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기 칼럼] 교장선생님 사용 설명서
[박남기 칼럼] 교장선생님 사용 설명서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1.08.07 22: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남기 광주교대교수

[에듀프레스] 교장 선생님의 역할이 학생들과 직접 소통하고, 어려움을 겪는 학생도 나서서 직접 지도하는 방향으로 확대되어가고 있는 듯 합니다. 사용설명서에 나오는 교장선생님은 학교폭력 문제가 생기면 달려가 해결하는 분일뿐만 아니라 교정에서 마주치면 예쁘게 사진도 찍어주시는 분, 학생들이 원하면 그 반에 가서 수업도 해주시는 분, 마이쭈 먹고 싶을 때 찾아가는 분입니다.

교문 앞에서 등교하는 학생들을 맞이하며 인사를 나누는 교장선생님은 이제 전국 어디서나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학생 생활지도, 학폭 문제, 학부모 문제에 대해 직접 전면에 나서서 대응하는 교장선생님도 크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기존에 해왔던 '교무 총괄과 소속 교직원 지도ㆍ감독' 업무 외에 이러한 역할을 하는 것에 대해 불편해 하는 교장선생님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젊은 교장, 혁신학교 교장, 공모제 교장, 특히 내부형 공모제 교장들이 이러한 교장 역할 변화 및 역할 확대를 적극 주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활동은 법에 규정된 '학생을 교육한다.'에 해당됩니다.

제가 방문했던 광주 학강 초등학교(공모제 교장, 혁신학교)의 경우에는 600명 가까이 되는 학생들의 이름, 특성, 친구관계, 가정 특이 상황 등을 교장선생님께서 꿰뚫고 계셨습니다.

물론 내부형을 포함한 공모제 교장 확대가 가져올 효과와 함께 부작용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합니다. 조직 내의 인간을 동기화시키는 가장 큰 요인은 승진입니다. 승진은 외적 내적 보상의 효과를 모두 가지고 있는 동기부여 제도입니다. 공모제 교장 확대로 인해 교원 승진 체계가 흐트러지거나 무너질 정도가 되면 교직사회는 교사 동기 부여 방안을 찾는 데 애를 먹게 될 것입니다.

승진과 무관하게 시종여일 학생 교육에 헌신하는 선생님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동기부여제도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처음의 열정을 지속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반대하는 선생님들도 많지만 교육행정학을 공부한 학자의 관점에서 보면 승진제도를 대체할만한 수준의 교원 동기부여 제도를 만들기전까지는 승진제도의 근간은 유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행 승진제도는 손 볼 곳이 많습니다. 손 볼 곳이 많다고 하여 동기부여를 위한 더 나은 대안 없이 승진제를 무력화시키는 것은 학교와 교육 그리고 교원의 관점에서 봐도 득보다 실이 더 커 보입니다.

대안 없이 한 제도를 무력화시키면 부작용이 더 커집니다. 그 예로는 전남 중등교사의 도서벽지 근무 가산점제 부작용을 들어 대안 없이 이를 무력화시킴으로써 도서벽지에 근무할 우수 교사 확보난과 그에 따른 교육질 저하 현상이 발생한 것을 들 수 있습니다. 교장 승진제도 자체에 대해서는 다른 기회에 논하겠습니다.

승진제도의 근간을 유지하면서도 승진을 통해 교장이 되는 분이 교장의 새로운 역할을 부담스러워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먼저 연수과정에서 그러한 역할을 하는 데 필요한 역량을 길러주고, 교장의 역량 요소에 이를 포함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만일 교장의 새로운 역할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문화가 정착되면 굳이 관련 조항을 더 상세하게 규정하지 않아도 원하는 결과를 얻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수업을 하거나 학부모 업무를 비롯하여 몇 가지 업무를 직접 담당하는 교장은 인근 학교 교장들로부터 은근히 견제를 받는다고 합니다.

몇 해 전만해도 수업을 하고 싶어도 눈치가 보여서 하지 못한다는 교장이 상당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그러한 이야기를 하는 교장은 크게 줄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할 때 새로운 문화 정착을 독려하기 위해서는 유권해석을 통해, 혹은 동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교장 역할에 대한 내용을 좀더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명문화 할 필요가 있습니다.

교장의 역할에 대한 법 조항 [초중등교육법 제20조(교직원의 임무) ① 교장은 교무를 총괄하고, 소속 교직원을 지도ㆍ감독하며, 학생을 교육한다.] 내용 중에서 특히 '학생을 교육한다.'의 의미에 대해 조금은 더 구체적이고 명확한 해석이나 보완입법이 필요해보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