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란 칼럼] 교육과정을 또 바꾼다고?
[박승란 칼럼] 교육과정을 또 바꾼다고?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1.07.18 23: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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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승란 인천 숭의초등학교 교장
박승란 인천숭의초 교장
박승란 인천숭의초 교장

[에듀프레스] ‘지금 적용 중인 교육과정이 어떤 건가요?’ 이 질문을 학부모님들께 던지면 난처한 표정을 보일 때가 대부분이다. 심지어 선생님들께 물어도 언제부터 어떤 교육과정이 적용되고 있는지 정확히 답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현재 적용 중인 ‘2015 개정교육과정’이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전체에 적용된 것은 불과 2년 전이다. 그런데 또 새로운 교육과정을 만든다고 한다.

현재 교육부를 중심으로 ‘2022 개정교육과정’ 개발을 위한 다양한 논의가 전개되고 있다. 교육과정의 개정 취지를 변화하는 시대의 모습을 빠르게 담아내고자 하는 것으로 밝히고 있다. 이러한 취지에는 적극 공감한다. 과거와는 다르게 국민 의견 수렴을 위한 절차를 함께 진행하고 있다.

제한적이지만 교사, 학생, 학부모의 의견 개진 기회가 제한적이나마 주어진다는 점에서는 높은 평가를 할 수 있다. 그러나 국가교육위를 중심으로 정책 숙의 형식으로 진행하고 있는 의견 수렴절차에도 문제가 있다. 다양한 교원 단체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토론과 숙의 과정을 계획하고 있는데 과연 대표성을 제대로 갖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회원 수와 상관없이 난립해 있는 단체들을 모아 마치 전체 여론인 것처럼 포장해서는 안 될 것이다. 누가 보더라도 특정 단체의 위성 단체인 것을 알고 있는데 다양한 주체들이 공동의 의견을 모은 것처럼 속여서는 곤란하다.

이번 교육과정의 개정은 고교학점제의 안착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교육부에서도 밝히고 있다. 교육과정 개정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적으로 정착하는 데 많은 우려가 있는 고교학점제이기에, 더 큰 걱정이 앞선다. 많은 우려들을 보이고 있음에도 무리해서 고교학점제를 강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의 ‘고교학점제 도입에 따른 교원수급 관련 쟁점 보고서’에 따르면 고교학점제 시행을 위해서는 교사수가 8만 8106명이 부족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렇게 부족한 교사를 자격을 갖추지 않은 이들을 한시적으로 수용할 것인가를 설문에 포함시켜 질문을 하는 어이없는 모습까지 보여주고 있다. 법률에서 허용되지 않는 부분을, 대답이 뻔한 질문을 함으로써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것 이상으로 해석하기 어렵다.

교육과정은 교육 내용과 교수-학습 과정, 평가에 이르는 모든 영역의 근간을 이르는 중요한 기준이다. 교육과정 총론에서 제시되는 미래인재상은 교육을 통해 궁극적으로 도달하고자 하는 지향점을 의미한다. 선언적인 내용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전체의 흐름을 규정짓는 근간이 되는 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단기간에 수시로 바꿔서는 곤란한 내용이기도 하다. 새롭게 조사하고 이 내용들을 중심으로 재편하는 것이 능사일까?

2015 개정교육과정이 기존 교육과정과 변별되며 미래사회를 대비하기 위한 개념으로 설명한 ‘핵심역량’에는 이미 여러 가치를 포괄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그리고 이를 교육현장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구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자기관리 역량, 지식정보처리 역량, 창의적 사고 역량, 심미적 감성 역량, 의사소통 역량, 공동체 역량. 이상의 여섯 가지 역량 범주에서 벗어나는 부분은 거의 없다고 생각된다.

세부적으로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각론에서도 다룰 수 있다. 총론에서 미래인재상을 새롭게 제시할 것이 아니라 역량 차원에서 이어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학교 현장은 코로나19로 몹시 지쳐있다.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없어 더 힘들다. 이러한 상황에서 무리한 교육과정의 개정은 교육과정을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문서로 전락시킬지도 모른다. 부디 교육과정이 아이들의 바른 성장과 미래 교육의 가치를 담을 수 있는 방향으로, 합리적이고 설득 가능한 개정의 과정을 거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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