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의 교단춘추] 학교 브이로그(Vlog), 교사의 윤리와 책임이 뒤따라야!
[전재학의 교단춘추] 학교 브이로그(Vlog), 교사의 윤리와 책임이 뒤따라야!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1.08.19 22: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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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학 인천세원고 교감
 

지난 5월, 청와대 국민청원에 “교사의 브이로그 촬영을 금지해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교사 브이로그에 아이들이 동의 절차 없이 노출되고, 비속어 자막이 나오는 등 내용이 우려스럽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일부 교사의 부적절한 학교 브이로그는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며 “다만 학교 브이로그의 긍정적 측면이 있는 만큼 금지보다는 교육적 취지를 살리고, 사전 동의 절차와 개인정보 등을 철저히 지키도록 가이드라인을 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학교 브이로그에는 교사의 윤리와 책임이 따라야 함이다.

​ 주지하는 바와 같이 브이로그(Vlog)는 동영상을 뜻하는 비디오(video)와 블로그(blog)를 합친 개념이다. 즉,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의 소셜미디어에 자신의 일상을 동영상으로 찍어서 공유하는 것을 의미한다. 최초의 브이로그는 1993년, 영국 BBC방송에 시청자들이 자신의 일상을 찍은 영상을 보내면, <비디오 네이션>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이를 방영함으로써 출발했다. 그 후 인터넷 속도가 비약적으로 빨라지고 별도의 카메라 없이 스마트폰만으로 보기 좋은 동영상을 쉽게 찍게 됨으로써 2010년 중반부터 브이로그 문화가 급속도로 확산되었다.

그렇다면 브이로그가 현실에서 어떻게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는가? 거기에는 직장에서 일하는 자신의 모습, 대여섯 시간 동안 독서실에 앉아서 공부하는 모습, 식당에서 밥 먹는 모습, 여행하는 모습 … 등, 예전 같으면 타인이 볼까 싶었던 주제들을 담은 콘텐츠가 급증하고 있다. 통계에 의하면 2019년에는 2018년에 비해 유튜브 이용자들이 다른 사람의 브이로그를 검색한 횟수가 20배 넘게 증가했다고 한다. 그밖에 15~64세 인구의 45% 정도가 자신의 일상을 기록하는 영상을 찍고 있으며 20~30대의 젊은 층을 중심으로 그런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업로드 하는 비율이 매우 높게 나타나 있다.

그럼 브이로그는 긍정적인 면만 있고 문제점은 없는 것인가? 몇 가지 드러난 문제점을 살펴보자. 첫째, 배경에 타인의 모습이 함께 촬영되고 있다. 이는 외부 공간에서 브이로그를 찍을 때 자신을 중심으로 영상을 기록해도 불가피한 일이다. 이 경우 타인의 초상권을 침해하게 되고 심지어는 타인의 사생활이 의도치 않게 공유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둘째, 직장에서의 업무 기밀이 노출되는 문제다. 또한 직장에서의 업무 활동이 노출됨으로써 그 시간의 활동을 기록해 개인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면 급여 노동자가 근무 시간을 사적인 목적으로 사용하게 된다.

셋째, 타인의 자유, 재산권을 침해하는 경우다. 브이로그는 공익을 위한 공적 활동이 아니다. 따라서 공공장소(도서관, 식당 등)에서의 촬영은 공간을 차지하고 다른 사람의 통행을 방해하게 된다.

넷째, 겸직 금지를 위반하게 된다. 그런 까닭에 서두에서 밝힌 것처럼 브이로그를 통해 수입을 창출하는 교사들의 경우 겸직 금지를 위반한 경우이니 처벌해 달라는 청원이 올라오는 것이다.

다섯째, 윤리나 예의와 관련한 문제가 있다. 예컨대 가족의 장례식장에서 기록을 남기고자 촬영을 하는 것이 사회적인 통념과 상충한다. 여기엔 ‘선을 넘었다’는 관습적인 결론이 지배적이다.

이런 점들과 연계하여 모두(冒頭)에서 언급한 교총의 경우 “학교 브이로그는 학생들과 친근하게 소통하는 창구, 특히 지금과 같은 언택트 상황에서는 더욱 사제(師弟) 간에 교감의 기능을 하고 있다”고 긍정성을 주장했다. 또한 “교직생활에 대해 동료, 예비교사와 정보를 공유하고, 수업과 업무 수행 등의 모습을 되돌아보며 전문성을 키우는 순기능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따라서 무조건 금지할 게 아니라 제작 목적, 내용, 절차 등에 있어 합리적인 지침을 마련하고 그 범위 내에서 제작 활동이 이뤄지도록 안내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촬영과 편집 등 영상 제작이 교육활동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아야 하는 것은 물론, 학생을 출연시킬 때는 학생뿐만 아니라 학부모의 동의를 구하고, 얼굴과 이름 등 개인정보가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숙고할 사항들을 함께 지적하기도 했다.

결국 학교 현장에서의 많은 논란 끝에 교육부에서는 ‘교원 유튜브 활동 복무지침’을 만들어 교통정리를 단행하였다. 그런데 관료주의 정책에 다소 의외라 할 수 있을 정도로 교육 관련 유튜브 활동을 장려하는 쪽으로 방향을 설정했다. 다만 광고 수익이 발생하면 겸직 허가를 받을 것을 의무화했다.

브이로그는 앞으로 더욱 활성화될 것이다. 이는 다양한 정보를 얻고자 하는 필요성과 대리만족을 충족시키기 때문이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공감과 소통을 위해서도 필요함을 실감한다. 실제로 외로움을 많이 느낄수록 브이로그의 시청률이 높다는 현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즉, 현대인의 외로움이 브이로그 시청의 주된 이유인 까닭에 이는 소통이 결여되고 소외 현상이 심한 오늘날의 ‘피로사회’를 감안하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사실이기도 하다.

이제 브이로그를 포함한 라이프로깅(Lifelogging) 메타버스(Metaverse)는 가상과 현실이 상호작용하는 디지털 시대의 총아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자신의 일상을 기록하고 예전에 올렸던 일상 기록에 누군가의 피드백이 달리면 다시 그 기록을 읽게 된다. 개개인은 타인의 일상 기록에 피드백을 남기며, 누군가의 기록과 기억을 단단히 고정시키게 된다. 이처럼 삶을 기억하고 되돌아보는 과정은 현대인에게 흔한 일이다. 그러기에 일찍이 소크라테스도 “성찰하지 삶은 살아갈 가치가 없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그 이면의 부작용 또한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독일의 망치를 든 철학자 니체는 창조적 인간에게는 상기, 기억보다 망각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왜냐면 망각은 능동적,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식을 일시적으로 닫는 저지 능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보다 고차원적이고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 일시적으로 의식을 백지상태로 비우는 것도 필요하다는 점이다. 세상만사는 이렇게 양면성을 내포하고 있다.

교사의 브이로그! 여기엔 원하든 원치 않든 학생들의 등장이 많다. 이에 ‘교사 브이로그가 아니라 학생 브이로그냐’는 비판과 우려가 높은 점도 사실이다. 그래서 반드시 학교장의 사전 허가를 얻는 등 절차를 따라야 한다. 또한 단순히 개인의 취미활동이나 흥밋거리 영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친근함을 넘어서는 비속어 자막이나 언행, 이념⋅정치 편향적 표현과 내용도 유의해야 한다.

나아가 교육에 필요한 소중한 정보를 나누고 대리 경험을 하며, 따뜻한 공감과 소통으로 교육공동체를 위로하는 순기능 활동으로 브이로그 메타버스에 최적화된 교육적 목적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이 모든 것이 교원의 윤리와 품위를 지키며 책임과 연계된 교육활동으로 소기의 바람직한 교육적 성과를 창출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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