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의 교단춘추] 삼두마차 국가교육위, 미래교육 청사진 펼칠 수 있을까?
[전재학의 교단춘추] 삼두마차 국가교육위, 미래교육 청사진 펼칠 수 있을까?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1.07.24 0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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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전재학 인천 세원고 교감
전재학 인천세원고 교감
전재학 인천세원고 교감

[에듀프레스] 국회는 7월 1일 본회의를 열고 거대 여당 주도로 국가교육위원회(이하 국가교육위) 설치법을 강행처리 했다. 이로써 지난 20여 년을 끌어온 국가교육위가 2022년 7월에 설치될 예정이다.

바로 다음 날인 2일에 교육부 블로그에는 아기자기한 그림과 글씨가 가득한 카드뉴스가 올라 왔다. 거기엔 ‘미래교육의 대전환!’이란 문구와 함께 앞으로 출범할 국가교육위가 “일관성있는 교육정책과 정기적 비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가교육위는 교육비전, 중장기 정책 방향, 학제•교원정책•대학입학정책•학급당 적정 학생 수 등 중장기 교육제도 및 여건 개선 등 국가 교육발전 계획에 관한 사항을 담당하며 10년마다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국가교육위는 대통령 소속으로 국회 추천 9명(상임위원 2명, 비교섭단체 1명 포함), 대통령 지명 5명(상임위원 1명 포함), 교육부 차관, 교육감 협의체 대표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른 교원관련단체가 추천 2명,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추천 1명,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추천 1명, 시도지사협의체 추천 1명 등 총 21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특히 위원 구성 시 학생 또는 청년 2명, 학부모 2명 이상 포함되어야 하며, 위원장은 상임위원 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한다.

하지만 이런 국가교육위 설치에 대해 우려하는 마음이 크다. 그것은 실제로 중립성을 보장하고 정파성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설치법이 국회를 통과할 당시 야당 의원들은 일제히 반대표를 던지거나 기권을 했다. 이것은 정치적 편파성이 강하게 작용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는 다르지 않은가. 그런데 왜 그럴까?

여기엔 두 가지의 문제점이 부각되기 때문이다. 첫째, 역시 정치적인 입김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란 우려다. 21명의 위원 중 대통령•여당 몫만 합쳐도 10명이다. 그래서 ‘옥상옥’이 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자칫하면 국가교육 체제가 국가교육위-교육부-교육청이 권한을 다투는 ‘삼 두 마차’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국가교육위가 학생•학부모•지역사회와 같은 교육 수요자 대신에 교육계와 교육 가족이라 불리는 교육 공급자의 이해에 더 충실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그뿐이랴. 설치법이 처리되는 과정에서도 여야의 이견이 계속되었으며 국회의 교육위원회 안건조정위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모두 여당이 단독 처리하는 등 갈등이 있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한 야당 위원은 반대토론에서 “사회적 합의를 통해 미래교육 비전을 제시하겠다는 국가교육위법을 처리하면서 여야 간 합의도 없었고, 사회적 합의 도출은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국회 합의도 못 이끌면서 사회적 합의를 통한 중장기 교육정책을 어떻게 이끌어내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어 “교육부와 국가교육위 간 역할 정립도 되지 않아 국가 교육체계에 큰 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현재 국가교육회의를 제대로 운영하면 그 역할은 충분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국가교육위 설치법을 두고 교원단체 및 노조, 학계의 의견은 어떤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국가교육위가 아니라 정권교육위원회일 뿐”이라며 “한쪽만 인정하고 밀어붙인 일방•편향적인 위원회가 과연 지속될 수 있겠나. 설치단계부터 합의가 실종되고 공감을 얻지 못한 국가교육위는 정권에 따라 존폐의 운명을 맞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한 교사노조는 법 통과를 환영하면서도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노조위원장은 “국가교육위 설립 시 교사 대표들도 국가교육위 협의체를 통해 교육정책의 큰 방향을 설정하는 데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자 한다”며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중립성을 담보할 인사로 추천될 수 있도록 시행령 제정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등 다양하고 다각적으로 정부와 여당이 노력해 달라”고 말했다.

학계 쪽의 박남기 교수는 “여러 우려가 있지만 국가교육위 설치는 교육사에 큰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특히 법 시행은 1년 후에 하기로 해 현 정권의 알박기라는 오해를 피해가도록 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위원으로 집권당이 거의 절반을 참여하기 때문에 중립적이고 객관적이고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 참여하도록 하는 보완 조치가 필요하다”며 “위원 선정 시 여당 몫과 야당 몫을 5배수로 설정, 여당 위원은 야당이 야당 위원은 여당이 선정하도록 하는 방안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여기서 필자는 최근 현 정부 들어서 국가교육회의의 대입 공론화 과정과 정책 숙려제 등의 운영 과정을 소환하지 않을 수 없다. 당시 지지부진하게 이끌어 온 대입 공론화 과정은 결국 만족할만한 결과를 산출하지 못한 채 교육의 혁신보다는 불필요한 혼란만 가져옴으로써 국민들에게 지극한 실망만을 주지 않았던가. 이런 사실은 운영 과정에서 참여위원회가 온라인 플랫폼으로 국민과 소통한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밋밋하기만 했던 것을 돌이켜보면 알 수 있다.

국가교육위 설립 근거로 정부와 여당은 “4차 산업혁명과 인구절벽에 대비해 미래교육 개혁”을 기치로 내세웠다. 미래교육을 위한 대수술은 교육과정과 교원 양성제도의 혁신, 대학구조개혁 등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여기서 무엇이 문제가 될까? 당연히 기득권을 지키려는 교원단체, 교수사회의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의 병폐를 바로 잡으려다 실패한 경우들을 보면 대부분 기득권 세력의 강력한 저항이 주범이었다. 과연 국가교육위가 그들 기득권 세력들을 물리치고 미래세대를 위한 과감한 개혁의 청사진을 펼칠 수 있을지, 또한 맞대응할 용기를 얼마나 발휘할 수 있을지 우려가 크다.

현재 우리 교육에 대한 국민의 실망은 극에 달해 있다. 통치권자 한 마디에 교육정책이 손바닥 뒤집듯이 바뀌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전직 장관의 자녀 문제로부터 비롯된 교육의 공정성을 바로 잡는다는 명분 아래 학교 현장에서 꽤 긴 기간 정착해온 대입 제도(수시 전형)를 하루아침에 과거(정시 전형)로 돌려놓았다.

이는 통치권자의 포퓰리즘식 교육정책이 교육철학의 부재를 드러내며 얼마나 실망을 안겼는가. 그뿐인가. 사교육 공화국에 걸맞게 학원보다 먼저 문을 닫는 공교육, 세계에서 두 번째(미국 다음)로 비싼 학비에도 불구하고 취업엔 도움이 안 되는 대학, 강성 일변도의 교원단체에 휘둘리는 교육정책 등 국민에게 실망을 주는 예는 차고 넘친다.

이제 1년 뒤 2022년 7월에 출범할 국가교육위는 누구보다 교육의 약자와 교육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 친화적인 정책을 충실하게 구현하기를 바란다. 또한 학생 교육에 부당하게 간섭하는 일이 없이 대국민 신뢰감을 주길 바란다. 더불어 대한민국 교사들의 우수한 학업적 역량을 살려 오직 학생을 잘 가르치고 생활지도와 진로지도에만 전념하도록 하는 교육환경 기반을 마련해 줄 수 있기를 기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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