을 느끼고, 위탁과정을 마친 후에도 입지가 불분명하다. 이를 위해 고교학점제 운영을 위해 전문교과 Ⅰ, Ⅱ를 활용하여 보통교과에 흥미가 없는 학생들을 교육과정에 참여하도록 도울 수 있다. 예컨대 이들에 대한 지원 시스템의 하나로 정규교육과정 외의 공동교육과정 운영에 진로형 프로그램 개발도 필요하다.

다섯째, 혁신고에 대한 성과 및 전략적 홍보가 필요하다. 혁신학교 학생들이 성적이 떨어진다거나 대학 진학에 불리하다는 주장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필자의 학교 또한 소수이기는 하지만 매년 SKY 대학에 골고루 진학을 한다. 중요한 사실은 졸업생들의 학교생활과 현재의 삶을 조명해 볼 때 혁신고가 지닌 상당한 잠재력과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졸업생들의 고백이기도 하지만 학부모들의 다수의 의견이기도 하다.

혁신학교는 학교의 가치와 운영 측면에서 타 학교에 비해 차별성을 키우고자 한다. 특히 통제와 관리 중심의 학교 문화에서 탈피하여 학생들의 자율성과 자기 주도성을 보장해 주려는 학교 자치의 철학은 전술한 바와 같이 다양한 방식으로 실천되고 있다. 그러한 철학과 실천을 보여주는 사례들이 학교 밖으로 충분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에 대한 체계적 연구와 정리, 홍보가 필요하다. 예컨대 유튜브나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를 적극 활용하여 혁신고의 특성과 변화를 위한 노력을 공개하고 또한 단위학교별로 다양한 성과를 정리하고 공유하여야 한다. 이는 본교가 학교 홍보 동영상을 제작하여 상당한 효과를 얻은 것이기도 하다. 더불어 교육당국에서도 혁신학교 문화를 전파하기 위한 전략적 홍보가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

다시금 혁신고에 대한 학부모의 이해와 관심, 그리고 운영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와 협조를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진정한 자녀 사랑의 실천이기도 하다. 단지 명문대학 진학에만 몰입하여 자녀를 구체제의 입시 위주의 학교교육 방식을 고수하는 것은 지극한 학부모 중심의 이기심의 발로이다. 요즘은 잘 노는 학생이 공부도 잘하는 세상이다. 자녀의 즐겁고 행복한 학교생활은 곧 미래의 행복을 앞당겨 경험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행복은 경험한 사람만이 알고 더욱 행복해지려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 경기에서도 승리해 본 선수가 승리의 기쁨을 알고 이기려 하듯이 혁신학교가 제공하는 다양한 경험이 청소년들의 미래에 삶의 힘을 키우고 궁극적으로 행복을 추구하는 삶으로의 전환이 용이하다. 이는 우리의 현실에서 최고는 아니라 할지라도 차선의 현명한 결단이자 교육에의 사랑이고 자녀의 미래 행복에 대한 투자이기도 하다. 필자는 인천의 혁신고 관리자의 한 사람으로서 이를 교육공동체와 함께 실천하며 그 장단점을 알기에 실(失)보다 득(得)이 많은 혁신고의 소개를 이렇게 지면을 통해 제언함을 주저하지 않고 이것이 바람직한 교육 실천에의 기쁨이라 여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