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의 교단춘추] 혁신학교, 어찌 실(失)만 말하는가?
[전재학의 교단춘추] 혁신학교, 어찌 실(失)만 말하는가?
  • 김민정 기자
  • 승인 2021.08.06 23: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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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전재학 인천세원고 교감
 

10여 년 전인 2009년, 경기도 교육청을 중심으로 한 혁신학교 정책의 도입은 더 나은 학교 교육을 위한 의지와 실천으로 총체적 변화를 모색하려는 움직임의 발로였다. 초창기엔 새로운 모델학교로서의 혁신학교에 대한 학생, 학부모, 교원의 열망과 헌신적 참여는 학교 혁신의 철학과 전반적 체제를 구축하는 원동력이 되어 왔다. 그런 가운데 한때 그 인기가 절정에 이르자 혁신학교가 위치한 지역은 일시적이나마 매력적인 학군으로 등장하고 경제적 부수효과로 수요자 중심의 부동산 경제를 주도했다. 그런 혁신학교가 이제는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최근 혁신학교 지정에 대한 학부모들의 반발이 그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학생들의 학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문제는 서울 강남·서초구 등 학부모 교육열이 강한 이른바 '명문학군'을 중심으로 제기됐던 혁신학교 반대 움직임이 인천·경기 등 비강남권으로 확대되고 있다. 내년도 신규 혁신학교 지정을 앞두고 수도권 곳곳에서 일부 학부모들이 1인 시위, 반대 플래카드 게시, 국민청원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항의하고 있는 것이 그 실례다. 이로 인해 혁신학교 신청을 철회하는 학교들도 생겨나고 있다.

현재 혁신학교는 해마다 늘어 경기 931개, 인천(명칭 행복배움학교) 107개에 달한다. 출발은 서두에서 언급한 관점으로 성적 및 입시 위주의 획일적 교육에서 벗어나 창의적이고 자기주도적인 학습능력을 높여 공교육을 정상화시키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혁신학교는 학생 중심의 토론식 수업과 체험을 중시하는 교육과정이 장점이다. 또한 학생들이 과거의 교과 중심의 밋밋하고 힘겨운 학교생활을 즐겁게 하면서 상호 간의 교류와 관계 형성의 장으로 충실한 잠재적 교육과정을 실천하고 있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교육의 오랜 관행인 대학입시를 중심으로 출세 지향적인 교육관으로 인해 일부 학부모들은 혁신학교가 교과 수업을 등한시해 학력이 저하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주요 근거로 2021학년도 혁신학교 고교생의 서울대 합격자가 학교당 0.38명으로 전국 일반고 평균(1.16명)에 비해 뒤떨어진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바로 이런 서울대 합격률이 교육성과를 좌우하는 지표는 우리 교육의 오랜 병폐다. 성과 중심주의에서 벗어나 과정의 정당성을 더 존중해야 한다는 것은 교육학에서만 존재하는 이론이 되었다. 여기엔 서로의 다양함을 인정하고,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남을 배려하며 상생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교육이 결여되었다. 오직 경쟁만능주의를 낳아 너 죽고 나만 살자는 ‘제로섬(Zero sum)’이 지배한다.

하지만 그동안 혁신학교가 존재함으로써 우리 교육에 부여한 긍정적인 가치를 우리는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첫째, 입시 외 삶의 방향 제시다. 혁신학교는 입시지도에만 치중하지 않고 취업 대비 교육 기능까지 폭넓게 관리해 왔다. 둘째, 관계 학습의 장으로의 역할이다. 교사들은 교육과정의 조직 및 전달자 역할에만 머물지 않고 사고와 행위의 모범을 제시하며 인격적 감화가 일어나게 하는 역할도 했다. 셋째, 주체성과 자율성의 형성이다. 학생들은 스스로 교과 및 체험활동 구성과 운영 과정에 다양한 기회를 통하여 자유롭게 자주적으로 참여했고, 그 속에서 행동을 제어하고 책임지는 규범과 양식을 익혔다. 넷째, 삶의 토대를 구축하기도 했다. 학생들은 교육활동을 통해 학교생활에 필요한 심리적 특성과 표현 기술을 습득했고, 삶의 가치와 방향성을 세웠으며, 사회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참여와 실천 의지를 다졌다. 다섯째, 변화의 가치를 실천하였다. 학생들은 다양한 교과 수업 방식, 교사들의 선도적 실천, 과정 중심 평가, 독창적 학사 일정, 참신한 체험 프로그램, 매력적 교육환경, 개별 학생의 특성 존중, 입시에의 종속성 탈피, 사람 중심 학교 운영 등을 통해 변혁적 가치를 실천하게 되었다.

이제 혁신학교를 바라보는 시야를 혁신해야 한다. 이것이 학생들이 삶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접근을 돕는 길이고 주체적 삶의 능력을 고양하는 길이며 창의적인 교육과정의 특색을 운영하는 길이고 대학 진학 외의 진로를 향한 다양한 삶에 대한 정보를 획득하는 길이며 공통체성 내에서 존중되는 자율성을 함양하는 길이고 학생들에게 각자의 특성을 고려하여 기회를 고르게 얻어 지원하는 길이며 궁극적으로는 구조 변화를 수반하는 학교 혁신을 이루는 길임을 폭넓은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

따라서 혁신학교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첫째, 내신성적이나 시험성적이 전형에 중요하게 작용하고 자율형 사립고나 특수목적고 학생들이 우대받는 현행 입시제도를 개선하고 상대평가 중심의 평가제도를 절대평가 중심으로 바꾸어야 한다. 또한 대학 학력(學歷)과 학벌 및 학교 성적을 중시하는 사회적 인식을 전환시켜야 할 것이다. 둘째, 혁신학교 안팎의 실천을 점검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로써 혁신학교의 프로그램 운영 개선, 혁신학교 실천의 확산과 홍보가 병행되어야 한다.

두 해에 걸친 코로나19 사태는 우리가 교육을 바라보는 관점과 시야를 혁신시켰다. 무한경쟁과 1등 지상주의를 부추기는 교육에서 벗어나 서로 연대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다. 코로나 앞에서 인류는 얼마나 무력한가. 앞으로 이런 감염병과 새로운 바이러스의 창궐은 아이들의 미래를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비인간적인 상황으로 내몰지 모른다. 그러므로 우리는 혁신학교를 중심으로 충분한 명분을 쌓아 무엇보다도 전 지구적으로 인류를 향한 연대와 공조 의식을 쌓아 가도록 교육해야 한다. 마치 스웨덴의 그레타 툰베리가 또래의 10대들과 연대하여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환경보전에 열정과 의지를 보여주는 활동처럼 말이다. 또한 정치적으로 보수진영은 혁신학교를 좌파 교육감들의 교육정책으로 몰아세우는 행태를 지양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는 무분별한 이념 가르기가 얼마나 부질없는 짓인지를 증명하고 있다. 혁신학교, 이제 새로운 제2의 도약과 존재의 가치를 재정립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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