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달 칼럼] 교실독립선언, “정치교육감들은 즉각 퇴진하라”
[조영달 칼럼] 교실독립선언, “정치교육감들은 즉각 퇴진하라”
  • 김민정 기자
  • 승인 2021.07.16 16: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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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조영달 서울대학교 사회교육과 교수
조영달 서울대 교수
조영달 서울대 교수

지난 달 범여권 국회의원 14명이 교육감 선거권을 고등학교 1학년에 해당하는 16세로 낮추는 내용을 포함하는 청소년 정당가입과 미성년자 선거운동이 가능한 법 개정안을 발의하였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지난 달 24일 서울시교육청 차원에서 만 16세 교육감선거권을 포함한 ‘학생인권 3개년 종합계획’ 초안을 발표하였다.

심지어 그는 과거 14세 이상의 중학생을 진보교육감 경선 선거인단에 포함시키기도 했다. 이재정 경기교육감은 15일 모든 고교생들이 교육감 선거에 투표할 수 있게 16세까지 선거권자를 확대하자고 주장하였다.

이들의 눈에는 학교 교육은 없고 정치 만 보이는 모양이다. 이재정 교육감 자신의 표현대로 선거철이 다가온 것이다. 선거와 관련되면 보호받아야 할 학생들에게 무슨 짓을 해도 된다는 말인가! 교육감이란 사람들이 교육을 알고나 있는 것인가!

‘교육의 최고 책임자를 선출하는데 학생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한 민주주의의 가치’라 말한다. 그렇지 않다. 교육과정을 실현할 교육행정의 최고 책임자인 교육감으로는 학부모를 평안케하면서 학생의 성장과 자아실현을 잘 이루어낼 수 있는 사람을 선출하는 것이 참된 민주주의 가치의 실현이다.

현행 2015 교육과정은 모든 고등 학생들이 국어, 수학, 영어, 한국사, 통합사회, 통합과학, 과학탐구실험의 교과목을 공통으로 반드시 이수하도록 하여 아직 고등학생들이 성장 중에 있으며 보호 받아야 할 학생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교육활동은 교사의 책임을 수반하는 것이지만 정치 선거 활동은 오로지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학생 개인이 사회에 지게 된다. 의무교육 기간 중에 있는 보호해야 할 학생들에게 개인의 판단이 사회적 책임을 지게되는 정당 활동과 선거운동에 개입케하는 것은 사실 상 헌법이 규정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심히 훼손한 것이라 판단되기도 한다.

헌법 제31조 4항과 교육기본법 6조 1항은 “교육은 교육 본래의 목적에 따라 그 기능을 다하도록 운영되어야 하며, 정치적·파당적 또는 개인적 편견을 전파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되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치교육감은 헌법 위에 군림하는 존재인가?

또한 설령 교육감 선거권 연령을 낮추자는 논의가 있다하더라도 이는 충분한 논의 절차와 합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는 학교 사회의 구성방식과 성격을 바꿀 수 있는 중차대한 결정이기 때문이다.

교육행정을 책임지고 있는 교육감이 함부로 던질 화두가 아니다. 충분한 협의와 합의의 절차적 정당성도 없이, 여당이 다수를 차지하는 국회에 여당 의원들이 법안을 발의하는 것은 충분히 ‘다수 독재’로 비춰질 수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거의 84%의 교사가 교육감 선거권 연령 하향에 부정적이지 않았던가! 이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학교교육 실천과정에서도 무절제한 선거권 연령 하향은 심각한 우려를 낳을 수 있다. 특정 정치 노선이나 세력이 학생의 사고와 행동 성향에 영향을 미치면서 교육 공간인 학교가 정치의 장으로 변할 것이다.

교실 수업과 평가에서 교사와 학생들이 쓰게 되는 말과 행동에 대한 정치적 해석이 달라지면서, 우리 정치가 보여주고 있는 추악한 모습이 학교에서도 그대로 일어날 수 있다. 상상 만으로도 끔찍한 일이다.

학생 중심의 교육과정을 외쳤던 듀이 역시 학생이 모두를 결정하는 존재라 여기지 않았다. 교사가 학생의 경험과 요구를 깊이 숙고하고 이를 바탕으로 교수학습을 설계하여야 함을 말하였다.

교육 프로그램과 교수학습을 설계하는 것은 결국 교사이다. 학생의 현재 상황과 경험을 깊이 이해해야 하지만 그들이 교육정책을 결정하고 그 결과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져야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학교교육을 통하여 보호받아야 할 학생을 정치와 진영의 선거에 관련시킴으로서 학생 교육을 책임져야 할 교육감이 학생을 비교육적 행동으로 내몰고 있음은 참으로 심각한 잘못이다. 심하게는 중국 문화혁명기의 홍위병(紅衛兵)을 연상케 한다. 정말 무책임하고 비민주적이며 몰상식하다.

정치교육감의 즉각 퇴진을 요구한다. 더 이상 교육을, 학교를 정치와 이념의 공간으로 물들이지 말아달라. 논어에서 공자님은 ‘용감하기만 하고 제대로 알지 못하면 세상을 어지럽히게 될 것’이라 말씀하셨다(好勇不好學, 其蔽亂也). 지금까지 교육을 어지럽힌 것으로도 모자란단 말인가!

이제 우리는 정치로부터 교실의 독립선언을 해야할 때가 되었다. 더 이상 정치와 이념의 교육에 대한 압제를 두고 볼 수 없다. 우리 모두 분연히 일어나 교실을 보호하자! 우리의 학생을, 우리의 미래를 지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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